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범정부 차원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학교 폭력 문제가 이슈가 된 지 한달 반 만에 내놓은 종합 대책이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학교 폭력 관련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7대 직·간접 실천대책을 담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 대책'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학교장 권한 강화…'일진 지표' 개발"
이날 정부 대책의 특징은 △교장, 교사의 지도 권한 강화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 강화 △인성교육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책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폭력이 일어나 피해 학생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 때 가해 학생을 즉시 출석 정지시킬 수 있다. 학교 폭력을 은폐하려다 적발된 학교장과 교원은 중대 비위 수준으로 징계한다.
또 담임교사는 매학기 1회 이상 학생과 1대1 면담을 하고 면담결과를 학부모에게 이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으로 통지해야 한다. 정부는 정담임 이외에 부담임을 두고 담임학급을 공동 책임지게 하는 복수담임제를 올해 중학교에 도입하고 내년에는 고등학교로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은 강화된다. 학생 생활 기록부에 학교 폭력 가해기록을 남기는 등 '인성'을 기록하게 해 대입에 반영한다.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출석정지 기간 제한을 없애 수업일수가 모자라면 유급시키고, 학부모 동의 없이도 심리치료를 시키며 학부모를 소환해 학생과 함께 특별교육을 받게 한다.
피해 학생은 경찰의 동행보호를 받을 수 있고 필요시 경찰이 가해 학생을 감독한다. 학교폭력예방법의 피해학생 보호조치 중 '전학 권고'는 없어진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주기적으로 학교 내 일진의 존재를 파악하는 '일진지표를 만들고, 2번 이상 일진 신고가 들어오면 '일진 경보'가 작동돼 학교 폭력 조사 담당자와 상담센터 전문가들이 직접 투입되도록 했다.
이외에 정부는 학교단계별 인성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중학교 체육 수업은 주당 2~3시간에서 주당 4시간으로 늘였다. 2학기부터 모든 중학생은 '학교스포츠클럽'을 주당 1~2시간 필수적으로 이수하고 1개 이상 클럽에 가입해야 한다.
"배제와 처벌 위주…매우 실망스럽다" vs "환영, 학생 인권조례 폐지해야"
그러나 이날 나온 정부 대책에 대해 전문가나 교육계의 평가는 엇갈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는 교사와 학부모에게만 학교 폭력의 책임을 전가하며 처벌위주의 대책을 나열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교조는 '학교 폭력 징계 사항의 학생부 기록 보존' 방침에 대해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기록을 남기는 것은 한 두 번의 청소년 시절 과오를 이유로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 배제하겠다는 반교육적 비인간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는 경기도 교육청도 우려를 표시했다. 경기도 교육청은 이날 "가해학생에 대한 엄중한 조치는 필요하나 초·중학교 졸업 후 5년 동안, 고등학교 졸업후 10년 동안 기록 보존은 장래 취업 불이익 등 과한 측면이 있다"며 재고를 요청했다.
또 정부가 대안으로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것을 두고도 "졸속적인 집중 이수제와 영수 중심의 입시제도가 있는 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대부분의 학교들이 음, 미. 체 교과를 입시에 도움이 안된다며 한 학기, 한 학년에 몰아서 이수하는 현실에서 어찌 다양한 인성교육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전교조는 "학교 폭력의 근본 원인은 지나친 경쟁 시스템과 학벌 사회에 있다"면서 "처벌, 배제 위주의 정부 대책에 수정 보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폭력없는 평화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전면적 학교 혁신 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교장과 교사의 역할 및 책임 강화 대책은 당연하며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사안"이라며 정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더해 교총은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적극적 생활 지도에 큰 지장을 겪고 있다"면서 "이번 정부 대책 발표를 계기로 학생 인권조례를 폐기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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