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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이면 지옥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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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단 한번이면 지옥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인터뷰] <로카쇼무라 랩소디>의 가마나카 히토미 감독

"자기나 자기 주변만이 아닌 세계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할 때 현 시점에서는 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재처리를 앞장서서 시작하기에는 연구 체제가 너무나 미비합니다. 주민들 중에는 국책이니까 추진하자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한테는 그말이 돈을 받을 수 있으니 받아들인다는 말처럼 들립니다. 또 안전하다니까 찬성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이 스스로를 타이르고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80% 이상의 주민들이 원자력 시설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위원장님께서도 깊이 생각해주시길 바랍니다."

로카쇼무라에서 친환경 쌀을 재배하는 토마베치 야스코 씨는 원자력 정책 시민공청회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가마나카 히토시 감독의 <로카쇼무라 랩소디>에 나오는 후반부 장면 이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 굳이 참석해 발언한 까닭에 대해 "예전에 한 선생님께서 방사능의 무서움에 대해 알려주시면서 '핵연료에 한해서는 '찬성' 아니면 '반대' 밖에 없고 '중립은 찬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사실 '중립'이라고 하면 아무것도 안해도 되고, 찬성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하니 가장 편한 거죠.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스스로 중립이라고 생각하는 동안 원자력 회사나 현의 문제라고 탓하기만 하면서 스스로를 납득시켜온 것 같다"고 말했다.

▲ 다큐멘터리 영화 <로카쇼무라 랩소디> 포스터.
<로카쇼무라 랩소디>는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 있는 핵재처리 공장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삶과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든 가마나카 히토미 감독은 1995년부터 의료, 환경, 방사능 등의 문제를 다룬 <피폭자-세상의 종말로>, <꿀벌의 날개소리와 지구의 회전> 등의 다큐멘터리를 여러편 제작해왔다. 지난 27일부터 '원자력과 민주주의' 심포지움을 열고 있는 이화여대 여성신학연구소가 연 29일 <로카쇼무라 랩소디>의 상영회를 열고 감독과의 대화의 자리도 가졌다.

이에 앞서 <프레시안>은 28일 이대 여성신학대학원에서 가마나카 히토미 감독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유쾌한 성격의 그는 연신 웃음띤 얼굴로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한편 '탈핵'은커녕 원자력 발전 수출을 내세우고 있는 한국에 대해서도 "원자력 사고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라며 거듭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그는 "후쿠시마 사고는 이웃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사실은 한국 자기들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단 한번만 일어나도 그것으로 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후쿠시마에서 원전 유치에 찬성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국가의 운명까지 걸어가며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가? 한국 사람들도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지금 일본에서는 얼마큼의 돈을 내도 방사능으로 오염되지 않은 공기, 물, 음식 등을 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통역은 고노 다이스케 씨가 맡았다.

▲ <로카쇼무라 랩소디>를 제작한 가마나카 히토미 감독. ⓒ프레시안(최형락)

"왜 로카쇼무라의 어부는 물고기를 잡으며 살 수 없는가"

프레시안 : 직접 쓰신 "피폭자란 누구인가"라는 글(한국에서는 올해 <녹색평론> 5~6월 호에 실렸다)을 보면 이라크의 열화 우라늄탄에 의한 피해로 핵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다른 원전이 아니라 로카쇼무라를 주제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가마나카 히토미 : 로카쇼무라가 핵의 최전선이기 때문이다. 로카쇼무라는 핵과 같이 산다고 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곳이다. 현대 문명이 핵에너지를 사용해서 발전했다고 한다면 핵 폐기물은 거기서 나오는 쓰레기다. 핵폐기물은 일본 전국에서 로카쇼무라로 모인다. 로카쇼무라는 핵 문명의 그림자다.

프레시안 : <로카쇼무라 랩소디>에는 재처리 공장 건설로 바뀐 로카쇼무라 주민들의 일상과 그들의 당혹스러운 심정 등이 잘 나타나있다. 이 영화 찍을 때 얼마나 걸렸나.

가마나카 히토미 : 2004년에 취재하기 시작했고 2006년에 완성했다. 사실 너무 짧은 시간 동안에 만들었다. 당시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의 본격가동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가동되기 전에 알리고 싶어서 빨리 만들었다.

프레시안 :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있다면.

