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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말하는 핵 발전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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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말하는 핵 발전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좌담] "MB 뽑은 것과 원전 건설, 결국 같은 마음"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난 이후,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여성들이었다. 사고 직후 방사능 비 우려가 있었을 때나 방사능 오염 식품 문제 등에서 먼저 주의를 촉구하고 정부를 비판한 것은 주로 여성들이었다. 최근 논란이 된 노원구 방사능 아스팔트 문제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도 방사능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엄마들의 모임인 '차일드 세이브' 회원이 방사능 계측기를 들고 지나다 알게 된 것이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평화박물관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는 문화·종교계 여성들이 모여 탈핵을 이야기하는 좌담회가 열렸다. 각기 평화운동과 환경운동의 한 축을 담당해온 이들은 이날 좌담회에서 '평화운동과 환경운동'의 만남을 강조했다. 또 종교계 인사와 신학자들은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젠더적 관점에서 '탈핵'을 본다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이날 좌담에 앞서 핵 문제와 한국사회의 관계를 조명하는 짧은 강연을 했다. 한홍구 교수는 "한국사회에는 핵 문제에 불감증을 가진 사람이 많다"면서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을 두고도 '우리를 해방시켜준 고마운 핵'이라고 생각하거나 '6.25때 맥아더가 북한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당시 조선인이 4만 명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망자 추산 자체도 만 단위로 이뤄지고, 조선인 피폭자의 사망률이 더 높은 것은 인종차별의 문제가 반영되어 있다"며 "현재 원폭 피해자 2세가 합천에 많이 모여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역사학자들도 이 문제에 관심이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핵무기와 원자력 발전은 동전의 양면이지만 사회 운동 내에서도 평화운동과 환경운동이 따로 움직이고, 지역 문제가 전국 문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그간 쌓아온 성과물을 모아 함게 살려낼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북 여성 교류 운동을 펼쳐온 김정수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상임대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평화운동과 환경운동이 만나야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또 여성 운동 내에서도 탈핵을 의제로 채택해서 공론화하거나 운동으로 전개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평화 여성회에서는 다른 여성 단체들과 함께 탈핵 의제를 젠더적 관점에서 해석하기 위한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며 "3월 중에는 동북아 여성들이 참여하는 국제회의를 열어 '핵없는 동북아시아'를 촉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결의문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 ⓒ프레시안(채은하)

"핵 문제의 핵심은 욕심…종교계의 역할 중요"

'페미니스트 신학자'로 유명한 현경 뉴욕 유니온 신학대 교수는 "에코 페미니스트인 조아나 메이시는 '우리 안의 우울증, 말할 수 없는 절망이 핵을 향해 쏠려 가게 만든다'고 말했다"면서 "강정 문제도 해군기지에 이지스함, 핵잠수함이 들어오는 것인데, 이러한 핵 문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너무나 깊은 영적, 사회적 정신 분열에 근거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도 전세계의 단 하나밖에 없는 핵이 떨어진 나라이나 이미 핵시설과 원자로가 얼마나 많은가. 후쿠시마 사고가 바로 옆에서 일어났는데도 우리나라는 계속 원자력 발전확대하자고 하지 않나. 우리 모두가 가진 정신 분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것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은 똑같은 마음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경 교수는 "우리 문명의 핵심은 욕심이며, 핵 문제는 우리 존재의 문제"라며 "제일 먼저 우리가 누구인가, 우리가 어디에 와있는가를 돌아보는 근본에서부터 시작해서, 핵의 위험에 대해 모두가 깊이 있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서현 원불교 교무는 "탈핵에 대해 이야기하면 '전기를 써야하니 원전은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가장 많다"면서 "젊은 세대는 그래도 나은데 예전에 아궁이에 불때고 힘들어한 기억이 있는 기성 세대는 '나는 반대는 못하겠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서현 교무는 "원불교에서는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복'이라고 하는데 4대강 공사와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바뀌지 못하는 우리를 보면서 과연 이 말이 맞는지 해답을 못 찾고 있다"고 토로하면서 "인간이 저지른 모든 파괴와 해악을 참회하고 기도하고 있다. 종교가 큰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 발전으로 누가 이득을 얻는가, 분명히 밝혀야할 문제"

박경미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교수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종말론에 대해 생각했다. 기독교도 종말론이 있지만, 인도철학에서 시작된 불교도 주기적인 폭발, 주기적인 대재앙에 의해 폭파되고 다시 시작하는 교리가 있다"며 "그러다 보니 종말, 파괴에 익숙해지고 한편으로는 '나는 남은 자에 속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잔혹한 심리가 있다"고 짚었다.

박경미 교수는 "종교적으로 생각하면 다 회개해야 하는 문제지만, 현실적으로 핵 문제는 어떤 사람이 나쁘고, 책임이 있는지, 누가 돈을 버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은 핵무기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일 뿐이고,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회정치적인 언어로 바꿔말하면 핵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가장 중요한 문제가 정보의 차단인데, 시민들은 원자력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 사이 자신이 낸 전기요금으로 원자력문화재단이 홍보하고 교수들이 연구비로 받아서 '원자력 마피아'를 구성한다. 내가 낸 돈이 어디로 가는지 그 구조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핵 정책이 바뀌리라고 기대하지 않지만 많이 알면 알 수록 아이들은 바뀐다고 확신한다"며 "전교조 등과 논의를 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원자력은 좋은 에너지다'라는 생각을 바꾸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소통…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은?"

김제남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운영위원장은 "독일인들이 탈핵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원동력이 뭘까 보니, 체르노빌 사고가 전문가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엄청난 트라우마로 뼈속 깊이 박혀 있었다"면서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피해가 아이들에게 가다보니,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감이 중요한 시민 윤리의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생협 주부들, 어머니들이 바뀌고 있다. 마을, 지역 단위로부터 일상적으로 토론하고 진실을 알아가는 움직임들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생협이나 한살림 등의 단체에서는 탈핵을 주요 의제로 총회에서 선언하는 것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012년, 한꺼번에 탈핵 원년으로 만들지는 못해도 평화운동과 환경운동이 만나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헌 예술과 마을 네트워크 대표는 "원자력에서 사고가 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임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전파가 안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시민들이 도시 공동체를 회복하고 주민의 소통구조가 회복되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한혜정 연세대 사회과학대 교수도 "독일이 탈핵을 결정할 때 시민윤리위원회를 구성해 하루 8시간 씩 9일간 토론한 것처럼 중요한 것은 '소통'의 문제"라고 동의하면서 "무엇보다 전문가가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의 생산과 유통의 문제를 어떻게 분리해야 하는지, 원전이 깨끗한 에너지가 아님을 설득력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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