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에 따른 후속대책으로 당내 '재분배 태스크포스(TF)'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한미FTA 체결 효과를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재분배 정책에 신경을 쓰겠다는 것인데, 이제까지 당내 쇄신 그룹에서 꾸준히 주장해온 내용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FTA 후속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25일 오전 '양극화 해소와 국민의 이익이 되는 한미FTA를 위한 긴급한 정책과제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정책 성명을 냈다. 주요 내용은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과 이 구간 세율을 40%로 두는 것으로, 이는 정두언·김성식 등 쇄신파 의원들의 제안으로 홍준표 대표가 정책위 검토를 지시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들은 일단 소득세 과세표준 1억5000만 원, 또는 2억 원을 초과하는 구간을 신설해 세율을 40%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은 35%로, 과표 8800만 원 초과에 대해 일괄 적용된다.
민본21은 "나눔과 키움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상징적 조치로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개인적 수준이 아닌 국가 정책으로 제도화하는 차원"이라고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현재 소득세 과표 1억5000만 원을 초과하는 납세자는 7만7000여 명, 2억 원 초과자는 4만4000명에 달한다. 민본21은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할 경우 연간 1조 원 이상, 5년간 7조 원 수준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비정규직 대책, 대기업 성과 재배분 강화도 '쇄신 과제'로
이와 함께 비정규직 대책 강화와 대기업 시장 지배력 남용 방지·성과 재배분 강화를 쇄신 과제로 선정했다. 이들은 경제가 성장함에도 민생이 나아지지 않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비정규직 문제를 꼽고, 동일노동엔 동일임금, 유사노동의 경우엔 임금과 근로조건 등의 차별을 줄이기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중장기적으론 고용 불안정 노동자에게 추가적인 임금 보상을 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사내 하도급 노동자를 위해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공동 발의해 이번 회기 내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밖에도 이들은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고 성과 재배분을 유도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조달 관련 법 등 관계 법률을 개정하는 한편, 이를 논의하는 TF 구성을 당에 요구하기로 했다.
앞서 민본21은 전날 회동 직후 한미FTA 강행처리와 관련 "바로 선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고 밝혔지만, 19대 총선 불출마 여부에 대해선 언급을 자제했다. 민본21 회원 12명 중 11명은 "물리력에 의한 의사진행에 동참할 경우 19대 총선에 불출마 하겠다"고 선언한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에도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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