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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원'한 안철수 vs '사위 환원'한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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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원'한 안철수 vs '사위 환원'한 이명박

안철수 1500억 사회 환원에 MB 청계재단도 '재조명'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10여 년 전 제가 책에 썼던 말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그래서 우선 제가 가진 안연구소 지분의 반 정도를 사회를 위해서 쓸 생각입니다."

14일 오후 5시30분 무렵. 한 통의 이메일이 안철수연구소 전 직원에게 발송됐다. 발신자는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창립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본인이 소유한 1500억 원 상당의 안철수연구소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 안철수 원장이 15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재산 환원 취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원장의 재산 환원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찬사는 물론, '대권 행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평가 등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안 원장이 어떤 방식으로 재산을 환원할지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안 원장은 이메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를 밟는 것이 좋을지, 또 어떻게 쓰이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것인지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겸허히 들어 결정하겠다"고만 언급했지만, 그가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을 위해 재산을 쓰고 싶다고 밝힘에 따라 공익재단을 설립해 주식을 현물 출연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다.

사실 정치인들의 재산 환원은 큰 선거를 앞두고 종종 있는 일이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사재 2000억 원(현금 300억, 주식 1700억 원)을 현대가의 아산나눔복지재단에 출연했고, 이명박 대통령 역시 청계재단을 설립해 사재 331억 원을 출연한 바 있다. "오래 전부터 생각한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한 안철수 원장의 항변에도, 많은 언론이 "본격적 대권 행보"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재산 전부 내놓겠다"던 MB 청계재단은…'측근 재단'에 기부?

안철수 원장의 재산 환원 소식에, 재산 환원 선언 2년 만에 청계재단을 설립한 이명박 대통령 역시 누리꾼의 입길에 재차 오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 직전 그간의 BBK, 다스,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 등 숱한 의혹을 일거에 잠재우는 재산 환원 선언을 하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 선언 후 2년이 지난 2009년 7월이 되어서야 자신이 보유한 건물 3채를 내놓고 자신의 아호를 딴 '청계재단'을 설립했는데, 재단 이사진에 대통령의 사위 및 측근이 대거 포진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먼저 이 대통령의 고려대 61학번 동기이자 이명박 후원회장을 지낸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이사장을 맡았고,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류우익 통일부 장관(현재 사임) 등도 설립 직후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대통령 측근으로 채워진 9명의 이사진 중엔 대통령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도 포함돼 있어, 일각에선 청계재단이 대통령의 '편법 증여용 재단'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재단 감사조차도 '측근 일색'이었다.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동창으로 이 대통령 후원회인 '명사랑' 회장을 지낸 김창대 세일이에씨 대표, 한나라당의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인 1997년 '세풍(稅風)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주정중 삼정컨설팅 회장이 감사로 이름을 올렸다.

▲ 청계재단 홈페이지. 이미 지난해 6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공지사항도 올라와 있지 않다. 하단의 '장학신청 바로하기' 버튼 역시 작동하지 않는다. ⓒ청계재단

이명박 대통령의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던 주식회사 다스가 주식의 5%를 청계재단에 출연한 것을 두고서도 의혹이 증폭됐다. 이로써 청계재단은 다스의 최대 주주인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46.85%) 씨, 2대 주주인 권영미(43.99%,이 대통령 처남 김재정 씨의 부인) 씨에 이은 다스의 3대 주주이자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다스에 입사해 경영기획팀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한 것도 우연이라고 하기엔 기묘하다. (☞관련 기사 : 청계재단 '다스' 지분 보유, MB 아들은 '다스'서 승승장구)

이를 두고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지난 4월 "매년 장학사업을 해야 하는 청계재단으로서 다스 지분 보유는 매우 실익이 없는 선택"이라며 "(청계재단이) 다스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어야 할 특별한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누리꾼 시끌…"'사회 환원'한 안철수, '사위 환원'한 가카"

안철수 원장의 재산 환원을 '여러모로 수상한' 이 대통령의 청계재단에 빗댄 누리꾼들의 조롱이 이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MB의 청계재단 꼼수 기부 VS 안철수의 통 큰 기부!"라고 이 대통령을 힐난했고, 이에 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한 분은 기부가 아니라 위탁관리죠"라고 받아쳤다.

"1500억을 아무 조건없이 사회 환원한 안철수 교수와 청계재단을 만들어 사위 환원한 가카. 참 비교된다", "기부는 자기와 전혀 무관한 곳에 헌납하는 것이 기부다. 청계재단은 안철수 씨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지적도 트위터 상에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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