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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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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아동학대, 주범 보다 무서운 공범들·②] '자식은 내 소유물'

'아동학대, 주범보다 무서운 공범들'

☞ 1편 : 부모가 칼 들고 아이 위협, 아동 학대 왜 자꾸…

"아이 버릇 고치려 때린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온 다솔이(가명, 10살)의 집을 방문했을 때 아이의 아버지는 '내 가정사에 너희가 무슨 참견'이냐며 상담원들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그는 '아이가 잘못을 하면 맞아야 한다'면서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아이의 버릇을 고치기 위한 것이지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학대 상담이 필요하다는 조언에는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고 공격적인 성격을 숨기지 않았다. 재혼한 부인도 아이의 상처에 대해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며 거짓말을 했다. 둘다 어떤 상담이나 치료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은 채 '남의 집안일에 끼어들지 말고 돌아가라'고만 요구했다."

'남의 가정사에 끼어들지 마라'는 것은 중앙아동보호기관 상담사들이 가정을 방문했을 때 가해 부모로부터 자주 볼 수 있는 반응이라고 한다.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가정관과 '부모-자식' 사이는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절대적인 관계로 보는 인식 등이 그대로 들어있다.

노르웨이·덴마크에선 70년대부터 체벌금지법, "아이 때리면 구속"

이배근 아동학대예방협회 회장은 "아동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존중하는 것이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오랜 악습이 특히 유교 문화권인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여전히 많은 수의 부모들이 '아이를 훈육한다'는 명목으로 아이를 심하게 구타하고 체벌하거나 언어폭력을 가하면서도 자신이 학대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고 말했다.

이배근 회장은 "유교문화권의 특징 중 하나은 체벌을 교육의 하나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라며 "노르웨이나 덴마크는 1970년대에 이미 아이를 때리면 구속, 제재를 당하는 체벌 금지법이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학교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것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는 마당 아니나"고 꼬집었다.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문화는 아동학대 신고율이 낮은 원인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올해 초 광진구 아동 사망 사건만 해도 집안에서 나는 비명소리에 옆집에서 1577-1391(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 신고전화)에 신고만 했다면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며 "다들 '저출산'을 걱정한다고 하지만 태어난 애들을 잘 기르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아동학대가 '집안일'?…명백한 범죄!'

부모를 자녀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은 당사자만이 아니다. 아동학대가 범죄라는 인식이 낮은 상당수 공무원들은 '집안일'에 끼기를 꺼린다. 앞서 다솔이 가정의 문제에서도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처음에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내 자식 교육 내가 알아서 한다'는 반발에 경찰들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돌아갔다.

이지미 중앙아동전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경찰이 신고를 받아 직접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신체학대에 못이겨 가출한 아이더러 '찜질방 가서 하룻밤 자고 들어가라'고 하는 등 아동보호기관과 큰 시각차를 보이는 경우가 있다"며 "때로 현장조사 시 경찰에 동행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많은 사건과 민원 등에 바쁘고, '남의 아이 가르친다는데'는 식으로 반응하는 경우도 많아 사실상 현장 공조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장화정 중앙아동전문기관 관장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아동학대를 범죄로 인식하는 수준이 낮고 또 '학대'라고 하면 대부분 상당히 강도 높은 수준의 가해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나치게 체벌하는 것도 아동학대가 될 수 있는데, 현재의 인식은 UN의 아동권리협약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스스로 학대 인식 못 하는 아이들, 중요한 건 신고

실제로 우리나라가 아동학대를 '범죄'로 인식한 지는 12년 정도에 불과하다. 1998년 의왕시에서 아버지와 계모가 어린 남매를 학대해 누나를 굶겨 죽여 앞마당에 묻고, 당시 6살이던 동생도 뼈만 앙상한 채 사망 직전에 발견된 이른바 '영훈히 남매 사건'이 언론을 타면서 이때부터 아동학대 문제가 공론화됐다. 이러한 논란에서부터 2000년 아동복지법이 전면 개정되고,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생기는 등 이른바 '아동보호' 대책에 실시되기 시작했다.

장화정 관장은 "아동학대의 경우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스스로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신고를 해주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영아의 경우 조기에 발견되어야 하는데, 이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신고"라고 말했다.

그는 "아동학대 중 다수를 이루는 가정에서의 학대는 대부분 오랜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면서 "특히 성(性)학대 같은 경우 학대의 강도는 점점 커지지만 아이는 학대에 오히려 무뎌지게 되고, 아이의 고립이 심각할 수록 학대는 더 심각해진다"며 '조기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도가니' 논란을 거치며 아동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진 것처럼, 방임 등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신고의무자 아동학대 미신고 과태료 100만 원

이 때문에 특히 중요한 것은 아동복지법 상 규정된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의 신고다. 초중고 교사, 의료인, 구급대원, 유치원·보육시설 종사자, 가정폭력·성폭력 등 관련 상담소 종사자, 학원 운영자·강사 등 아동학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직종에 있는 이들이 해당된다. 그러나 2010년 한 해 동안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9199건 가운데 신고의무자의 신고는 30.9%에 그쳤다.

