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14살 중학생의 죽음, 지난 9개월 동안 무슨 일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14살 중학생의 죽음, 지난 9개월 동안 무슨 일이…?

[사건의 재구성] 60차례 폭행 등 집단 괴롭힘 당해, 결국 자살 선택

지난 20일, 집단 괴롭힘과 폭력에 견디지 못한 14살 남학생 A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1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같은 또래 친구들에게 폭력과 협박, 인간 이하의 모욕을 겪으며 살아야 했다. 주위에선 아무도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사랑하는 어머니에게도 자신이 집단 괴롭힘을 받는다고 말하지 못했다. 뒷감당이 무서워서였다.

결국, 14살 아이가 선택한 건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순하고 착한 이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도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못할 때 취하는 행동이다. 지난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14살 아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고인의 유서, 언론보도 및 고인 어머니의 인터뷰를 기본으로 재구성했다. <편집자>


2011년, 3월 중순께였다. A군에게 B군이 함께 게임을 하자고 했다. B군은 A군이 인터넷 게임을 잘한다는 것을 알고서 그런 제안을 했다. 하지만 말만 함께하자는 거였지 사실은 게임을 대신해서 게임 캐릭터를 키워달라는 협박이었다.

B군은 A군에게 자신의 게임 사이트 접속 ID 등을 알려줬고, A군은 이때부터 B군 대신 게임을 해야 했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A군의 집에서 게임도 하고 라면도 끓여먹으며 함께 지냈다. B군은 게임에 쓴다며 A군 통장에 모아놓은 돈까지 가져갔다. 이후에도 매일 돈을 달라고 했다.

A군 입장에서는 이때가 그나마 나았다. 2학기가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난 10월부터는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A군이 대신 키워가고 있던 B군의 온라인게임 캐릭터가 해킹을 당하면서 B군과 그의 친구 C군의 괴롭힘이 시작됐다. 캐릭터 레벨이 떨어지고 아이템이 날아가 버리자 B군은 원상태로 만들어 놓으라며 A군을 때리기 시작했다.

▲ 경찰이 공개한 A군에게 폭행을 가하는 데 사용한 물건들. ⓒ연합뉴스

게임 캐릭터 능력치 키우라며 폭행

순한 성격의 A군은 폭력이 무서워 아무 말도 못하고 B군과 C군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B군과 C군은 폭행과 가혹행위의 그 수위가 점점 더 높여졌다. 돈을 달라고 하는 건 기본이었다.

날이 갈수록 괴롭힘은 더욱 심해졌다. 피지도 못하는 담배를 피우게 하고 오만 심부름과 숙제를 시켰다. 고등학생들이 많이 입는 고가의 겨울점퍼를 구입하도록 한 뒤 빼앗기도 했다. 방과 후에는 매일 A군의 집에 와서 때리고 괴롭혔다.

캐릭터의 능력치를 키우라는 협박과 폭력은 계속 이어졌다. 수업시간에는 공부도 하지 말라고 했다. 문제집도 공부하지 못하도록 다 가져갔다. 공부할 시간에 게임을 해서 능력치를 키우라는 것.

폭력 행위도 심해졌다. 화장실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물고문을 하기도 했다. 단소로 때리기도 했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폭력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A군의 몸에는 멍 자국이 없던 날이 없었다.

멍 자국을 의심한 어머니는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만, A군은 B군 등의 보복이 두려워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생긴 거라고 둘러댔다.

하지만 A군은 너무 힘들어 몇 번이나 자살을 생각했다. 부모님을 생각하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몇 번을 꾹 참고 학교생활을 했다. 그러다 일이 터졌다. 12월 19일, 수업을 마치고 A군 집에 온 B군과 C군은 "짜증난다. 너 빨리 게임 안 할래"라며 공부를 하고 있던 A군의 교과서를 빼앗았다.

무릎을 꿇고 라디오를 양손으로 든 채 10분 동안 벌을 서게도 했다. 이어 라디오 전원선을 뽑아 A군 목에 묶어 끌고 다니며 바닥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도록 하기도 했다.

또한, A군을 피아노 의자에 엎드리게 하고 A군 형이 격투기를 배우며 구입한 목검과 권투 글러브 등으로 마구 때렸다. A군을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양팔을 잡고 문구용 칼로 팔에 상처를 내려고 하다 실패하자 일회용 라이터 불을 몸에 대기도 했다. 할머니 칠순잔치 사진을 보고 가족에게 욕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공부를 하지 말라고 영어자습서를 찢고 3학년 때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한문책과 수학책을 가져갔다. 그렇게 한참을 괴롭힌 뒤에야 B군과 C군은 A군의 집을 떠났다.

