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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소리 못하고 죽어라 일했는데 봉급은 1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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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소리 못하고 죽어라 일했는데 봉급은 100만원"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비애…"관리·감독 필요"

20대 초반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A씨는 한국말을 거의 할 줄 모른다. 그가 한국으로 온 지는 이제 7개월이 지났다. 한국에서의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도 배울 시간이 없었다.

고용허가제 농업노동자 비자로 입국해 강원도 양구 지역 농촌에서 일하던 A씨는 인력 공급 브로커 관리하에 여러 농장에서 불법적으로 파견돼 일을 했다. 그렇다 보니 근로계약서는 보지도 못했다. 브로커는 일이 급히 필요한 곳에 A씨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일을 시켰다.

근로계약이 어떻게 맺어졌는지도 모르니 사장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애초 맺은 근로계약보다 조건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휴식시간과 휴일을 박탈당한 채 강제로 일하는 걸 감수해야 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꼬박 일하는 날도 비일비재했다. 일을 제대로 못하다고 공갈 및 협박도 당했다. 임금체납은 상시로 이뤄졌다.

지난 2월 캄보디아에서 서명한 근로계약서에는 월 220시간 노동(이틀 휴일)에 법정 최저임금 수준인 97만여 원을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A씨는 한 달에 보통 300~390시간 일하고 월급은 100만 원씩만 받았다

참다못한 A씨는 '외국인근로자고용등에 관한 법류'에 따라 근로계약을 맺은 사용자의 사업장에서 일하겠다고 요구했다. 캄보디아 친구에게 근로계약서 상 사장이 아닌 사람 밑에서 일하면 불법이라 강제 추방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알선해준 브로커는 이를 무시하고 '비자관리자'를 자처하며 임의의 사업장에서 일할 것을 강요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함께 일한 이주노동자 10명과 지난 7월 말께 춘천고용센터에 사업장변경신청을 했다. 하지만 담당자는 사업장변동은 서류상 사업주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직장이동을 인정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농촌 지역 수많은 이주노동자가 힘들게 일하고 있다"

강원도 양구 농촌 지역에서 200여 명의 이주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으로 구성된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6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공동행동이 밝힌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N씨와 K씨의 증언에 의하면 이들은 지난 3월 한국에 입국한 이후 8월까지 세 곳의 농장에서 일을 했다. 하지만 이곳 농장들은 근로계약서 상의 사업장이 아니었다. 당연히 8월까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사업주의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다만, 고용노동부 직원이 실제 사업주를 방문하기로 한 날 단 하루만 근로계약서 상의 사업장으로 보내져 일했다. 두 사람은 이런 점에 의문을 제기하자 브로커인 안모 씨와 파견 사용사업주는 억지와 강압 또는 협박 등의 방법을 통해 자신들이 시키는 대로 일하기를 강요했다.

공동행동은 "이런 사례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현재 양구 일대에는 200여 명의 이주노동자가이 파견형태로 여러 농장을 떠돌며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이주노동자 관련 행정부처와의 커넥션 내지 묵시적 승인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공동행동은 "산업인력공단은 이주노동자의 한국 입국 후 연수가 끝난 뒤, 브로커가 이주노동자를 자유롭게 수급할 수 있도록 방치하거나 협조했다"며 또한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와 사용자 간 근로계약이 어겨지고 있는 사항에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을 뿐더러 실태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브로커들이 암약할 수 있는 구조 낳고 있다"

고용허가제 농·어업 취업 제도의 한계도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농·어업 분야는 제조업과 달리 업종의 특성상 상시로 노동력이 필요하지 않아 계절적 실업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며 "하지만 현행 고용허가제는 농·어업에만 제한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하면서도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특히 사업장 변경 사유와 변경 횟수 및 변경 가능 업종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어 이번 사건처럼 불법파견과 같은 고용형태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농업 분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이탈해 미등록 상태로 제조업으로 이동하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동행동은 "또한 농·어업 분야 이주노동자는 전국 산간벽지에 흩어져 있어 관련 행정부처의 세심한 관리감독이 요구되지만 관리는커녕 의무를 방기하여 브로커가 생겨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이주노동자의 상황이 이러함에도 지난 9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며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과 같이 노동자의 기본권을 근본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은 이러한 불법적인 브로커들이 암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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