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 이후 뉴라이트 등 '우파' 인사들의 국정 참여 움직임이 뚜렷한 가운데, 법률로 정치중립성을 강제받고 있는 재향군인회의 정치적 활동이 국정감사장에서 도마에 올랐다.
보훈단체설립법 14조 및 재향군인회법 3조는 '특정 정당, 정강 등에 지지나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없다'며 보훈단체의 정치적 중립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향군의 감독기관인 국가보훈처와 한나라당은 '정치색' 논란에 대해 "문제 없다"며 보호막을 쳤지만, "좌파 시민단체들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동안 국정을 농단했다"는 기존 주장과 비교하면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좌파종식'발언도 정치적 성격 없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가보훈처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재향군인회 박세직 회장이 지난 7월 25일 비전교조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촉구 공동기자회견을 주도하고 박세환 부회장이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며 "국가보훈처가 실질적으로 지도 및 감독 권한을 행사하려면 보훈단체의 정치활동 범위를 명시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도 "정치적 의견을 주장하고, 특정 정치집단의 주장에 찬성 또는 반대하고, 특정 공직후보를 지지하는 행동이 정치활동"이라며 "재향군인회의 주장 및 집회 성격, 내용 등을 살펴보면 명백한 정치활동이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또 "매년 재향군인회가 노골적이고 편향적으로 돼간다"며 "박세직 회장의 최근 활동은 '극우보수'라 볼 수 있을 정도로 정치색이 짙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 "일부 불순세력이 지난 수개월 동안 미국산 쇠고기 촛불집회를 하면서 유모차 부대까지 시위에 동원해 광우병, 반미 등으로 국가를 무력화하려는 것을 목격해 왔다"고 비판했고 "좌편향된 친북좌파들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 한 경제회생도 실용주의도 실현되지 않는다"고 강경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한편 김 의원은 자료를 통해 "지난 2006년 '전시작통권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도록 활동하겠다'라는 명백한 정치개입 발언을 한 후 자진사퇴를 선언한 부회장(박세환 부회장)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10년 좌파정권 종식' 발언이 정치개입이라 생각하느냐"는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의 질문에 "향군은 국가안보를 위해 국민에게 홍보하고, 호국정신 선양할 임무가 있다"며 "국가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안보 강조를 많이 한 결과 과거보다 안보를 중시하는 그런 정당이 이번에 정권을 차지하게 됐다는 걸 가지고 말한 것이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두둔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김 의원은 또 "박세환 부회장이 기자회견 모임에 참가한 것은 개인적 차원의 소신을 밝힌 것"이라며 "조직적 차원에서 공직선거에 개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활동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양 국가보훈처장도 김 의원의 주장에 맞장구 치고 나섰다. 김 처장은 "(박세환 부회장의 발언과 행동에 관해)보고는 받았지만 박세환 부회장의 개인적 활동이라 생각했고, 재향군인회 공식적 활동이었다면 당시 회장이 있는데도 부회장이 참석해서 발언했을 거라고 볼 수 없다"며 "개인적인 행동이었기 때문에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세직 회장은 지난 4월 재향군인회 정기 전국총회 등 자리에서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 북핵 폐기 국민대회 등의 운동을 전개해 친북·좌파 세력의 경거망동에 쐐기를 박고 10년 좌파정권을 종식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발언하는 등 정치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세환 부회장도 지난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앞둔 7월 25일, 공정택 당시 교육감 후보 등 보수 성향 후보 단일화 촉구 기자회견에 뉴라이트, 한국기독교총연합 등과 함께 참석해 정치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박세직 회장을 대신해 참석한 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지지율이 제일 높은 공정택 후보를 지지해 투표를 통한 후보단일화를 이루어야 한다"며 "후보사퇴를 할 경우 차기 교육감으로 적극 지지할 것" 등을 주장한 바 있다.
이같이 명백한 정치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감독 기관이 면죄부를 부여함에 따라 앞으로 향군 등 보수적 성향을 지닌 단체들의 활동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북 정보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성남 서울공항의 기능을 제한할 수 있는 제2롯데월드 건설 등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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