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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게 '빅엿'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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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에게 '빅엿'을 선사한다"

['공공의 눈'과 삼성·④] "공공의 눈 시상식에 삼성을 추천하는 이유"

그린피스와 스위스 NGO 베른 선언이 주관하는 '공공의 눈 시상식(Public Eye Awards)'이라는 행사가 있다. 매년 '수익성'만을 목표로 부도덕한 경영을 해온 기업 및 기업인들을 분야 별로 선정해 '공공의 눈 상'을 수여한다. 이번 '공공의 눈 시상식'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 도쿄전력(TEPCO)을 포함한 6개 기업이 누리꾼 선정 최종후보로 올라 와 있다. 누리꾼들의 투표는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바로 가기 : 공공의 눈 시상식)

한국 기업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은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직업병 문제를 외면하고 무노조 경영을 위해 노동3권을 부정해 왔을 뿐 아니라 회장 일가의 탈법 세습, 태안 주민들에 대한 보상외면 등 부정적인 모습들을 보여 왔다.

이런 가운데, 반올림과 국제민주연대 등이 기고를 해왔다. 공공의 눈 시상식을 통해, 새 일류의 옷을 입고 반인권과 반노동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삼성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는 것. <프레시안>은 4회에 걸쳐 이들의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
'공공의 눈'과 삼성
"삼성이 기네스북에 오른 '무재해 사업장?"
"삼성 에버랜드 사육사의 죽음, 산 자의 예의는 '진실'규명
"삼성, 또 하나의 가족? 치외법권 지대?"

우리는 전문용어로 이것을 출동이라고 한다. "도와주세요. 경찰들이 천막을 뜯어갑니다." 나홀로 시위를 벌이는 그에게 번개처럼 달려간다. 그러나 도착할 때쯤 상황은 종료다. 마무리를 하던 경찰과 구청직원들은 우리들의 등장과 함께 날래게 도망간다. 뒷꽁무니를 보고 있으면 화보다 한심한 웃음이 먼저 나온다.

쫓아간 영통구청장실에는 정보과 형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머, 이 자들은 왜 이렇게 친할까'라는 생각도 잠시. 뜯어간 텐트에 벌금을 먹이고 돌려주겠다는 영통구청 직원들. '사람이 반갑습니다'라는 캐치플레이즈를 걸고 있는 휴먼시티 수원의 염태영시장님께, 어떤 사람이 반가운 건지 물어보러 가야겠다. 힘있는 삼성맨? 힘없는 해고자? 누가 사람인지도 물어봐야겠다. 신고된 집회조차 용인 못하는 경찰과 구청직원?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해고자?

낮에 출동한지 몇 시간이나 흘렀을까. 이번에도 호출이다. "도와주세요. 경찰들이 이**씨를 때리고, 폭행범이라고 형사입건한답니다" 또 다른 삼성 해고자 이**씨가 경찰에게 두들겨 맞고 되려 폭행범으로 조사받고 있단다. 이건 또 뭔가. 신고된 집회물품인지 확인해 오라는 영통구청 직원들 요구에, 수원남부경찰서에 집회물품 확인하러 갔다가 억울하게 된통 당하게 됐다. 그래서 그날 우리는 결국 두 번 출동했다. 이렇게 박종태 대리는 자주, 우리를 출동시킨다.

출동해봐야 쥐뿔도 힘이 없는 활동가 몇 명

출동하는 우리는 쥐뿔도 힘이 없다. 기껏해야 활동가 몇 명이다. 목소리도 별로 안 크고 주먹은 새알만하다. 그런데 박대리랑 해고자들은 매번 우리를 출동시킨다. 경찰도, 공무원도 자신의 편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 뒤에 떡하니 버티고 선 삼성의 힘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국가를 불신한다. 누구 탓일까. 불신하는 박대리 탓일까, 불신하게 만든 누구들 탓일까.

