강 의원은 이날 박 시장의 아들 주신(27) 씨가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공개 신체검사를 받은 후 의료진이 "병무청에 제출된 MRI(자기공명영상진단) 필름은 본인 것이 맞다"는 검사 결과를 내놓자, 곧바로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주신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MRI 필름을 다른 사람의 것과 '바꿔치기'했다는 강 의원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난 것.
앞서 강 의원은 지난달 18일 "박주신 씨가 공개 신체검사를 해 4급 판정을 받는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본의 아닌 인신공격, 사과한다", 총선 출마 여부는 "나중에…"
강 의원은 이날 세브란스 측의 발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세브란스에서 있었던 재검 과정과 의학적 판단을 모두 받아들이겠다"며 "국민께 약속드린대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는 강용석 의원. ⓒ연합 |
짧게 기자회견을 마친 강 의원은 주신 씨에 대한 의혹 제기가 적절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의혹 제기 자체는 적절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한 점의 의혹이 없는 의학적인 판단이 나왔고, 이를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추가적인 문제제기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처음엔 형식적인 차원에서 병역기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에 대한 병무청 처리 과정에 이상한 점이 많고 평상시 사진과 MRI 사진이 달라 (병역기피를) 확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신 씨가 병무청에 제출한 MRI 필름을 입수한 경위에 대해선 "적절한 경위로 입수했지만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오늘이라도 당장 사퇴서를 제출하겠다"면서도 19대 총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엔 "나중에 따로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밖에도 그는 "박원순 시장에게 할 이야기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없다"고 답했다.
자칭 '병역비리 스토커' 강용석, 박주신 '현상 수배'부터 의원직 사퇴까지
자칭 '병역비리 스토커'인 강용석 의원은 지난 1월 박주신 씨의 병역기피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지난해 8월 공군에 입대한 박 씨가 4일만에 허리디스크로 귀가 조치되고, 재검에서 허리디스크로 인한 '4급' 판정을 받자 이를 병역기피로 몰고 간 것.
이후 강 의원은 "디스크에 걸린 박 시장의 아들이 뛰어다니는 동영상을 제보하면 현상금을 주겠다"고 밝혀 논란을 증폭시켰다. 현상금의 금액도 처음엔 100만 원에서 지난달 27일엔 300만 원, 이달 2일엔 500만 원으로 액수를 늘렸고,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박 씨가 교회 MT에서 찍은 영상을 제보해 이 영상이 인터넷에 급속도로 퍼지기도 했다.
특히 강 의원은 지난달 16일엔 자신의 트위터에 박 시장 아들의 여자친구 실명까지 공개하며 "당신의 결단이 박주신을 살릴 수 있다"며 "남친 설득해 공개신검 받으라고 하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지난 3일 파워블로거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아이들의 사생활까지 노출되고 현상금이 걸리는 상황은 잔인하다. 이런 일이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논란은 강 의원이 지난 14일 병무청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공하지 않던 박 씨의 MRI 필름을 공개하며 'MRI 바꿔치기 논란'을 제기하면서 더욱 확대됐다. "박원순 시장 아들이 병무청에 제출한 MRI 필름은 4급이 분명하지만, 해당 필름은 박주신의 것이 아니다"는 것이 강 의원의 주장이었다. 여기에 한석주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 등 일부 의료인들이 강 의원의 주장에 동조하고 나서면서 논란은 '진실 게임' 수준으로 확산됐다.
'여대생 성희롱' 파문에도 자리지킨 강용석, 결국 의원직 '셀프 사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그동안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박 시장 역시 지난 20일 "아들이 병무청에 제출한 MRI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2일엔 아예 아들의 공개 신체검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신검을 진행한 세브란스 측이 병무청의 MRI가 주신 씨의 MRI와 일치한다는 소견을 내놓으면서, 사건은 자칭 '병역비리 스토커' 강용석 의원 주도의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이로써 '여대생 성희롱' 파문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강 의원은 자신이 앞장서 제기한 '병역기피 의혹' 유탄에 맞아 스스로 의원직을 내려놓게 됐다.
한편, 당초 주신 씨를 병역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힌 강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발장을 접수하려고 했으나, 감사원의 움직임이 있는 것 같아 일단 접수를 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강 의원의 고발 사태까지 번지지 않았지만, 박 시장 측은 아들에 대한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 등을 이유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핵심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엄상익 변호사가 밝혔듯이 강용석 의원 등에 대한 민형사상 대응 준비는 다 되어 있다"면서 "명확한 수위를 정하진 않았지만 상황을 봐가며 대응한다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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