이는 미국에서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이 56%를 넘는 등 선진국의 신고율이 40~50%대인 것을 생각하면 낮은 수치다. 장화정 관장은 "본인이 신고의무자인지 모르는 경우도 많고, 알더라도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부족, 신고 이후 신변 위협에 대한 두려움, 신고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조항이 없다는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이들의 아동학대 신고 의무를 강화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했고 내년 8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의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사회복지시설장, 의료기사, 청소년시설 및 단체 종사자 등을 추가해 현 12개 직무에서 20개로 확대됐고, 이들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자체의 관심이 아동학대 줄인다

아동학대 신고율이 높은 미국의 경우,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약식기소 되나 그 이후에는 3급 경범죄로 처벌받도록 되어 있다. 장 관장은 "과태료 부과에 비록 반발 여론도 있지만 저조한 아동학대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한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아동학대전문기관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5년 11월 아동학대 예방업무가 지자체로 이전되면서 각 지자체의 재정과 관심도에 따라 지역 기관마다 예산과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난다. 한 기관이 충청 북부, 강원 동부 등 넓은 지역을 커버하는 경우도 많다.

이지미 아동보호전문기관 홍보협력팀장은 "한 센터에 6~8명이 상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지역별로 보면 기관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가 아동학대 사례를 가장 많이 발견하고 보호 사례도 많다. 각 기관마다 얼마나 인프라가 확충되어 있느냐에 따라 아동에게 제공할 서비스의 질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아동이 어느 지역에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학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느냐 여부도 갈리는 셈이다.

불 지르고, 때리고…신변 위협에 시달리는 아동학대 상담원들

대부분의 가해부모들은 아동학대를 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아동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에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서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에 나서거나 격리 조치 등을 취할 경우 상담원들의 신변을 위협하는 등 폭력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상담원들에게 폭언을 퍼붓는 것은 다반사고 이들을 폭행하거나 흉기로 위협하고 심지어는 사무실에 불을 지른 사례도 있었다.

지난달 23일에는 자신의 아들을 격리하고 자신을 알콜중독으로 병원에 입원시킨데 불만을 품은 한 30대 남성이 경남서부아동보호기관 사무실에 방화를 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는 사무실 바닥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이 화재로 이 남성은 전신 중화상을 입고 입원치료 사망했으며 사무실에 있던 직원 등 10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또 지난해 1월에는 아버지로부터 학대당하는 아동의 집에 현장조사를 나간 상담원이 아버지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머리가 찢어지고 손가락 근육과 뼈가 파열되는 등 전치 1년의 심각한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그는 폭행 후유증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했다.

▲ 아동학대전문기관의 격리, 치료 조치에 앙심을 품은 가해 부모가 불을 지른 경남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무실 내 모습. ⓒ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 단속은 '공공의 업무'

아동학대 전문상담원들은 법적 강제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민간인이다. 또 상당수 시민들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른다. 또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취하는 격리나 입원 등의 조치에는 강제성이 없다는 점도 현장에서 가해자와 상담원들 간의 갈등을 키우는 요소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조사원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서는 경찰과 같은 공권력이 아동 학대 현장에 함께 출동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조언한다. 현재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경찰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지만 이미 많은 사건과 민원에 시달리는 경찰들이 아동학대 사건에 공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장화정 관장은 "상담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경찰이 동행하거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상주 경찰을 배치해 함께 현장 조사, 사례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외에도 상담원들에게 제복을 입히거나 사무실을 시청 등 공공기관 안으로 이전하는 등 '공공의 업무'인 아동학대 상담에 공적 권위를 입힐 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년 8월에 시행되는 개정된 아동복지법에는 아동학대 행위자에게 현장에 출동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이나 사법경찰 관리의 업무수행 시 폭행·협박이나 현장조사를 거부하는 등의 행위를 금하도록 하고,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항도 신고 후 현장조사에만 한정하고 있어 길게는 3년까지 걸리는 사례관리 과정 중에서 일어나는 상담원에 대한 신변 위협까지 포괄하지 못하고 있고, 징역이나 벌금 등의 처벌은 사후적인 대책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기획에 포함된 사례는 각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언론에 공개한 것으로, 각 아동의 인권 보호 등을 위해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또 당사자가 특정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구체적인 지역과 해당 센터 이름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동학대 문제는 가해자와 보호자가 일치하는 특수성 때문에 당사자의 동의를 얻기 어려워, 보다 다양한 사례를 기사에 인용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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