가마나카 히토미 : 재처리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취재해보면 기꺼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그는 왜 고기를 잡으면서 살 수 없는가. 노동의 기쁨은 어디로 갔는가." ⓒ프레시안(최형락)
어떤 남성 노동자가 기억이 남는다. 자녀가 셋 있는 그는 아버지 어머니 세대까지 어부인 집에서 자라났다. 그는 부모님이 고기를 잡으러 나가면 만마리나 오징어를 잡을 수 있었고 그것을 가족들이 다같이 육지에 올리고 다듬었던 게 너무나 아름다운 추억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들은 흩어지고, 경제적으로 잘 살고 있는것도 아니다. 그는 슬픈 모습이었다. 그런 생활에서 노동의 기쁨이라는 게 어디에 있는가. 그 노동자가 예전에 얼마나 오징어가 많이 잡혔는가를 이야기할 때의 표정과 이후 재처리 공장에서 일할때 피폭이 되지 않기 위해 겹겹이 마스크와 안전복을 써야한다고 말할 때의 표정이 너무도 달랐다. 왜 고기를 잡으면서 살 수 없는가, 어떻게 사는게 더 행복한가 라는 질문을 남겼다.

프레시안 : 영화에는 재처리 공장 건설 이후 로카쇼무라의 농산물, 수산물은 인근 지역의 이름으로 팔린다고 소개하면서 친환경 쌀을 재배하는 토마베치 야스코 씨를 보여준다. 그가 쌀을 직거래 해오던 소비자들에게 정직하게 로카쇼무라의 핵연료 재처리 공장에 대해 알리자 몇몇 소비자들은 더이상 쌀을 살 수 없겠다고 답한다. 핵 산업이 지역 경제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가마나카 히토미 : 과연 토마베치 씨가 잘 산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화학 비료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쌀을 재배해오셨기 때문에 역시 위험한 방사능도 거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사능 오염을 대할 때에도 먹을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이고 사람들이 분절된 정보가 아닌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해야 근본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물론 지금 후쿠시마는 아이들에게 방사능으로 오염되지않는 음식을 먹이자는 것마저도 쉽지않게 됐지만.

프레시안 : 핵과 에너지에 관한 여러 작품을 냈는데, 취재할 때 추진파로부터 방해를 받거나 하는 것은 없었나?

가마나카 히토미 : <로카쇼무라 랩소디>를 찍을 때에도 취재 거부를 많이 당했다. 나름대로 꼼꼼히 설득해서 정중하게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때는 아직 제가 지금처럼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하기가 쉬운 편이었다. 그러나 최신작을 찍을 땐 이미 유명해졌기 때문에 가마나카 히토미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전력회사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너무 일하기가 힘들다. 앞으로 무엇을 찍을 것인지 밝히기도 좀 어렵다. 이른바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셈인데. 영화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곤란하기도 하다.

"후쿠시마 사고는 '완전범죄'다? 책임도 반성도 없다"

프레시안 :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줄곧 원자력의 위험을 경고해온 저널리스트로서 후쿠시마 사고를 어떻게 봤나?

가마나카 히토미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원자력은 안전하다'라는 프로파간다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시민들이 원자력의 문제를 하나하나 깨닫게 해 바꾸는 수밖에 없고, 시간은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원전이 나쁘다, 좋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정책 전체를 바라보고 대안 에너지도 소개함으로써 시민들이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랐다. 느리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런 반복을 통해서만 일본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었다.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는 힘은 강력하고 수많은 일본의 국회의원 중에서 '핵연료 재처리 사이클'이 단계마다 파탄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안된다. 그들은 사고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프레시안 : 후쿠시마 사고 이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가마나카 히토미 : 1년 쯤 전에 후쿠시마 현의 원자력 안전과 담당자를 만나서 '후쿠시마에서 목스(MOX, 우랴늄과 플루토늄을 혼합한 핵연료)를 쓰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고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후쿠시마 현은 목스 연료를 쓰는 대가로 국가로부터 20억 엔을 받은 상태였고 그 과장은 20억 엔이라는 돈 앞에서는 무력하다고 토로했다. 나는 "후쿠시마 현 주민들의 생명과 비교하면 너무나 적은 돈이지 않느냐"고 말했지만 이미 현은 받아들인 상태였다.

앞서 후쿠시마현 지사를 맡았던 사토 에이사쿠 전 지사는 목스 연료에 반대하며 맞섰지만 수뢰 혐의가 제기되어 구속되면서 지사에서 물러났다. 그 간부 세 명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사토 전 지사는 사퇴 이후에 이러한 내용을 담아 <지사말살>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이제 일본의 지사들은 '나도 혹시 원자력 발전을 거절하면 같은 일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는 세력의 힘이라는 게 이렇게 강력하다. 겉으로 보기엔 깨끗한데 뒤로는 너무나 더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프레시안 : 그래도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여론이 좀 바뀌지 않았나?

가마나카 히토미 : (웃음) 흔히들 그럴 것이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특히 원자력 발전을 추진해온 사람들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국토의 절반 이상이 오염됐는데도 숨기려고만 한다.