예전에 삼성SDI 천안공장의 해고자 김갑수 씨가 늘 하던 말이 있다. "누가 내 핸드폰을 감청하나 봐요. 내가 어디로 가는지 너무 잘 알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면 꼭 그 자리에 회사 관리자가 먼저 나와 있어요" 그런데 그때만 해도 휴대전화 감청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의 호소는 절절했지만, 나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에이… 그럴리가요. 전문가들한테 알아봤는데, 그건 불가능하데요"

그런데 말이다. 해가 지나기도 전에 안기부-삼성 X파일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안기부가 휴대전화 감청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도청팀을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됐다. 김갑수의 의심은 사실일 확률이 높아졌다. 그래서 김갑수 씨에게 관련 사건을 정리해서 고소해보자고 했다. 그러나 그는 거절했다. 해봐야 무슨 소용있겠냐는 것이었다. 경찰이나 검찰, 법원조차 믿지 않았다. 내가 만났던 삼성 노동자들은 모두 그랬다. 누가 우리 편이겠냐고, 누가 우리를 위해 정의의 저울을 들겠느냐고.

반도체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생긴 이후, 제보자는 150여 명이다. 그 중 20~30대 암 피해만 100명이 넘었고 안타깝게도 50여 명의 노동자들은 이미 돌아가셨다. 2012년 새해 들어서도 삼성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한 30대 한 여성노동자가 암으로 사망했다.

"몇 해 전부터 공론화되기 전까지 전 제 몸에 나타난 증상이 그저 제 몸이 약하고 민감해서인 줄 알았습니다 … 그곳에서 일 한 뒤부터 시작된 피부 질환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고 만성 피로를 달고 살고 있습니다. 클린 룸 입실하고 다음 날 부터인가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났었고 그 후로는 얼굴에 심각한 염증성 트러블과 탈모가 나를 괴롭혔었는데 그땐 전혀 의심하지 못했었어요. 삼성을 너무 믿은, 아무것도 모르던 20살… 무지했던 그 시절의 제가 원망스럽고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의 비보에 가슴이 아픕니다."

며칠 전부터 반도체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카페에 올라와있는 글이다. 이렇게 비통한 제보의 글은 계속 올라온다. 근로복지공단, 노동부, 경찰, 검찰, 법원에 갈 수없는 글들.

ⓒ프레시안(최형락)

그냥 들으면 그럴싸한 '삼성의 무노조'

삼성의 무노조 경영. 그냥 들으면 그럴싸하다. 노조를 만드느니, 노조 방해하는데 그 돈을 모두 쓰겠다는 창업주의 옹골찬 다짐을 기업차원에서 지키고 있다. 그런데, 헌법을 무시하면서 지키고 있는 무노조라는 것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감시, 협박, 미행, 강제전출, 해고… 그들이 무노조를 지키기 위해 벌인 인권침해 양상들을 열거하라면 소름이 끼친다.

어제까지 얼굴 맞대면서 일하던 동료들을 동원해 벌이는, 친인척 일가들까지, 모든 가능한 인맥을 동원해 벌였던 패륜들을 차마 열거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무노조라는 말은 그냥 들어 넘길 말이 아니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희생해야 하는 무엇으로만 기억해서는 안 된다. 무노조를 지키기 위해 그들이 저지르고 있는 범죄를 들어 보았지만, 삼성이 하는 일인데 어쩔 수 있는 것이냐고 암묵적으로 묵인한 우리는 모두 공범자일 수 있다.

마이클 센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 인용해서 유명해진 어슐라르귄의 '오맬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소설이 있다.

"오멜라스'에는 왕이 없었다. 그들은 칼을 휘두르지 않았고, 노예를 부리지도 않았다… 군주제나 노예제를 채택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들은 주식 시장이나 광고, 비밀경찰, 폭탄 없이도 잘 지냈다… 그런 '오멜라스'의 아름다운 공공건물들 중 한 군데의 지하실에는 방이 있다… 그 방에는 굳게 잠긴 문이 하나 있을 뿐 창문도 없다. 지하실에 달린 거미줄투성이의 창문으로 새어 들어온 한 줄기 희미한 빛이 그 방 판자벽의 갈라진 틈을 따라 날리는 먼지를 빠끔히 비출 뿐이다… 그 방에 어린아이 한 명이 앉아 있다. 남자아이일 수도 있고 여자아이일 수도 있다.

