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박근혜 비대위, 'MB 차별화' 껍데기 넘을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박근혜 비대위, 'MB 차별화' 껍데기 넘을까?

[분석] 박근혜, 김종인·이상돈 업고 어디까지 갈 수 있나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의 인적 구성안이 마침내 확정됐다. 총 10명의 비상대책위원은 세대를 넘나드는 개혁·중도 성향의 인사를 비롯, 그간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인물까지 폭넓게 포진됐다. 일각에선 이번 비대위 인선이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의 신호탄이란 분석도 나온다.

일단 당 안팎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나라당은 27일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결정한 비대위원 10명의 선임안을 의결했다. 비대위원엔 20대의 봉사활동가와 30대 쇄신파 의원, 50대 벤처기업가 등이 두루 포진됐다.

▲ 인적 구성을 완료한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가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뉴시스

反MB 성향 김종인·이상돈 발탁…김종인式 개혁 이루나?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다. 두 인물 모두 기본적으로는 '보수 인사'로 분류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BBK의혹, 4대강 사업 등에 거침없이 쓴 소리를 내왔다.

김종인 전 수석은 1987년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인 헌법 119조2항을 만든 인물이다. 노태우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지냈지만,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도록 한 '5.8 부동산 조치' 등 강력한 재벌개혁을 단행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선 경제부총리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복지와 분배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고, 재벌개혁과 검찰개혁에 대한 의지도 높아 보수·개혁 진영 모두에서 '영입 0순위'로 꼽혔던 인물이다. 최근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향해 "(경제에)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고 여전히 공부를 더 할 필요가 있다"며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 전 수석 자신도 스스로의 역할이 한나라당의 "창조적 파괴"에 있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후 열린 비대위 첫 회의 자리에서 "지금과 같은 정당으론 창조적 파괴를 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박 비대위원장도 내 성향이 어떤지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상돈 교수 역시 대표적인 보수 논객으로 꼽히지만, 현 정부 들어 환경단체 및 운하반대교수모임과 함께 4대강 사업에 대한 소송을 주도하는 등 칼끝을 세워왔다. 특히 이 교수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4대강 침묵'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질타한 인물이다.

'박근혜 비대위'에서 사실상 좌장 역할을 하게 될 두 인물의 영입을 두고, 박 비대위원장이 본격적으로 이명박 정부와의 정책적 차별화를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된 황영철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동안 당이 청와대의 하수인이라는 비판을 받은 만큼, 나름대로 선 긋기와 차별화 시도가 필요했다"며 "그동안 건전한 비판을 해온 사람들이 (비대위에) 들어왔기 때문에 정책 쇄신과 인적 쇄신을 통한 차별화는 숙명적"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이어온 원희룡 의원 역시 "김종인 박사 참여는 최상의 카드"라며 "김종인 박사가 헤쳐나가는 '창조적 파괴'에 기대를 갖고 주목하겠다"며 비대위 인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친박-친이 배제하고 쇄신파 인선…'쇄신 논란' 불식 위한 포석?

비대위의 당내 인사로 쇄신파 의원 2명을 발탁한 것도 주목된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10명의 비대위원을 가운데 절반 아래인 4명만이 당내 인사로 채워졌다. 이들 중 당연직인 황우여 원내대표·이주영 정책위의장을 제외한 두 명은 김세연·주광덕 등 개혁 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이다. 신임 대변인으로 임명된 황영철 의원 역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표결 당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쇄신파이며, 김세연 의원은 초선 쇄신모임인 민본21의 간사를 맡고 있다.

당의 양대 계파인 친박계와 친이계를 모두 배제하고 쇄신파 초선 의원을 전면 배치한 것은 '계파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피하는 동시에 당 쇄신 의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 여기에 26세의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 등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해 비대위의 '세대별 안배' 역시 고려했다는 평도 나온다. 일단 표면적인 인적 구성안엔 '성공'한 셈이다.

'쇄신의 한나라', 남북관계·정봉주엔 침묵?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박 비대위원장이 김종인·이상돈 등 '反MB' 성향의 인물을 내년 총선까지 이끌어갈 비대위원에 전면 배치했다는 것은, 그 만큼 이명박 정부와의 정책적 차별화를 추진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자칫 이번 비대위가 '구색 맞추기' 식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그 만큼 '쇄신 내용'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비대위 출범 1주일간의 성적표는 그렇지 못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한나라당은 제대로 된 입장 표명 없이 정부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 '뼈를 깎는 쇄신' 같은 화려한 수식어는 계속 흘러나왔지만, 김정일 사망 국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은 물론 한나라당의 입장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 것.

정봉주 전 의원의 구속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 자신조차 휘말려 버린 BBK 문제에 대해서도 들끓는 여론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전폭적 쇄신'이 아닌, 박근혜 비대위원장만을 바라보는 '무기력증'이 당을 지배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박근혜 비대위, '빛 좋은 개살구' 되지 않으려면…

당장 야당은 디도스 공격 사건, 예산안,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등 각종 현안 문제를 카드로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전면 쇄신을 위한 인적 교체를 이뤘다"고 자평하는 박근혜 비대위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민주통합당 오종식 대변인은 한나라당 비대위 인선에 대해 "박근혜 식 이미지 정치가 고스란히 인선에 반영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콘텐츠가 없는 이미지 쇄신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며, 우리는 국정 쇄신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디도스 테러에 대한 부실 은폐·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한 입장과 의지 표명 △4대 특검과 2대 국정조사 수용 등을 한나라당에 요구했다.

이런 지적은 당내에서도 나왔다. 안형환 의원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대를 맞춘 것은 모양새만 갖춘 느낌이 든다"며 "비상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조직인데 교수가 너무 많고 자문위원회 같다"고 꼬집었다.

한나라당은 이날 인선 확정 후 첫 비대위 회의를 통해 디도스 사태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 발표했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비대위 산하에 '디도스 국민검증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번 사태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최구식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체포 특권 포기도 선언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연루된 의원에게 책임을 묻고, 이후 검찰 소환 요구 등이 오더라도 자당 의원을 보호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외양상으로는 분명 진일보한 결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비서진 출신 청와대 행정관들의 연루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자칫 최구식 의원의 탈당이란 '꼬리 자르기' 내지 '물타기'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디도스 검증위가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할만한 '내용'을 담보해야만 한다. 이와는 별개로 야당과 합의한 '디도스 특검' 약속 역시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창조적 파괴"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어렵사리 영입한 김종인·이상돈 두 '좌장'에 의해 비대위가 '파괴'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