또 시민들은 오랫동안 원자력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멜트다운이 일어났다'거나 '몇 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됐다'고 해도 그게 얼마나 위험한 건지,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한다. 그러는 와중에 정부나 전력회사는 괜찮다, 괜찮다고 하고. 사실 '괜찮다'는 말을 들으면 그쪽을 믿는 편이 편하니까.

▲ "후쿠시마 사고로 원자력 추진파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시민들은 원자력에 무지하고 사고를 저지른 자들은 숨기려고만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일본에 '원폭' 피해자가 그렇게 많은데도 그런가. 아이러니하다.

가마나카 히토미 : 일본은 세계에서 유일한 피폭국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방사능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 것인지를 거의 모르는 나라다. 위험성을 배울 수가 없고, 심지어는 의사도 방사능의 위험을 정확히 모른다. 가령 일본에 원폭 피해자는 21만 명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나서 친지의 생사를 확인한다는 등으로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들어가 내부 피폭을 당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중에서 의료 지원을받는 사람은 고작 0.8%에 불과하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결국 미국이지만, 내부 피폭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사능은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내부에 들어가면 세포 내부의 유전자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안전한 기준치라는 것은 없다'는 것은 이미 미국 의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미량의 방사선 피폭은 영향이 없다'는 ICRP의 이론은 여전히 강력하고, 이에 전세계가 속고 있다.

프레시안 : "피폭자는 누구인가"를 읽어보면 저준위 피폭의 위험성에 대해 이라크,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후쿠시마 이후 일본에도 저준위 피폭자가 크게 늘어날텐데.

가마나카 히토미 : 나타날 것이다. 급성 장애가 나타날 정도로 심각한 오염지대도 있고, 도쿄도 전체가 그런 저준위 피폭지대가 됐다. 시간이 갈수록 내부 피폭도 계속될 테고 몇년 후에는 그러한 증상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프레시안 : 그렇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정부가 그러한 증상들이 방사능 피폭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가 될텐데.

가마나카 히토미 : 아직 한 사람이 얼마나 내부 피폭됐는지를 측정하는 기술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완전 범죄'라고 한다. 그래서 일을 저지른 자들은 증상이 나타나도 '상관 없다'고 우기려고 한다. 과연 그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려고 했다면 이런 일을 아예 벌이지 않을 것이다. 원전 사고는 한번 일어나면 돌이킬 수 없다. 끝이다. 백혈병, 갑상선암, 유산, 발달장애 등 각종 병이 있고 병이 아니라도 '무기력증'같은 증상 들이 나타난다. 그래서 피폭되면 생활의 질이 너무나 떨어진다. 그러나 여전히 그들은 이런 사고를 두번 다시 일으키면 안된다는 것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아무도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똑같은 짓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로카쇼무라에는 가보셨나.

가마나카 히토미 : 전화를 했다. 충격은 물론 있었다. 지난 5월에는 로카쇼무라의 재처리공장도 여진에 전원이 상실되서 비상 전력으로 운영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있기도 했다. 그것은 역시 로카쇼무라의 재처리 공장도 폭발의 위험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로카슈무라의 재처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원전이 없어지면 자기들 할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에 사고가 나면 당연히 방사능 물질도 유출될 텐데 그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곳도 몹시 위험한 곳이다.

"한국 원전 수출? 폐기물을 인수하라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 "후쿠시마 사고는 이웃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사실은 한국 자기들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단 한번만 일어나도 그것으로 끝이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1970년대 초에 일본 정부는 산업단지를 개발하겠다며 로카쇼무라 주민들로부터 토지와 어업권을 사들이고는 결국 그 자리에 핵연료 재처리 공장을 지었다.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원자력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가마나카 히토미 :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방사성 물질이라는 것이 추진파가 주장하는 것처럼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을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시험가동 했을 때 그 3년 사이에 로카쇼무라 주민들의 식사 속에 섞인 방사능 물질이 30배가 됐다. 3년 중 142일 동안 로카쇼무라에 평균보다 7800배나 되는 방사능 물질이 공기 중에 배출됐다. 정부는 공기 중에 버리면 희석된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그 자리에 머물렀다. 또 하나의 문제는 추진파의 방법이 반민주주의적이라는 것이다. 이 두가지가 엉켜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프레시안 : 한국도 경주에다 방폐장을 짓고 있는데 장소 선정은 물론 안전성 검증, 공사 과정 등 잡음이 많다.

