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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자 18만 명 급증, 내년 '연체대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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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자 18만 명 급증, 내년 '연체대란' 우려

개인, 기업 연체 모두 급증세, 글로벌 금융위기때보다 높아

올해 들어 금융권 연체자가 20만 명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높아졌고, 빚을 못 갚는 중소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대출자들이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억제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연체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내년에는 `연체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개인ㆍ기업 연체 모두 급증세

18일 금융권 및 나이스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91만9570명이던 금융기관 연체자 수는 올해 6월 109만8878명으로 반년 새 무려 17만9408명(19.5%)이나 늘었다.

이는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후 연체자 수가 지속적으로 줄던 추세가 처음으로 반전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2008년 말 121만4731명에 달했던 연체자 수는 2009년 말 103만2630명으로 일년 새 17만 명 가까이 줄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13만 명 가량 또 줄어들었다.

일부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높아진 상황이다.

금융위기 후 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09년 3월 말 0.6%로 최고조에 달했다가 지난해 말 0.47%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급격하게 높아져 7월 말 연체율이 무려 0.77%에 달한다.

하나은행도 신용대출의 연체율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졌다. 올해 7월 말 신용대출 연체율이 0.88%로 금융위기 후 최고치였던 2009년 6월 말 0.97%에 육박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체율이 본격적으로 높아졌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금융위기 이후 1%를 넘은 적이 없었으나, 올해 6월 말 연체율이 0.96%로 1% 턱밑에 이르렀다.

빚을 못 갚기는 개인고객뿐 아니라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신용보증기금이 빚을 갚지 못한 기업 대신 대출금을 갚아준 비율(대위변제율)은 올해 8월 말 전체 보증금 대비 3.6%까지 높아졌다. 6월 말에는 4.0%까지 치솟았었다.

2009년 6월 말 4.2%였던 대위변제율은 2009년 말 3.4%, 지난해 말 3.2%로 낮아졌다가 올해 들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이는 올 들어 급증하고 있는 개인 연체자와 같은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대출 억제ㆍ경기둔화로 연체율 더 높아진다

가계와 기업이 금융위기 후 최악의 신용위기를 막을 수 있었던 데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경기확장책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면서 시중은행은 대출을 확대하고, 대출자는 이자부담을 덜 수 있었다. 정부는 재정집행을 확대해 기업들의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이도록 힘썼다.

그런데 이 확장책이 더 이상 먹혀들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를 넘을 정도로 물가가 급등하자 한국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다섯 차례나 기준금리를 올렸다. 정부도 더 이상 재정적자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재정 건전화에 나섰다.

이는 가계와 기업의 부담으로 직결돼 결국 연체율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2008년 말 연 7.5%였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2009년 말 5.86%, 지난해 말 5.7%까지 낮아졌다가 올해 7월 말에는 6.08%로 다시 높아졌다. 이는 가계의 이자부담으로 직결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봉급은 오르지 않는데 대출금리는 오른데다 전셋값 급등, 교육비 지출 등에 대출을 더 늘린 사람도 많다"며 "대출이 늘면 신용등급이 낮아지면서 대출금리는 더 오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한은에 따르면 2009년 말 738조 원이었던 가계대출은 올해 6월 말 현재 826조 원으로 1년반 새 무려 100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 관계자는 "카드대란 등 2000년대 초반까지는 유흥비 등으로 흥청망청 써서 연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로 연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더 이상 공격적인 경기확장책을 쓰기 힘든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분기 들어 급전직하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성장률도 0.9%로 곤두박질쳤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기업 자금사정도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대출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줄이면 빚을 내 이자를 갚거나 생활자금으로 쓰던 사람들의 대출 길도 막히게 된다"며 "현재로서는 향후 연체율이 낮아질 가능성보다는 높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둔화와 대출 억제책이 맞물리면서 연체율이 높아지는 결과가 빚어졌다"며 "향후 경기둔화가 이어지면 연체율이 더 높아질 수 있으므로 금융기관이나 당국의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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