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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의 공화국'…강남의 결집 계속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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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의 공화국'…강남의 결집 계속되나

[현장] 서울시장 선거 D-2, 강남 3구를 가보니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주부 김모(52) 씨는 소위 '25.7%'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딱히 좋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한나라당이라서" 뽑았고, "한나라당이 하는 것이어서" 지난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참여했다. 오는 서울시장 선거에선 나경원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이유는 하나, 그가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박원순은 정치 경험이 없잖아요? 보니까 안보관도 믿을 수 없고. 딱히 나경원을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정치 경험이 있는 집권 여당이니까…전 무조건 한나라당 찍어요. 박원순 그 사람은, 애국가도 안 부른다면서요?"

선거를 이틀 앞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거리 유세가 시작되자, 지지자들의 연호 속에 지나가던 주민들도 하나 둘 발걸음을 멈췄다. 마이크를 잡은 나 후보는 "강남과 서초가 발전한 것처럼" 서울시를 이끌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 일부가 고개를 끄덕였고, 일부는 잠시 멈춰 섰지만 곧 발걸음을 재촉했다.

▲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를 이틀 앞둔 24일 서초구 방배동, 강남구 삼성동, 송파구 잠실동을 잇따라 방문하며 '지지층 굳히기'에 나섰다. ⓒ뉴시스

지켜보던 방배동 주민 권모(58) 씨가 거들었다. "그래도 나경원이 낫지"란 말이었다. "시민운동만 했던 박원순이 무엇을 알겠느냐"고도 했다. 대학생, 직장인인 두 자녀는 모두 박원순 후보를 뽑는다고 했다. 최근 불거진 '1억 원대 피부과' 논란으로 마음을 더 돌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 씨의 생각은 달랐다.

"요즘 여유 있는 사람들은 다 관리 받아요. 자기 돈으로 자기가 받는건데 뭐."

3개월 전, 우면산 산사태의 여파로 '초토화'가 됐던 서초구 방배3동 일대는 비교적 조용했다. 유세단을 지나치던 한 주민의 말처럼, "이 동네 사람들은 시끄러운 것 싫어한다"는 말 그대로였다. 여권 후보가 왔다고 해서 크게 환호하는 이도, 구름처럼 몰려드는 인파도 없었다. 몇몇 서초구 당원과 캠프 관계자들만이 '나경원!'을 연호하며 지나가는 주민들의 길문을 열어줬다.

그러나 '표심'은 확고해 보였다. 지난 7월 산사태의 직격탄을 입은 한 아파트 주민은 "주변의 나이 좀 드신 분들은 모두 나경원 후보를 뽑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한 표를 행사했고, 이번 선거에서도 나 후보를 뽑을 예정이다. "오 전 시장이 산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게 화가 나지만, 산사태와 주민투표는 별개"라는 것이었다. 그는 "퍼주기 식 복지는 안 되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선거에도 한나라당을 찍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층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방배역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0) 씨는 "후보들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나경원 후보는 네거티브가 너무 심한 것 같다"며 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강모(28·대치동) 씨 역시 "한나라당의 네거티브를 보면서 한마디로 좀 '후지다'는 생각을 했다"며 "정치에 딱히 관심이 많은 건 아니지만, 젊은 층은 보수우파들의 촌스러움에 이미 질려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서초·강남 일대에서 만난 20~30대 박원순 후보 지지자 중, 자신의 부모님 역시 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두 개의 서울, 강남 안의 강남

지난 8월24일 실시된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서초구 투표율은 36.2%.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았다. 전체 투표율 25.7%보다 10%p가량을 웃돌았고, '강남 3구'라 불리는 강남구(35.4%), 송파구(30.6%)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이들 지역의 평균 투표율은 33.7%로, 이 지역만 따지고 본다면 이미 투표함 개봉 기준을 넘어선 것이다.

사실 그리 새로운 현상은 아니었다. 강남과 비강남권의 투표 경향이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교육감 선거. 당시 공정택 후보가 승리한 지역은 25개 자치구 가운데 8곳에 불과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그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강남3구의 '몰표' 덕분이었다. 정치가 아닌 교육 문제에 있어서도 표심을 철저히 양분됐고, 이른바 '강남 8학군'은 보수 교육감에게 표를 몰아줬다.

이런 경향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반복됐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선 더욱 심해졌다. 오세훈 전 시장에게 역전승을 안겨줬던 강남 3구는 주민투표에서도 '오세훈 지킴이'를 자처했다. '부촌의 상징'으로 불리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투표율은 59.7%, 재건축 호재를 노리는 반포주공1단지가 위치한 반포본동의 투표율은 46.2%로 같은 강남 안에서도 월등히 높았다. 강남 안의 또 다른 강남, 철저한 '계급 투표'였다.

한나라 텃밭 다지기 나선 나경원…"강남3구가 밀어 달라"

보궐선거 이틀 전인 이날 나경원 후보는 서초구 방배동, 강남구 삼성동, 송파구 잠실동을 연이어 돌며 전통적인 '텃밭 다지기'에 주력했다.

퇴근 시간, 100여 명의 지지자가 집결한 삼성동 코엑스 앞. 한 50대 여성이 무대 앞에 나타난 나 후보를 보고 "저 나이에 어쩜 저렇게 피부가 곱나"라고 말하자, 다른 중년 여성이 "비싼 피부과 다닌다는데 뭘"이라고 응수했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이들 모두, 선거에선 나 후보를 뽑겠다고 답했다.

분주히 지나가는 '강남 공화국' 시민들의 머리 위로, 나경원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이종구 의원(강남 갑)의 연설이 이어졌다.

"박원순 후보가 시장이 된다면 세금 폭탄이 떨어질 겁니다. 한강르네상스는 중단되고, 재개발·재건축도 못하게 될 겁니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세금 폭탄이 또 떨어질 겁니다. 이제 강남, 서초, 송파가 나서서 나경원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밀어줍시다! 박원순은 평양시장으로 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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