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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에 '조건부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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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에 '조건부 승인'

"시장지배력 지나치게 커지는 점포 3개 매각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M&A) 심사를 벌인 끝에 3개 점포의 매각을 전제로 하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에서는 공정위가 기업결합심사에서 최초로 지역별로 시장점유율을 파악해 독점적 지위 여부를 따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이랜드와 유통업계는 정부가 상권을 인위적으로 나누고 일부 점포의 매각을 강제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대형 할인마트가 재래시장을 초토화하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고착화하는 추세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적절한 처방이라는 의견이 많다.
  
  공정위, 이랜드-까르푸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공정위는 13일 이랜드와 까르푸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기업결합에 앞서 이랜드와 까르푸가 6개월 안으로 안양·군포, 성남·용인, 순천에서 각 1개씩 3개 할인점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를 제외한 중소 할인점에 매각하라는 것이다.
  
  공정위의 이같은 결정은 이번 기업결합을 그대로 승인할 경우 까르푸를 인수할 이랜드가 이들 3개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게 돼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공정위는 "(3개 점포를 매각하지 않을 경우) 세 지역에서 시장집중도가 커져 가격이 인상되거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세 점포 각각의 포인트 적립 회원들의 거주지를 각 점포의 독점적 지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시장획정 기준으로 삼았다. 이런 기준에 따라 조사를 해보니 회원의 70~80%가 살고 있는 지역이 각 지점을 중심으로 반경 5㎞(수도권)~10㎞(지방)으로 나타났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이같은 시장획정 기준에 따르면, 이랜드와 까르푸가 당초대로 기업결합이 될 경우 해당 지역에서 1~3위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순식간에 75%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기업결합으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또는 상위 3개 업체의 점유율 합계가 75%를 넘을 경우 기업결합을 정부가 제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공정위는 이랜드와 까르푸를 경쟁관계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숙고했다고 밝혔다.
  
  이 문제에 대해 유통업계는 "이랜드는 패션아울렛이고 까르푸는 일반 할인점인 만큼 경쟁관계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 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아울렛과 할인점은 매장구조, 판매방식 등에서는 서로 차이가 있지만 다양한 상품을 싼 가격으로 판매하는 '원스톱'쇼핑 공간이라는 점에서는 경쟁관계"라고 최종 판단했다.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에 영향 미칠 듯
  
  국내 최초로 지역별로 시장을 획정하고 아울렛과 할인점을 경쟁관계로 판단해서 내린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향후 유통업계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에서 주요 기준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오는 29일로 예정된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에 대한 공정위의 심사에 이번 결정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증권의 김기안 애널리스트는 "이랜드의 까르푸 인수에 대한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 결정은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에 대한 심사가 예상보다 까다롭게 이뤄질 것임을 예고한다"며 "신세계 주가가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냈다.
  
  업계는 불만 토로하지만…
  
  한편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이랜드 등 관련 업계는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랜드 측은 "최악의 결정은 아니다"라며 "내부 논의와 법률적 검토를 거쳐 공식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조만간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제기 신청 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월마트 인수를 앞두고 있는 신세계 측도 "정부가 상권을 인위적으로 나누고 일부 점포의 매각을 강제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 대형 할인점이 지역 상권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재래시장이 몰락하고 소비자들이 지나치게 할인점에 의존하는 부정적 경향이 노골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정위의 이번 조치는 현실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한 결과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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