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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대국민 사과'? 차라리 '대MB 사과'라고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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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C의 '대국민 사과'? 차라리 '대MB 사과'라고 해라

[장행훈의 광야의 외침] 대법원 '무죄' 선고 받고도 "나는 유죄" 주장하는 MBC

지난 2일 대법원은 한국의 언론자유 투쟁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는 판결을 내렸다. 2008년 4월말 전국적으로 확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 시위에 불을 댕겼다는 혐의로 정부 측으로부터 형사상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 3년 가까이 검찰에게 시달려 온 MBC 제작진 전원에 대해서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법원은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인을 명예훼손이라는 구실로 탄압하려는 정부와 검찰에 대해서 검역주권과 국민의 건강권이 관련된 문제를 다룬 것은 당연한 언론의 역할을 한 것으로 범죄행위로 볼 수 없다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무죄' 판결은 한국판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

미국에서도 1960년대까지 관리들이 그들의 부정과 비행을 캐는 언론인의 탐사보도를 방해하는데 명예훼손 소송이라는 편리한 무기를 활용했다. 많은 언론이 잘못 하면 거액의 배상을 지불해야 하는 명예훼손 소송을 당할까 두려워 관료의 부정행위 보도에 몸을 움츠렸다. 이러한 공포를 제거해 준 것이 1964년 연방 대법원이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에서 내린 판결이었다.

언론 보도에 다소 허위 사실이 있더라도 정부를 감시하고 공익을 위해 활동하는 언론이 지엽적인 과오 때문에 그 임무 수행에 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언론이 "실제의 악의를 가졌거나" 또는 "지나친 부주의로" 그러한 과오를 범했다는 것을 원고가 입증하지 못하는 한, 언론의 과오를 범죄로 단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한 판결이다. 현실적으로 '실제의 악의'나 '지나친 부주의'를 입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판결은 그 후 미국 언론이 명예훼손 소송에 대한 공포감 없이 대담하게 정부와 관료의 부정을 취재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대법원의 제작진 무죄 무죄판결은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 사건'을 연상시키는 역사적인 판결이다. 이번 대법원 무죄 판결이 나오자 그 동안 제작진을 압박해 온 정치 검찰이나 일종의 마녀사냥을 벌여온 친 정부 보수 언론들이 머쓱해지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 역사적인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는 사설을 싣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동안 을 끈질기게 공격했던 그들의 주장이 대법원의 판결로 할 말을 잃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MBC는 누구에게 사과했나?

"MBC, 무죄 확정됐는데 사과…노조 반발" (<경향신문> 9월6일 기사 제목)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진보적인 언론이나 언론단체가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환영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민주당도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서 제작팀의 노고를 축하하고 정치검찰의 행동을 비판했다. 그런데 엉뚱하게 MBC 안에서 축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터졌다.

언론의 기능을 잘 했다고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의 핵심 의미보다 판결 내용 중에 지적된 몇 가지 허위 사실을 부각시켜 대법원의 공로를 무의미하게 만든 회사 측의 사과광고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과광고 내용에 노조는 광고를 낸 김재철 사장을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네티즌들도 분노했다. 납득하기 어려운 사과광고는 도대체 누구에게 사과하는 광고인지 를 묻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김재철 사장님, 국민 아닌 MB에게 사과하셨네요"

<미디어스> 9월6일자 기사 제목이다. MBC가 사과를 하는 상대가 국민이 아니라 MB라고 풍자한 제목이다.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도 공감한다.

MBC는 5일 저녁 주요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 첫 뉴스로 대법원의 무죄판결을 보도하면서 2008년4월29일에 방영된 "미국산 쇠고기, 안전한가?" 방송과 관련해 사과했다. 다음 날 아침 조간에는 1면 하에 커다란 활자로 "보도 사과드립니다"라는 5단 크기의 광고를 게재했다. 몇 신문에나 광고를 냈는지 확인하지 못했으나 10대 일간지에 게재한 사과광고료만 해도 수 천 만원은 될 것이다. "무죄판결 불구, 저널리즘 기본 간과 확인, 책임 있는 언론 거듭나는 대책 마련"이라는 중간 제목은 MBC가 자기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듯 한 뉘앙스를 풍긴다.

▲ MBC가 각 일간지에 낸 <PD수첩> 사과광고. ⓒMBC

사과광고 첫 머리는 "문화방송은 지난 2008년4월29일 방송된 '긴급취재!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 안전한가?" 라는 보도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합니다. 대법원이 형사상 명예훼손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보도의 주요 내용을 허위라고 판시해 진실 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으로서 책무를 통감하고 있습니다."라는 자아비판으로 시작된다.

광고는 대법원이 지적한 사항으로 "1) 다우너 소를 광우병 소로 지칭한 부분, 2)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처럼 언급한 부분, 3) 한국인이 인간 광우병 걸릴 확률이 94%에 이른다고 지적한 부분 등 3가지 주요 내용을 '허위' 사실로 결론 내렸습니다"라고 적시한 후. 후반부에서는 앞으로의 개선책으로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절차 등 내부 시스템을 재점검해 제작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교정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하고 있다. 내부 통제를 더욱 강화할 뜻을 강하게 비치는 표현이다. MBC가 이미 오래 전에 시청자에게 사과한 내용을 되풀이 한 것이다.

MBC, '무죄' 대법원 판결에 이의라도 제기하고 싶나?

이런 광고가 왜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회사가 사과한 허위 사실은 대법원도 지적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사실 착오를 근절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과오가 발생한 것을 지적하면서도 그 보다 더 중요한 언론의 역할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MBC는 사과광고에서 새삼스럽게 "기획 의도가 정당하더라도 프로그램을 지탱하는 핵심 쟁점들이 '허위'사실이었다면 그 프로그램은 공정성과 객관성은 물론 정당성도 상실하게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도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 잘못됐다고 이의라도 제기한다는 뜻인가?

회사의 사과광고는 MBC의 평가라기보다는 외부 회사가 <PD수첩>과 관련해 MBC의 행동을 비판하는 질타의 소리처럼 들린다. 아무튼 사과 광고는 내용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MB정권을 출범부터 골탕 먹이고 MB가 두 번이나 국민에게 사과하게 만든 보도를 MB의 낙하산 사장이 추어주기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MB맨 김재철 사장이 PD를 칭찬해 주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말은 국민에게 드리는 사과지만 실질적으로는 MB에게 사과하는 광고가 된 것 같다. "김재철 사장님, 국민이 아니라 MB에게 사과하셨네!" 이것이 MB맨 김재철 사장이 운영하는 MBC의 정체이고 김재철과 MBC 사원들이 당면한 아주 불편한 현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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