너무 힘들어 친구에게 전화를 해 "오늘 엄청 맞았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괴로워 죽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러자 친구는 "선생님에게 말씀드리라"고 했지만 A군은 "그러면 맞아 죽는다"며 "혹시 나한테 무슨 일 생기면 우리 부모님께 얘기해 줘"라고 했다.

그것이 A군의 마지막 통화였다. A군은 이후 자신의 방에 들어가 A4 4장 분량의 유서를 썼다. 그리곤 엄마 몰래 엄마 휴대전화에 저장된 자기 번호를 지웠다. 이튿날 아침 엄마가 출근한 뒤 거실을 깨끗이 치워놓고, 엄마가 핸드백을 놓아두는 곳에 유서를 내려놨다. 그리곤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

14살 중학생 유서 통해 "계속 살아있으면 더 불효할 거 같다"

A군은 죽기 직전 쓴 유서를 통해 "진짜 죄송하다"며 "이 방법이 가장 불효이긴 하지만 제가 이대로 계속 살아있으면 오히려 더 불효를 끼칠 것 같다"고 자신의 자실 이유를 설명했다.

A군은 "남한테 (지금의 상황을) 말하려 했지만 (B군 등이) 협박을 했어요"라며 그간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지 못한 이유도 밝혔다. A군은 "원래 진실을 말해서 우리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었다"며 "이제라도 진실을 말해 억울함과 가족 간 오해와 다툼이 없어져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A군은 "더 이상 가족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슬프지만 오히려 그간의 오해가 다 풀려서 후련하기도 하다"며 "우리 가족들, 이제 앞으로 내가 없어도 내 걱정 없이 잘 살기를 빈다"고 덧붙였다.

27일 발표된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수시로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 A군에게 강제로 게임을 하라고 강요했다. 또 이들은 A군이 자신들의 지시 사항을 제대로 따르지 않을 경우,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B군과 C군은 각각 39차례와 19차례 폭행을 가했다.

이 때문에 A군의 신체 곳곳에서는 멍 자국 등이 발견됐다. 멍은 엉덩이와 허벅지, 등 부위 등에 집중적으로 발견돼 가해학생들이 피해 학생을 체벌의 하나인 속칭 '엎드려뻗쳐'를 시키고 도구를 사용해 폭행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도구를 이용하더라도 상당한 힘을 실어 때려야만 생길 수 있는 줄 형태의 긴 멍 자국도 있었다. 특히 일부 멍 자국은 피멍이나 일반적인 푸른색의 멍이 아니라 색이 노란색 등으로 변하는 상태여서 A군이 오랜 기간 폭행을 당한 점을 입증했다.

경찰이 복원한 지워진 A군 휴대전화 문자에는 무려 300여 통의 협박 문자가 들어 있었다. 내용을 보면 "1분 안에 정해라. 50분 맞을래, 숙제 15장 할래? 다른 답할 때마다 5분씩 맞는다", "너 답장 안 하면 너희 집 가서 깨운다", "지금 가서 샤워하고 잠깨라. 그리고 바로 게임해", "자고 싶으면 빨리 (게임) 시작해라" 등의 문자가 들어 있었다.

경찰은 이들이 피해 학생의 아파트 CCTV를 날짜별로 분석해 이들의 폭행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방침이다. 또 지난 3개월 동안 이들의 휴대전화 위치를 분석해 A군의 아파트에 출입한 횟수, A군과 함께 이동했는지 여부 등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은 그러나 가해 학생들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해 당초 실시할 예정이던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조사는 당분간 보류키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경찰은 유서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또 다른 동급생 한 명이 A군에게 추가로 폭력을 휘두른 사실을 확인, 이 학생에 대한 입건 여부를 검토 중이다.

▲ 27일 방학 중인 대구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학교폭력과 관련된 설문지를 작성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친구들의 괴롭힘에 의한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하자 각급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실태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고인 어머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한편, A군의 어머니는 27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뭐가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다"며 "그 아이들(B군, C군)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군 어머니는 "머릿속이 정말 백지처럼 하얗고 아무 생각도 없다"며 "그냥 무슨 영화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꿈꾸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금의 심경을 전했다.

A군 어머니는 가해 학생들을 두고 "자기가 한 잘못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잘못을 비는 게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자기가 진 죄만큼 벌을 받고 그리고 나서 우리 아이 몫까지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주면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A군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갔기 때문에 그 가해 아이들도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냥 정말 반성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또 이런 일이 안 생기지 않겠나"라고 가해자의 진심 어린 반성을 부탁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