물론 아이를 그 지독한 곳에서 밝은 햇살이 비추는 바깥으로 데리고 나온다면, 아이를 깨끗하게 씻기고 잘 먹이고 편안하게 해준다면 그것은 정말로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한다면, 당장 그 날 그 시간부터 지금껏 '오멜라스'가 누렸던 모든 행복과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계약인 것이다. 단 한가지의 사소한 개선을 위해서 '오멜라스'에 사는 모든 이들이 누리는 멋지고 고상한 매일 매일의 삶을 맞바꾸어야만 한다는 것, 한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수천 명의 행복을 내던져 버려야 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하실 안에서 벌어지는 죄악을 방기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이다. 계약은 엄격하며 절대적인 것이다. 그 아이에게는 친절한 말 한마디조차도 건네면 안된다."


마이클 센델은 '당신이라면, 오멜라스를 떠날 것이냐, 오멜라스에서 누리는 풍요로움을 계속 누리면서 살 것인가'를 묻는다. 우리 사회가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삼성에서 무노조를 지키기 위해서 벌이는 범죄를 누구나 안다. 자기 공장에서 일하다가 병에 걸린 노동자에게 어떤 대접을 하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노동조합을 만들겠다고 하다가 어떤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는지도 모르지 않는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삼성의 패륜을 감추기 위해서 동원된 경찰과 검찰, 법원, 국회, 언론 모두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고, 우리도 먹고 살아야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삼성이 인정하지 않는 것은 노조가 아니라, 노조의 필요성이다. 삼성은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시사저널> 2005.9.20)는 이건희의 말대로 노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 진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회. 그것이 바로 삼성이 우리 사회에 만들어준 선물이다.

그들에게 빅엿을 선사한다

오로지 물질로 환원되는 대가만이 소중한 사회. 그걸 지켜주기 위해 청와대와 국회, 법원, 검찰, 언론들 모두 똥물을 뒤집어쓰고서 우리는 모두 짐승이야, 우린 사람이 아니지, 하고 옷을 홀딱 벗고 솔직하게 외치도록 만들어 주는 사회. 삼성왕국이 이룩한 대한민국이 환멸스러운 이유다. 이들이 번번이 가르쳐준 놀라운 학습효과는 한국 땅 곳곳에 스며들고 있는 중. 정의 따위, 진실 따위 모두 벗어 던져!

삼성 식의 노동자 관리법이 자본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막대한 경제력과 사회 지배 엘리트들의 효과적인 포섭을 통한 지배구조의 확립을 통해 삼성을 손댈 권력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위임받지 않은 통치를 통해 한국 사회를 '삼성공화국'이라는 조어로 설명되게 만들었다. 그러나 공화국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나라는 '남조선'이 그토록 경멸해 마지않는 세습국가 '북조선'의 답습이다. 이병철을 이어 이건희가, 이건희를 이어 이재용 또는 이부진이 세습하는 삼성왕국, 대한민국. 이 왜소하고 불편한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제국의 신민들이다. 부자가 될 확률 앞에 감지덕지하면서 살아가야 할 국민.

1월 26일이면 퍼블릭 아이 어워드(바로가기 ☞ :공공의 눈 시상식)의 투표가 마감된다. 삼성은 내내 3등을 달리고 있다. 최악의 기업으로 선정되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여해 삼성의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을텐데… 순위는 좁혀지지 않는다. 1,2등이 꾸준히 앞서 가는 것을 보니 삼성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지만, 그건 뭐 느낌일 뿐이겠지. 삼성에게 진정한 1등을 주고 싶다.

그들에게 빅엿을 선사하고 그래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몰상식한 무노조에게 당하지만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풍요로운 오멜라스를 떠나야하는 이들은 그 어처구니없는 계약을 만든 삼성이지, 우리들이 결코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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