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단이 4차 협상 이전에 분과별로 별도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한 데 대해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연내 타결을 위해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려는 의도"로 풀이하면서 "협상을 빠르게 진행할수록 미국에 유리해진다"고 주장했다.
우리 측 협상단이 연내 협상타결을 바라는 미국 측 협상단의 전략에 휘말려 협상속도를 올린다면 협상이 미국에 유리하게 될 뿐만 아니라 협상에 따른 국내 피해에 대한 대책 검토도 부실해지는 등 '졸속협상'과 '졸속대책'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협상속도 빠를수록 미국에 유리"
국회 FTA특별위원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정태인 전 청와대국민경제비서관은 11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번 한미 FTA 3차 협상을 평가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동안 우리 측 협상단의 준비부족을 강조해 온 정태인 전 비서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협상) 초기에 쟁점이 됐던 것이 우리 측의 준비부족이었다"며 "준비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을) 빠른 속도로 할수록 미국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서비스와 농업, 제조업 모든 부분에서 경쟁력이 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 분야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앞으로 더욱 강해질 전망이지만, 우리 측의 준비부족 때문에 이들 분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미국 측에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협상이 진행되면 개방에 따른 국내 산업의 피해를 돌볼 대책에 관한 검토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어 한미 FTA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이 정태인 전 비서관의 생각이다.
"공공서비스 개방 요구, 매우 위험"
한편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 협상단이 우리의 공공부문 개방을 강조한 데 대해서도 정태인 전 비서관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미국 민간기업이 진출하려는 공공영역이 문제"라며 지난 1995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로 인해 캐나다의 우체국과 미국 민간 특송업체인 UPS 간에 발생한 분쟁을 소개했다.
이 분쟁은 미국 UPS도 소포를 배달하고 캐나다 우체국도 소포를 배달하는 상황에서 캐나다 정부가 우체국 직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UPS 측이 '정부보조금 지급에 따른 불공정 경쟁'이라고 지적하며 캐나다 우체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발생했다. 이 분쟁은 FTA 협정으로 공공서비스가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준 주요 사례로 언급돼 왔다.
정태인 전 비서관은 정부가 공공부문 개방 요구는 막아낸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는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공공부문을) 민영화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공공부문이) 민영화될 경우 산골까지 들어가던 공공서비스가 끊어져 버릴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본격적인 주고받기식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4차 협상을 전망하면서 "우리가 농업부문을 개방하고 미국이 섬유부문을 개방하는 것은 (우리에게) 확실하지 않은 이익과 확실한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농업부문을) 굳이 다른 분야에 연계시킨다면 반덤핑 규제 같이 미국이 양보하기 어려운 부분과 연계시키는 것이 우리 것(농업부문)을 지키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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