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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핵발전 단지인가, 탈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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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세계 최대의 핵발전 단지인가, 탈핵인가"

[기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핵발전을 다시 생각하다

저는 12월 2일부터 광화문네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신규 핵발전소 부지를 발표하려는 움직임을 감지했기 때문입니다. 기어이 정부는 22일 강원도 삼척과 경상북도 영덕을 신규 핵발전소 부지로 선정했습니다. 형식적인 발표주체는 한국수력원자력(주)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주도한 것입니다.

현재 가동 중인 것 21개에, 건설 중인 것 7개, 계획 중인 것 6개를 합치면 34개…. 이것만해도 엄청난 숫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8개를 더 지을 부지를 선정하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에는 핵발전소가 42개나 들어서게 됩니다.

저는 핵발전에 반대합니다. 핵발전의 나쁜 점을 얘기하면 수십 가지가 되겠지만 딱 세가지만 얘기하겠습니다. 첫째, 핵발전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자랑하던 일본에서 사고가 났습니다. 자연재해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고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인간의 실수, 테러, 전쟁 등 여러 요인에 의해 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핵발전 사고의 문제점은 수백년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을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한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사고가 난다는 데 있습니다. 일본 같은 국가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휘청하는 것을 보고, 보상비만 68조원이 들어간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핵발전을 고집하는 것은 제정신이 아닙니다.

둘째, 핵발전은 비윤리적입니다. 여러 면에서 비윤리적입니다. 단지 인구가 적다는 이유로 동해안 해안가에 핵발전소를 몰아넣고 서울같은 대도시에서는 전기를 쓰기만 한다는 점에서도 비윤리적입니다. 비정규 노동자를 핵발전소에서 방사능의 위험 속에 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비윤리적입니다. 가장 비윤리적인 것은 10만년을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양산한다는 점입니다. 사용후 핵연료는 10만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겨우 2만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인류가 10만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물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생태계의 질서를 전면으로 교란하는 것입니다.

셋째, 핵발전은 경제적이지 않습니다. 정부는 핵발전이 싸다고 주장하지만, 거짓입니다. 이미 핵발전 단가가 태양광보다 비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태양광 발전의 단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핵발전 단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계산하고 있는 핵발전 비용에는 핵발전소를 문닫고 해체하는 비용과 핵폐기물을 처리하고 보관하는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 비용까지 반영한다면 핵발전은 결코 싸지 않습니다.

가장 문제는 핵발전과 관련된 정책이 밀실에서 소수집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플루토늄은 먹어도 된다'는 말을 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일부 관료들이 참여하며 핵발전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참여해서 정책이 결정됩니다. 우리나라에 많이 존재하는 '영혼이 없는 전문가'들은 독립성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정책을 더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들어갈 틈이 없는 구조입니다. 정치에서라도 핵발전에 관심을 가져야 시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 텐데, 우리나라 정치에서 핵발전은 쟁점이 된 적도 없습니다. 최근에 진보정당들이 핵발전의 단계적 폐기를 정책으로 채택하고, 민주통합당이 원전을 재검토하겠다지만, 단지 정책으로 채택한다고 해서 현재 추진 중인 핵발전 확대정책이 멈추는 건 아닙니다. 핵마피아들은 그냥 이미 마련된 계획을 진행시키면 됩니다. 정치가 이 문제를 핵심의제로 삼고, 관료-전문가-이익집단들의 저항을 극복하지 않는 한 핵발전은 확대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막연하게 '반대'나 '재검토'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어떻게 핵발전으로부터 벗어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핵발전 확대를 사실상 용인하거나 수수방관하는 것입니다.

저는 핵발전소는 이미 건설을 마쳤다고 하더라도 가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호기 2개는 건설을 거의 마쳤습니다. 그래서 내년 중에 가동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2개를 가동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2개를 가동하는 순간 핵폐기물들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할 것이고, 방사능덩어리인 핵발전소 2개를 뒤처리해야 할 부담을 미래세대가 추가로 떠안게 됩니다.

이번에 선정된 신규부지는 당연히 철회되어야 합니다. 안전하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은 핵발전소를 더 지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어느 분이 트위터에서 '호롱불 켜고 사느냐'고 멘션을 주셨더군요. 참으로 왜곡된 인식입니다. 물론 이런 인식을 퍼뜨린 주체도 정부입니다. 전기요금 중에 1년에 100억 원을 떼내어 원자력문화재단이라는 곳에 주고 원자력에 대해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데 쓰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핵발전 중단한다고 해서 호롱불 켜고 살지 않습니다. 핵발전 하지 않는 오스트리아나 덴마크 같은 국가도 전기 쓰고 삽니다. 2022년까지 탈핵을 하기로 한 독일 같은 국가도 전기 쓰고 삽니다. 물론 전기소비를 지금보다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을 하면 핵발전에 의존하지 않고 살 수 있습니다. 지식경제부가 대통령 업무보고를 하면서 전기소비를 5% 줄이면 핵발전소 2.5개를 안 지어도 된다고 했더군요. 어떻게 계산한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기소비를 줄이면 핵발전소를 더 짓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독일은 탈핵을 하기로 하면서 3%대에 불과하던 재생가능에너지 비율을 20%대로 올렸고, 앞으로 더 올릴 예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35만개의 일자리도 창출되었습니다.

핵발전을 포기하는 것은 오히려 행복을 찾는 길입니다. '지속가능한 행복' 말입니다. 반대로 핵발전을 계속하는 건 불행의 씨앗을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당장에 핵발전소를 모두 멈추자는 건 아닙니다. 단계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입니다. 현재 가동 중인 21개의 핵발전소는 수명이 끝나는 대로 문을 닫고, 새로운 핵발전소는 짓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2030년 정도까지 전기소비를 억제하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해서 핵발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서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이미 나온 핵폐기물은 최대한 안전하게 처리할 방법을 찾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우선 신규부지 선정과 핵발전 확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혼자서 '저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모아지면, 내년 총선, 대선에서 핵발전 문제가 진지하게 논의되게 할 수 있습니다. 핵발전 확대냐 탈핵이냐에 대해 치열한 토론이 이루어지게 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311시간 시민행동에 들어갑니다. 제가 1인 시위를 해 온 광화문 네거리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갑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시민들을 만나면서 왜 핵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해야 하는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그것이 다음세대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책임있는 행동이기에….

▲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하승수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사무처장. ⓒ하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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