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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디도스 공격 배후 없다…대가성도 1000만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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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디도스 공격 배후 없다…대가성도 1000만원만"

전형적 '꼬리 자르기' 수사…의혹 여전해

1억 원의 돈이 오고갔지만 그 중 대가성이 있는 돈은 1000만 원 뿐이며, 용의자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을 배후로 지목했지만 결국 배후는 없었다. 즉, 20~30대 국회의원 비서 두 명이 그저 '충성심'으로 국가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사이버테러 했다.

6일 검찰이 밝힌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사태의 주요 전말이다. 사상 초유의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사이버테러가 결국 국회의원 비서 두 명의 우발적 범행으로 결론 난 것. 관심이 집중되던 '윗선 개입'에 대해선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발표, 전형적 '꼬리 자르기'?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김봉석 부장검사)은 이날 한나라당 출신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27) 씨,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모(30) 씨, 도박사이트 운영업체 직원 차모(27) 씨 등 총 7명을 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디도스 수사를 마무리했다.

▲ 6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윤갑근 차장이 지난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당일 일어난 중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과 관련해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공 씨와 김 씨가 사전모의한 공동범행이며, 김 씨가 공격실행자인 IT업체 대표 강모(26) 씨에게 건넨 1억 원 중 1000만 원이 범행 대가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의 투표소 찾기 기능을 마비시키면 투표율을 낮추게 돼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되리라는 기대로 사건을 모의했다"며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강 씨는 이를 합법화할 방안을 모색하던 중 공 씨 부탁을 받고 범행을 실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컴퓨터 로그기록과 휴대전화 복원, 압수수색, 계좌추적, 통화내역 분석, 참고인 조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과의 공동검증을 벌였지만 배후설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결국 지난달 초 경찰로부터 수사권을 넘겨받은 검찰이 한 달여에 걸친 수사 끝에 알아낸 것은 최구식 의원의 비서 외에 한 명의 공범이 더 있다는 것과, 1000만 원 상당의 대가성이 있었다는 사실 두 가지 외엔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이로써 관심이 모아지던 윗선 개입 여부, 청와대 수사 개입설 등은 미궁 속으로 빠진 채 수사는 마침표를 찍게 됐다.

디도스 사태, 공격부터 수사까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인 지난해 10월 26일 새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갑자기 멈춰 섰다. 출근 전 직장인들의 투표 시간대인 오전 6시15분부터 8시32분까지 2시간여 동안 아예 접속이 되지 않거나 투표소 검색 등의 항목이 먹통이 된 것.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인 '원순닷컴'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각 지역 선관위엔 투표소 위치를 묻는 전화가 폭주했고, "투표소가 갑자기 바뀌었는데 선관위 홈페이지에 접속이 안 된다", "투표율을 낮추기 위한 누군가의 의도적 공격이 아니냐"는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달 2일, 경찰이 놀라운 사실을 발표를 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현재 무소속)의 수행비서가 디도스 공격의 용의자라는 것이다. 사이버 테러가 있을 때마다 '북한 소행'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머쓱해졌고, "나경원 후보에게 선거를 유리하게 하려는 의도적 공격"이라는 누리꾼들의 조롱섞인 주장은 단순한 예상이 아니라 '예언'이 되어 버렸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제 2의 차떼기 사건이다', '배후가 밝혀질 경우 정당 해산 감이다'라는 수군거림이 들렸다.

한창 검경 수사권 문제로 정치권과 경찰이 갈등을 빚고 있던 시기, 경찰은 일사천리로 수사에 속도를 내는 듯 했다. 경찰은 사건 발표 하루 만에 공 씨와 공격을 수행한 IT업체 대표 강 씨 일당 등 4명을 구속했고, 이들의 통화 기록 내역과 계좌 추적을 시작했다. 디도스 공격 전날 공 씨와 술자리를 함께했던 박희태 의장의 비서 역시 소환됐다.

그러나 경찰의 결론은 공 씨의 '우발적인 단독 범행'이었다. 월급 100만 원대의 국회의원 수행비서가 1500대의 좀비 PC가 동원되는 수억 원대의 디도스 공격을 혼자 감행했다는 것이다. 공 씨가 체포되기 직전 지인들에게 "내가 한 게 아닌데 나 혼자 책임을 져야 할 것 같다"며 '배후의 존재'를 암시했다는 설이 돌았지만 수사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선관위 내부 공모설'도 유력하게 제기됐지만, 이 역시 깔끔한 의혹 해소 없이 '음모론'으로 치부됐다. 선관위 로그파일은 결국 법적인 이유로 공개돼지 못했지만, 총 2218개 투표소 중 332개소가 갑작스럽게 변경된 사실, 특히 상대적으로 강북지역의 일부 선거구 투표소가 절반 가까이 변경된 사실 탓에 내부 공모설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았다.

▲ 디도스 공격 사태에 연루 의혹을 산 최구식 의원. 그는 결국 최근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뉴시스

지난달 9일 검찰로 사건이 송치된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디도스 공격 당일, 박희태 의장 비서와 최구식 의원 비서 사이 돈 거래가 오간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져 경찰이 이를 뒤늦게 시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사당국이 이들 사이의 금전 거래를 알면서도 덮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 지시로 경찰이 이들의 금전 거래 사실을 덮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청와대 행정관이 공격 전날 이들의 술자리에 동석한 일, 이들 사이에서도 금전 거래가 오간 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경찰의 수사 사실을 최구식 의원에게 귀띔한 일 등이 언론에 잇따라 공개됐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여전히 남는 의혹들

검찰의 수사 종료로 사건은 일단 마침표를 찍게 됐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가장 큰 의문은 '윗선 개입'여부다. 특히 공 씨가 "혼자 책임을 져야할 것 같다", "이름 세 글자만 들어도 알 만한 사람이 뒤에서 책임질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분명한 진상 규명이 있어야 한다. 현재 검찰은 "최구식 의원과 최 의원의 처남 등 관련자들을 소환조사 했지만 범행 관련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 도중 사건 관련자 사이에 오간 1억 원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도 왜 이를 발표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돈거래 뿐만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 등 정치권 인사가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을 확인했으면서도 이를 숨겨 은폐 의혹을 자초한 것에 대해서도 해명해야 한다. 당장 야당은 디도스 수사를 축소하기 위한 '청와대의 수사 개입'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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