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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붕괴…飛上하는 안철수, 非常걸린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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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 붕괴…飛上하는 안철수, 非常걸린 박근혜

[분석] 박근혜, '수첩'도 '파스'도 안 통했다

현 집권 여당이 '길거리 선동세력'이라고 깎아내리던 무소속 시민후보에게 패했다. '정당후보 대 시민후보'가 맞붙은 사상 초유의 선거에, 결과는 한나라당의 '판정패'였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내년 대선의 예고편 격이었던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국정 장악력 상실은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판도의 대규모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당장 4년여 동안 견고하게 유지돼온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엔 빨간불이 켜졌고, 한나라당도 패배 책임을 놓고 자중지란하는 모양새다. 선거 승리를 계기로 범야권이 통합에 속도를 내는 반면, 한나라당은 또다시 '집안싸움'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박근혜 대세론, 여권 '내부'의 대세론으로

여야 정치권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사활을 건 이유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그간 치러진 역대 선거에서 '서울시장 승리=대선 승리'라는 공식이 성립된 바 있고, 범야권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여권의 박근혜 전 대표가 각각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선거가 '대리전 양상'을 띠기도 했다.

▲ 결국 '안철수의 편지'가 '박근혜의 수첩'을 눌렀다. 내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치러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정치권도 대규모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뉴시스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이는 박근혜 전 대표일 수밖에 없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던 박 전 대표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8차례나 서울을 찾는 등 나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다. 18대 총선 당시 '공천 학살' 이후 4년여 만의 지원이었다.

선거 전날인 25일엔 나 후보 캠프를 찾아 자신이 직접 작성한 수첩을 전달하는 등 '이례적 행보'를 보였고, 수많은 시민과 악수를 하느라 손목에 파스를 붙인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근혜의 수첩'은 '안철수의 편지'를 누르지 못했다. '선거의 여왕'이란 명예엔 흠집이 났고, 힘이 빠진 대세론은 곧 여권 내 역학관계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우선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등 범친이계 대권 '잠룡'들을 중심으로 박 전 대표를 견제하며 세 불리기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대선과 당내 주도권 싸움을 놓고 또다시 계파 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있는 것.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섰고, 선거 캠프를 친이재오계 의원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친이계가 쉽사리 '반격'에 나설 수 없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 있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선거를 지배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책임론이 돌아올 여지는 거의 없다. 선거 초반 20~25%포인트까지 뒤지던 나 후보의 지지율을 박빙 구도까지 올려놓은 것이 박 전 대표의 공이라는 주장도 상당하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과 '불가근불가원' 관계를 유지했던 박 전 대표가 오히려 조기 등판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문제는 한나라당 '내부'가 아니라 '외부'다. 대세론이 유지되더라도, 한나라당 '내부의 대세론'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세론이 타격을 받은 것은 분명하지만, 한나라당 내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유의깊게 볼 것은 전체 대선 판도에서 박 전 대표의 독주 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야권은 '통합' 바라보는데…여권 '집안싸움' 스타트

선거 패배의 책임을 놓고 계파간 공방도 예상된다. 벌써부터 친이계 일각에선 지도부 책임론 및 내년 선거를 대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개편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가 '저격수 본색'을 발휘, 박원순 후보에 대한 '검증' 작업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이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적지않다.

홍준표 대표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선거 하루 전 기자간담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지 이 선거가 전부는 아니다"라며 "선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이고, 선거가 끝나면 패인을 분석하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리부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2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나던 선거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 누구냐"며 "홍 대표가 애초 '정권 심판' 구도의 선거를 '후보자 검증' 구도로 전환시켰다는 면에서 지도부 책임론 자체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패배의 후폭풍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안감에 휩싸인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전면적인 쇄신 요구가 높아질 것이고, 박근혜 전 대표가 본선 무대 진출에 나서면서 한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했던 친박계-쇄신파 '연합군'의 결별도 예고된다. 여기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보수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인사들의 '탈당 러시'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이를 두고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키는 친박계가 쥐고 있다"며 "친박계가 당장 당을 접수해 내년 총선부터 공천권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린다면 홍준표 체제가 쉽게 붕괴하겠지만, 박근혜 대세론이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그렇게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 '예고된' 패배…지나친 '네거티브' 부메랑으로

패배의 원인을 놓고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우선 나 후보 측이 '검증'이라고 주장해온 '네거티브 공세'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나 후보는 선거 초반부터 박 후보의 병역과 학력, 아름다운재단의 대기업 후원 문제 등을 들며 전방위적 공세에 나섰다. 이런 공격은 선거 하루 전날까지 계속돼, 홍준표 대표는 "박원순은 종북주의자"라며 색깔론까지 꺼내들었다. 급기야 나 후보 측은 선거 직전 "박원순은 쓰레기 같은 인간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가 이후 논평 문구를 수정하기도 했다.

특히 박 후보의 '천안함 발언' 등을 물고 늘어져 집중 포화를 퍼부은 모습은 보수층의 결집을 유도하기도 했지만, 과도한 네거티브 전략을 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중도층 유권자의 이탈을 낳았다.

당 대표까지 나서 박 후보에 대한 공격적인 '검증'에 나섰지만, 정작 나 후보가 자신에게 겨눠진 검증의 칼날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많다. 나 후보는 부친 소유 사학재단에 관한 각종 의혹에 "이번 선거는 내 선거"라며 선을 그었다가 10년째 사학 이사를 맡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후보자의 신뢰에 금이 가기도 했다.

선거 막판 터진 '초호화 피부과 출입 논란', '부친 학교에 대한 감사 배제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해명보다는 "(박 후보 측의) 흑색선전"이라며 짜증섞인 태도로 일관했던 것 역시 유권자의 표심을 떠나게 하는 배경이 됐다. 나 후보 본인이 먼저 겨눈 '네거티브' 효과가 부메랑이 돼 다시 돌아온 셈이다.

'박근혜 효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참여한 25.7%의 보수층에만 기댄 채 젊은층의 표심을 공략하지 못한 점 역시 패인 중 하나다. 나 후보 측은 선거 막판 안철수 원장의 박 후보 지원이 현실화되자 "협찬 후보", "정치판에 기웃대지 말고 교수직에 충실하라"며 안 원장에게도 공격을 퍼부었지만, 나 후보 역시 선거 초반부터 박 전 대표의 지원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양측의 '네거티브 공방'과 상관없이 지난 6.2 지방선거에 이은 '정권 심판' 차원의 선거였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한나라당의 패배가 박원순 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의 결과였다기보다는, 정권 말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안철수 현상과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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