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초긴장'…"직불금 마녀사냥은 안 돼"

감사원 때리기로 '물타기' 안간힘…야당도 '눈치보기'

쌀소득 보전 직불금 문제와 관련해 기세좋게 반격에 나섰던 한나라당이 자당 소속 김학용, 김성회 의원이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드러나자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피아 구분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부메랑을 피할 길이 없어서다.

16일 최고위원회에에 참석한 홍 원내대표에게선 곤혹스러움이 고스란히 뭍어났다. 그는 "이번 직불금 파동 사건을 처리해 가는 과정에서 마녀사냥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어제부터 이야기한 일"이라고 톤을 크게 낮췄다.

홍 원내대표는 또한 "가족공동체의 일을 매도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되고, 지방주재 기자나 공무원 중 그 지역에 거주하며 가족들이나 부모님들이 농사 짓는 과정에서 직불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불법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했다.

▲ 쌀 직불금 이야기하는 홍준표 원내대표ⓒ뉴시스

이와 관련해 직불금을 본인이 받은 것으로 드러난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은 "증여로 인해 땅 주인은 나지만 실제 경작은 어머니가 한다"고 밝혔고, 역시 직불금을 수령한 김학용 의원은 "아버지가 내 이름으로 논을 샀고 아버지 대신 내가 신청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어 "이번 사건의 본질은 감사원이 (노무현 정권 시절인)2007년 7월에 감사종료를 한후 왜 그 중요한 직불금 부당지급 문제를 발표하지 않고 또 즉각 제도개선에 임하지 않았는지 그것이 의혹의 출발점"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정권 차원에서 직불금 파동을 덮은 것이 아닌가"라고 '논점 틀기'에 진력하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노력으로 공무원의 쌀 소득 보전 직불금 부당 수령 사건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사저 논란 등 굵직한 사안들이 국정감사의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며 남은 국정감사 기간 동안 전 정권 때리기에 화력을 집중할 방침을 밝혔다.

민주, 겉으론 '강공' 속으론 '긴장'

민주당은 쌀 직불금 논란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언급하는 등 겉으로는 강경 모드를 이어갔으나, 한나라당 현역 의원들의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선 불똥이 언제 야당 쪽으로 튈지 모른다는 걸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고위정책회의에서 "이봉화 차관의 즉각적인 해임을 요구한다"고 밝히고 "쌀 직불금 관련자의 명단을 전면 공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원 원내대표는 또 "국정조사 특위 구성을 위해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추진하겠다"며 "어제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함께 야 3당은 국정조사 공조에 합의했고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해 운영할 것을 (한나라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봉화 차관을 즉각 조치하지 못하는 것은 또 다른 고위당직자가 관련됐기 때문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현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은 왜 여기에 적용되지 않는가. 경찰과 검찰도 여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백원우 의원은 "직불금 제도를 만든 김성훈 전 장관은 부재지주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있는 제도상의 문제가 (직불금 파동의)핵심이라고 했다"며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직불금 문제를 넘어 우리사회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부지주재의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림수산식품부의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며 행정안전부, 직불금을 신청받고 지불하는 기초단체 등과 함께 범정부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회창 "'맞불'은 치졸해"

권선택 원내대표의 부친이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진 자유선진당도 긴장해 있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한나라당의 이른바 '盧봉하' 맞물 작전에 대해 "직불금 문제 터지니까 이걸 막기 위해서 그런다면 아주 치졸한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이 총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에 1000억원이 들어갔다 어쨌다 하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 일을 따지기에 앞서 이번 이봉화 차관 직불금 사건에 맞불을 지피기 위해서 했다면 아주 잘못한 것이고 정치적으로 아주 빈곤하다"고 비난했다.

이 총재는 또한 고위 공직자의 쌀 소득 보전 직불금 수령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국정조사를 거듭 요구했다. 이 총재는 여당 의원 및 고위 공무원의 직불금 수령에 대해 "참 나쁘다"면서 "농민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어떻게 보면 도적질 하는 것이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감사원이 직불금 수령자 명단을 폐기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공문서 폐기는 법에 정해진 일정한 연한이 지난 뒤에 폐기하는 경우는 있지만 얼마 되지 않은 것을 폐기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거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