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하청노동자연대는 2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폭발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가스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환기 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에 있다"며 "배기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세진중공업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블록 안에는 철판에 칠한 페인트 등에서 발생하는 유해 가스와 LP가스 등이 가득 차 있지만 이를 빠져나가도록 하는 배기시설은 비용이 많이 들어 하청업체가 공정마다 설치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이들은 "사고가 난 블록은 일주일 전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유해가스로 인해 내부에 들어가면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며 "세진중공업은 공기의 자연스러운 순환이 이뤄지도록 액세스 홀(안전통로)조차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배아래 부위에 가스가 나갈 수 있는 액세스 홀만 제대로 존재했다면 이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가스가 누출됐다 하더라도 대부분 가스는 액세스 홀을 통해 배출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 노동자 한 명이 바닥에 물이 차 있는 곳에서 용접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
"노동자들은 정기안전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도 모른다"
이들은 "세진중공업은 지난해 로이드한국인증원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동시에 취득했다"며 "인증내용만 보면 세진중공업은 이번과 같은 폭발사고가 일어날 수 없는 회사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하지만 현실에서 세진중공업은 입사할 때 작업배치 전 안전교육을 형식에 불과한 2시간짜리 교육으로 대체할 뿐만 아니라 매월 정기적으로 실시하게 돼 있는 정기안전교육은 아예 실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다만 노동부 점검을 피하기 위해 허위로 서명을 강요할 뿐"이라며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매월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진중공업이 제작 중이던 블록의 발주사인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STX조선해양은 세진중공업의 원청인 셈"이라며 "STX조선해양이 원청 사업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하청 단가를 인하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결국 생존에 허덕이는 세진중공업은 그 아래 하청업체를 조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종국엔 사내하청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안전을 무시한 채 작업을 강요하는 빌미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사고가 발생한 이유는 조선 산업 안의 고질적인 원-하청 문제 때문"이라며 "노동부 및 관계기관들은 이번 사고를 조사함에 있어 STX조선해양이 세진중공업에 대해 공기 단축을 강요했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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