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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수업 전면 실시, 못 사는 부모들은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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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수업 전면 실시, 못 사는 부모들은 어쩌라고?

[토론회] "주5일 수업, 원래 취지는 아이들의 놀 권리"

오는 3월부터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주 5일제 수업이 전면 실시된다. 현재는 월2회로 한정적으로 주5일제 수업이 실시 중이나 오는 3월부터는 전면 확대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자기주도적 학습력, 창의력을 중시하는 미래 지향적 교육체제를 위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나,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는 사교육 시장 심화, 취약계층 소외 등의 결과를 낳으리라는 우려도 크다. 교육희망네트워크는 20일 서울 중구 흥사단 강단에서 주5일 수업제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시교육청 김귀숙 장학사와 황관익 서울시 아동청소년담당관 청소년시설팀장이 참석해 각각 주5일제 시행에 따른 대책을 발표했다. 당초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시행계획을 발표하기로 했으나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대체로 교과부가 제시한 것처럼 토요돌봄교실 등의 '주말학교', '토요 스포츠데이', 지역아동센터 등을 연계한 교육 지원 등 각종 프로그램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에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고 각종 프로그램만 내놓는다'는 비판이 쏟아져다.

"수업시수는 그대로, 주중엔 더 빡빡하게?"

특히 주된 비판은 '주5일 수업'을 시행한다면서도 정작 수업 일수는 줄이지 않는다는데 맞춰졌다. 안승문 교육희망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무엇보다 주5일 수업제로 7교시 수업하는 평일이 늘어 주중 학습 부담이 과중해지고 방과후 동아리 활동이 위축되며, 주말에는 사교육 업체들에 의한 갖가지 특별 프로그램들로 학생들과 부모의 경제적 부담은 늘어난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짚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에 속해 있는 이영탁 교사도 "주5일제를 시행한다면 토요일 수업이 없어지는 만큼 법정 수업시수를 감축해야 하는데, 고등학교만 주당 1시간씩 감축했을 뿐 초 · 중학교는 그대로"라며 "주5일제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수업 시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의 이재희 양도 "CA가 평일로 옮겨져서 아무래도 더 늦게 끝날 것 같고, 토요일에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을 늘인다면 주5일제를 하더라도 학교를 가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면서 "또 그런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단체의 김선정 양은 "결국 핵심은 '입시'가 아니냐. 이것 때문에 어른들도 '주말 교육'을 원하는 것이고 학생들도 여가 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 입시제도만 좀더 약화된다면 주5일제 프로그램도 제대로 운영될 것이고 사교육 문제도 덜해지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현재 사실상 상당수 자영업자와 맞벌이 가정이 주5일을 쉬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5일 수업 전면 실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주영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2004년 처음 '주5일근무제'가 시행될 때 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시작해서 점점 소규모로 옮아가는 식으로 시행했고, 그러다보니 영세 사업장이나 자영업자 등은 방치하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이러한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주5일 수업제는 취약계층을 위한 준비를 우선적으로 철저히 하고 그 다음에 전면 시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5일제'라면서 주말엔 '쉬지말고 창의 인성교육'?"

근본적으로는 '학생은 주말에도 학습해야 한다'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잇달았다. 변춘희 어린이책시민연대 회원은 "'주5일 수업제'는 학생도 학습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교과부의 주5일수업제 홍보 리플렛에서도 '창의 인성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 한 경쟁력 있는 사교육 업체가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변춘희 회원은 "학생들의 주말 여가를 고민한다면, 실은 학생들이 주말에 교사가 없이도 자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학교가 할 일"이라며 "실제로는 청소년들이 놀만한 공간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서울시와 시교육청의 '프로그램' 중심 대책에 지역 단체에서도 반발했다.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은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도 자녀가 있는데, 주5일제 프로그램을 하려면 내 아이는 방임하고 다른 아이를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된다"며 "누군가가 쉬기 위해서 누군가는 일을 하는 모순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숙 위원장은 "저소득계층의 아이들은 자기 부모에게 돌봄 받지 못하고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서 받는다"며 "이 아이들에게 정말 소중한 것은 자기 부모와 함께 지내는 것이고, 모두 다함께 자신의 아이를 돌보며 주말을 보낼 수 있는 지원이다"라고 강조했다.

안승문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주5일 수업제 대책 수립은 어떻게 하면 되도록 많은 국민들이 주말에는 휴식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면서 "교육계나 지자체, 노동계와 경제계 등 전사회적인 참여와 토론을 통해 노동과 휴식과 재충전이 조화로운 리듬 창출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빨간날에는 아이들이 '알아서' 놀게 하라"

또 학생들의 '자율'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조영 한국YMCA 간사도 "청소년에게 어떤 여가 문화가 있는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시간과 여가를 줬는가"라고 물으며 "우리 사회가 가진 청소년 인프라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수련관이나 문화의 집은 각종 프로그램을 돌리느라 정작 청소년들이 동아리 활동을 할 공간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 휴일을 맞아 비어 있는 교실., ⓒ프레시안
권혜진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사무처장은 "175개의 빨간 날을 스스로 기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줘야 한다"면서 "요즘 학교 폭력이 불거지는 데에는 사실 가정과 교실, 친구와의 관계성의 붕괴가 원인이고, 그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은 청소년 스스로가 기획하고 실천하는 데서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영탁 교사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에만 묶여 있고 사회단체 활동을 안하는데,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청소년 의회·정당·시민단체 등을 만들어 스스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조직을 꾸려 활동할 수 있게 하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공유하는 능력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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