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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자력, 불가능하고 위험한 기술에 헛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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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원자력, 불가능하고 위험한 기술에 헛돈"

[토론회] 원자력진흥종합계획 두고 팽팽한 대립

"왜 원자력 산업을 축소하는 방향은 생각하지 않나. 원자력 발전은 확대할 수록 폐기물은 점점 더 늘어날텐데. 다음 세대를 위해 원자력 발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나. 소위 4세대 원자력이라는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는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상용화된 적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기술이다."(장정욱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제4세대 원자력은 우리가 누군가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2030년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쥐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선진국에서 일본과 한국의 성과를 참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4세대 원자력의 목적은 안전성, 경제성, 지속가능성이다."(박성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지난 21일 확정된 '제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을 두고 이를 추진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교육과학기술부와 이를 비판하는 교수, 시민단체 사이에 설전이 벌어졌다.

이번 종합계획에서 추진 방침을 재확인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 개발'의 안전성, 경제성, 환경친화성 등을 두고 양측은 팽팽하게 대립했고, 교육과학기술부를 비롯한 정부의 일방적인 원자력 확대 방침과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불투명성을 두고도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장정욱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날 방청객의 다수를 차지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은 발제 도중에도 질문을 제기하며 장 교수의 비판에 강하게 반발해 토론회 도중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과연 폐기물 줄어들까?"

제 4차 원자력진흥종합계획에서는 "소듐냉각고속로-파이로프로세싱 공정을 연계한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시스템을 지속개발하겠다"며 △소듐냉각고속로 주요기기 개발, 검증 △파이로프로세싱 실험실 규모 등 종합 실증 등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동해안 원자력 클러스터'를 추진 중인 경상북도는 울진에 이들 시설이 들어설 '제2원자력연구원'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장정욱 교수는 "'우라늄 자원을 재활용해 사용후 핵연료를 줄인다'는 것이 추진파들이 내세우는 목적인데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추진 측은 재처리로 사용후 핵연료의 95%를 재활용 할 수 있다고 선전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재활용 비율은 0.8~1.2%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추진파의 주장대로 95%의 재활용을 위해서는 사용후 핵연료의 92.9%를 차지하고 있는 우라늄238도 사용해야 하는데, 재처리 이후의 우라늄238은 불순물이 많아 사실상 사용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각국에서 혼합산화물(MOX) 연료를 제조할 때에는 보다 순수한 농축공정의 열화우라늄을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과연 방사능 폐기물 양이 줄어들 지도 알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파이로 프로세싱 과정에서 나오는 기체와 액체 폐기물은 물론 교환 부품, 필터 등이 폐기물로 생겨나고 소듐냉각고속로 역시 거기서 연료로 쓰이는 TRU(초우라늄) 자체가 폐기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방청객은 박성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에게 "핵연료를 재처리 하면 과연 폐기물이 얼마나 줄어들 수 있는 것이냐. 정확한 수치를 알려달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박 부원장은 "올해 원자력연구원에서 발표한 논문이 있다. 이를 참고하라"고 답하면서 '정확한 수치'를 원하는 질문이 계속되자 "전체 폐기물이 100이라면 이론 상으로 그중 폐기물은 5정도 일 것"이라고 답했다.

▲ ⓒ환경운동연합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 중인 냉각고속로(SFR)에 대해서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장정욱 교수는 "냉각재로 쓰이는 소듐의 특성상 물과 만나면 폭발을 일으키고 기계가 부식되어 사고가 나기 쉽다"며 "특히 고속증식로의 경우 연료봉 사이의 간격이 밀집되어 있어 핵폭주의 가능성이 높다. 독일도 이러한 이유로 완성한 원형로를 포기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에 고속증식로 시스템 설계를 맡은 한 연구원은 소듐고속로의 화재 가능성에 대해 "소듐-물 반응은 아무리 원자로 설계를 잘해도 피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방사능 물질이 국민에게 확산되지 않도록 설계 하기 때문에 경제성의 문제가 있을지언정 방사능 위험에서는 안전하다"고 반박했다.

최종배 교육과학기술부 전략기술개발관은 "100% 안전한 기술이 이 세상에 몇 개나 있을 것이며 1%라도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는 기술은 개발하지 않을 것이냐"며 "정부는 가능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파이로 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로 판단하고 개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재처리에 들인 돈 천문학적" vs "세계 성공사례 있다"

장 교수는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의 경제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11월 일본원자력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비용은 직접 처분 비용보다 약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왔고, 비공개 자료에서는 약 4배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의 경우 톤당 약 228억 원의 비용이 든다는 계산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고속로가 개발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는 논의"라며 "재처리 비용 외에도 최종처분장과 고속로 건설 비용 등을 합하면 천문학적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재처리를 하면 최종처분장이 필요 없는 것처럼 쓰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성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원장은 "일본은 원자력에 투자한 천문학적인 돈과 여러 실패와 사고를 생각하면 우리로서는 본받지 말아야 할 타산지석의 이웃"이라며 "세계에는 여러 성공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를 보면 고속로를 개발해 30년 간 가동률 76%로 운전해왔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고속로를 개발해 2014년 준공 예정이기도 하다"며 "이를 보고 중국도 2기를 도입할 예정으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인도 역시 500메가와트 급의 고속로를 건설중이고 계획대로라면 내년 중 완공된다"고 주장했다.

박성원 부원장의 주장에는 즉각 반박이 제기됐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일본원전사고 비상대책위원장은 " 과연 많은 정보가 통제되고 있는 러시아의 사례가 과연 한국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장정욱 교수는 "러시아에서 개발한 고속로는 한국에서 추진하는 것과 같은 종류도 아니고, 가동률이 높게 나오는 것은 계통이 2개라 하나가 고장나도 다른 하나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핵확산 저항성 비판은 국익에 도움 안된다"

한편 박성원 부원장은 국내 원자력계에서 '파이로프로세싱은 핵확산 저항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국익' 논리가 깔려 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현재 원자력계에서는 현재 개발중인 파이로 프로세싱은 플로토늄과 여타 우라늄계 원소가 섞여 나오기 때문에 '핵확산 저항성'을 가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일본원전사고 비상대책위원장은 "추진파에서는 파이로 프로세싱을 두고 '재처리'가 아니라 '재활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올해 4월 미 국무부 관리가 한국에서 개발하는 파이로 프로세싱은 핵확산 우려가 있는 재처리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재처리 이후에도 초우라늄 원소를 제거하면 플로토늄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IAEA도 2035년이 되면 재생가능 에너지가 앞설 것이라고 전망하는 상황"이라며 "원자력 산업은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서 쇠퇴해왔고 앞으로도 쇠퇴할 것이 분명한데 우리 정부만 고속로와 재처리에 투자하면서 신성장 동력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원자력 기술은 개발하면 할 수록 답없는 고준위 폐기물만 늘어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박성원 부원장은 "핵확산 저항성은 핵을 가진 나라가 못가진 나라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지할 때 강력한 수단으로 쓰이는 논리"라며 "우리가 파이로프로세싱을 추진하는 것은 핵확산 저항성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소듐냉각고속로에 적합한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핵확산 저항성이 있다, 없다를 두고 비판하는 것은 한국 국익에 전혀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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