가마나카 히토미 : 한국의 방폐장 역시 안전하다고 할 수 없고, 그런 방법으로 폐기해도 반드시 유출될 것이다. 더군다나 만약 한국이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하면 수출한 곳에서 나온 폐기물을 한국이 인수해야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한국 사람들도 방사능 피폭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방사선 폐기물이 없었던 곳에 생기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10만년이라는 비한실적인 시간 동안 관리가 필요한 것 아닌가.

원전은 계속 운영하면 할 수록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폐기물도 계속 나온다. 그러나 아직 한국에서도 이런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는 언론이 한국에 있는지 모르겠다. 후쿠시마 사고는 이웃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사실은 한국 자기들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단 한번만 일어나도 그것으로 끝이다. 피폭될 수밖에 없다. 방사능 물질이 음식에도 다 들어갈거고 계속 퍼지며 멈출수가 없다. 후쿠시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옥같다고 한다. 도쿄도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아까 후쿠시마에 지급된 20억 엔을 말한 것처럼 항상 원전 문제를 어렵게 하는 것은 바로 '돈'이다. 각종 보상비와 지역발전기금 같은 것이 눈 앞의 위험을 외면하게 만든다.

가마나카 히토미 : 돈의 원천, 뿌리를 끊어야 한다. 결국 그 돈이 어디서 나왔나. 우리가 세금으로 낸 돈이다. 일본은 에너지 개발 연구비의 80~90%를 원자력에 쏟았다. 너무나 불공평한 일이다. 그런 돈이 악순환을 일으킨다. 그래서 후쿠시마에서 원전 유치에 찬성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는 가. 가구도 다 두고 왔고 땅은 몇백년 동안 앞으로 살 수 없는 곳이 됐고. 기르던 가축과 애완동물 모두 두고 왔고 다 죽었다. 국가의 운명까지 걸어가며 전기를 만들어야 하는가? 한국 사람들도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지금은 매우 위험한 상태다. 지금 일본에서는 얼마큼의 돈을 내도 방사능으로 오염되지 않은 공기, 물, 음식 등을 구하지 못한다.

▲ "지금 일본에서는 얼마큼의 돈을 내도 방사능으로 오염되지 않은 공기, 물, 음식 등을 구하지 못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해안에 원전 연달아 지어놓은 나라가 무슨 핵무기냐"

프레시안 : 로카쇼무라에서는 플로토늄과 우라늄이 섞인 목스(MOX) 연료를 생산하고 있는데. 안전성은 물론 과연 경제적인지를 두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나?

가마나카 히토미 : 원래 추진파들의 생각은 플로토늄만을 가지고 원자력 발전을 하려고 했으나 그게 생각대로 잘 안됐다. 플로토늄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 핵무기를 가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때문에 목스를 사용하는 것일 뿐 경제적으로는 성립이 되지 않는다. 기회주의적인 선택일 뿐이다. 플로토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 것인데, 플로토늄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 모순이다. 이 자체가 추진파들이 구상하는 핵연료 사이클 체계 곳곳에 문제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 것이다.

프레시안 : 영화는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의 환경에 집중하고 있지만 실제로 일본이 계속 플로토늄을 생산하면 동아시아의 핵 확산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핵무기를 만들어서 대체 어디다 쓸 것인가. 바보 같다."ⓒ프레시안(최형락)
가마나카 히토미
: 머리 낡은 정치인들이 그런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일본은 일단 가지고 있는 모든 방사성 물질은 '빌렸다'는 명목을 취하고 있고 핵무기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상태다. 그것으로 핵무기를 만든다면 일본은 깡패국가가 되는 것인데. 그런데 핵무장으로 가는 길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해안에 원전 54개나 지어놓은 나라다. 보통 미사일로 공격을 받아도 원자폭탄 1000개 분의 피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핵무기를 만들어서 대체 어디다 쓸 것인가. 바보같은 생각일 뿐이다.

"3%의 시민이 바뀌면 전체가 바뀐다"

프레시안: 일반 시민들이 원자력 마피아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프레시안>만 해도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기사에는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전력 없이 어떻게 살자는 것이냐"는 등의 댓글이 달린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가마나카 히토미 : 내가 지금 택한 방법은 영화 상영이다. 내 영화를 본 주민들은 스스로 조직해서 각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 '우리 지자체는 이제 원전에 의지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자는 요청을 한다. 그런 선언이 이뤄진 자치제도 몇 있다. 중앙정부는 바꾸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지방 정부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 각 지역에서 이런 선언을 통해 대체에너지 쪽으로 가면 비로소 일본 전체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열정적인 사람 5명만 있으면 지역은 바뀐다. 영화를 찍으면서 스웨덴을 취재했을 때 거기 현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준 내용이다. 전체 3%의 사람들이 바뀌면 거기가 임계점이 되서 나머지는 다 도미노처럼 바뀐다. 또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는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3%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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