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박근혜가 과감하지 않으면 변화 불가능"

"무슨 얘기만 하면 벌떼처럼 들고나와 가지고…"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종인 비대위원의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된 모양새다. 한 때 비대위원직 사퇴를 고심 중이던 김 위원은 30일 "다시 한 번 노력을 해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며 위원직을 계속 수행할 뜻을 밝혔다. 김 위원의 사퇴가 곧 한나라당 비대위의 '붕괴'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일단 갈등 수습은 한 셈.

다만 김 위원의 이런 뜻이 사퇴 '철회'라기보다는 '보류'에 가까운 상황에서, 이후 정책은 물론 당 개혁 방식을 두고 당과 김 위원의 충돌이 계속된다면 언제든 갈등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

▲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프레시안(최형락)

김종인 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여러가지로 고민도 해보고 여러 분들과 의논도 해봤는데 지금 시점에서 나 자신을 위한 결정은 하기가 어려운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퇴설을 일축했다.

다만 김 위원은 사퇴를 고심하게 된 배경으로 "비대위를 발족시켰으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좀 허용을 해야 할텐데, 비대위에서 어떤 일을 해보려고 노력하면 자꾸 제동을 걸고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 비대위 활동이라는 것이 정상적으로 될 수 없다"며 친이계 구주류 일각의 비대위 비판을 거론했다.

김 위원은 자신이 주장했던 당 정강·정책의 '보수' 용어 삭제,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 문제 등을 거론한 뒤 "여기(한나라당)에서 뭐든지 한 가지 얘기만 하면 벌떼처럼 와~ 들고 나와 가지고 참 비대위 활동 자체가 지장을 받는 식으로 될 것 같으면 오히려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도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위원은 당 정강·정책의 '보수' 삭제와 이명박 대통령 탈당 문제를 놓고 박근혜 위원장과 대립한 바 있다.

김종인 "박근혜, 과감성 떨어져"

그는 박근혜 위원장에 대해서도 "(박근혜 위원장이) 비대위만 생각하지 못하고 당 내부의 여러 화합도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과감성에서 떨어지는 것이 있는데 박근혜 위원장이 결국 과감성을 보이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한나라당 비대위에 대한 김종인 위원의 불만은 지난 26일 회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위원장은 전월세, 대학등록금, 청년 일자리 창출을 언급했고 이에 김 위원은 "박 위원장이 말한 정책은 원래 정책위에서 해오던 것이고 비대위는 이런 일을 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김 위원은 총선 공천 시 이공계 출신에게 20% 가산점을 주는 안에 대해서도 비판했지만, 박 위원장은 이를 묵살하고 원안대로 의결하기도 했다.

박근혜, 김종인 '붙잡기'에 애간장

김종인 위원의 사퇴설이 언론에 보도되며 현실화될 가능성을 보이자, 박근혜 위원장은 서둘러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27일 비대위 산하 정책쇄신분과위의 보육·교육정책 간담회 도중 기자들로부터 김 위원의 사퇴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언론에서 그렇게 쓰신 것"이라며 자신과의 불화설을 일축했다. 박 위원장 측은 지난 주말 사이 김 위원에게 연락해 그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도 김종인 위원을 주축으로 진행해온 당 정강·정책 개정안을 두고 "앞으로 우리 당에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시대의 변화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우리의 나아갈 길에 국민 행복에 있음을 명확히 했고, 공정한 사회와 시장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도 잘 담겨 있다"며 추켜 세웠다.

한편, 일단 위원직 사퇴를 잠정 '보류'한 김종인 위원은 애초 주장했던 당 핵심 인사들의 용퇴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당 대표를 지냈건 지내지 않았던 간에 당을 이런 상황으로 이끌어온 데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했던 분들은 책임질 각오를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