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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남편 보살피며 포장마차로 겨우 번 돈, 제발 원금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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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남편 보살피며 포장마차로 겨우 번 돈, 제발 원금이라도…"

[현장] 전세계 동시다발 금융자본 반대 집회…'서울을 점령하라'

"99%는 우리다! 99%는 분노한다! 99%는 행동한다!"
"금융이 희망이던 시대는 끝났다. 투쟁하는 우리가 희망이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집회가 국내에서도 열렸다. 15일은 전 세계 80여 개국 9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금융자본의 탐욕에 반대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국제 행동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서울을 점령하라(Occupy Seoul)' 집회가 15일 오후 6시 서울 대한문에서 개최됐다.

금융소비자권리찾기연석회의,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3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99%행동준비회의' 주최로 열린 집회는 당초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집회 신고를 반려해 대한문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집회는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3000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600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 ⓒ프레시안(이진경)

집회에서는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국민이 은행에 공적지원을 해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서민대출, 학자금대출, 중소기업 살리기 등 은행의 공공기능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은행은 공공기능을 하기는커녕 임원에게 고임금, 주주에게 고배당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찬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티스지부장은 "외국계 자본 자체를 완전히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그러나 정부가 (외국계 자본을) 적절히 규제하고, 기업가들이 최대 이윤이 아닌 적정 이윤을 추구하게끔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김순열(70) 씨는 "부산상호저축은행에 4500만 원을 맡겼는데, 아직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뇌졸중으로 24년 동안 투병 중인 남편을 보살피며 포장마차로 겨우 번 돈을 제발 원금이라도 돌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힘든 서민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모른 척하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는 외국인도 많이 나왔다. 캐나다인 하이디 제네시스(33) 씨는 "나는 모든 사람이 부자여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자본주의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단지 너무나 큰 욕심을 부리는 1%에게 '양심 있는' 자본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몇몇 대학생들은 좁은 고시원을 상징하는 라면 박스 안에 들어가 있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 월세가 비싸 자취도 못 해 인천에서 성남까지 통학 힘들어'라고 적힌 박스에 안에 있던 김정배(26) 씨는 "가뜩이나 높은 등록금 때문에 조금이나 벌어보려고 노동해도 최저임금도, 주휴수당도 못 받는다"며 "우리나라의 청년이야말로 99%"라고 말했다.

이날은 투기적 금융자본 반대 이외에도 영리병원 반대, 한미 FTA 반대, 조중동 종편 반대, 전셋값 인하, 부자 과세, 등록금 인하, SOFA 개정, 동성애자 인권 보호 등 다양한 요구의 목소리도 쏟아져 나왔다.

앞서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도 '여의도를 점령하라' 시위가 폭우 속에서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는 부산 저축은행·KIKO(키코) 사태 피해자, 론스타 '먹튀' 저지를 위해 싸우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 상하이 자동차 인수와 함께 대량 정리해고를 당한 쌍용자동차 노조 등이 참석했다.

한편, 주최 측은 오는 22일 서울광장에서 또다시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한국의 99%가 미국의 99%에게 보내는 연대 편지' 전문이다.

한국의 99%가 미국의 99%에게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한국 증권거래소가 위치한 여의도를 점령한 한국의 99%입니다. 월스트리트를 완전히 장악한 미국의 99% 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와 연대의 인사말을 올립니다.

지금 미국의 보통 사람들은 인구의 1%에 불과한 금융 부자들의 불룩한 배를 더 불려주기 위해서 살던 집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직장을 잃고, 은행의 터무니없는 횡포로 갈수록 빚더미에 앉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한국의 보통 사람들도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이곳에서도 지금 등록금 때문에 자살하는 대학생들, 금융 기관의 범죄 때문에 일생 모은 저축을 한꺼번에 날린 노인들, 기업을 장난감처럼 사고 팔아버리는 투기 자본 때문에 직장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이 사방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감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정부 기관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되려 이들과 한 배를 타고 이들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함께 모여서 금융 정의를 외쳤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금융가들은 감옥으로 가야 합니다. 부정한 이익을 거둔 금융가들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들의 횡포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은 일하던 작업장을 되찾아야 합니다.

우리에게 이렇게 행동하라고 용기를 불어넣어준 미국의 친구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는 정의를 원합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원합니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며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평화로운 사회를 원합니다. 지구 위 어디에 살고 있든 이러한 소망을 공유하는 이들이라면 우리의 소중한 형제 자매입니다. 우리 이제 힘을 합쳐서 한 목소리로 외쳐봅시다. 자기들 욕심으로 온 지구를 망쳐버린 저 범죄 금융 집단에게 말입니다.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99%다!

2011. 10. 15.(토)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

The Message of Solidarity from "99%" in Korea to "99%" in US.

In solidarity! We are the 99% of Koreans who have occupied here in Yeoui-island, where the Korean stock exchange is located. We wish to send our sincerest message of gratitude and solidarity to you, the 99% of Americans who has conquered the Wall Street!

We heard so many Americans are being kicked out of their house, losing their jobs, accumulating ever-growing debt, only because the 1% of already fat cats have to eat more and get fat more. We know exactly what it is. Also here in Korea, there are plenty of students who are killing themselves for the bank debt from skyrocketing tuition fee, plenty of seniors whose life-time savings are gone to the air for the criminal activities of banks, plenty of workers who got laid-off for private equity funds that toy with factories for squeezing fabulous sum of profit. But the politicians and government are doing nothing. They conspire with financial institutions and spend our tax money to nourish and protect them. Today, we got together and chant for a justice, a justice in finance. The financiers who disobey the law should go to jail. Anyone that take excessive profits from unjust money game should pay extra tax. And every American who has been suffering should be free of debt, go back to their jobs, and recover their ordinary lives.

We do wish to thank you, our American friends, for inspiring us in Korea to speak up and act to setthings right. We want justice. We want our jobs. We want a peaceful world where we can work together, live together and love each other. We believe anyone on the globe sharing these hopes are our true brothers and sisters. Let's put our voice and shout together, to those criminal financial capitalists who have have devastated the whole globe. We are the world. We are the people. We are the 99%!

2011. 10. 15.(SAT.)
"99%" for financial justice.


▲ ⓒ프레시안(이진경)
▲ ⓒ프레시안(이진경)
▲ ⓒ프레시안(이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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