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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유탄' 맞은 박근혜, 대선 스텝 꼬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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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오세훈 유탄' 맞은 박근혜, 대선 스텝 꼬이나?

[전망] 조기 점화된 대선국면, 박근혜의 선택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결국 시장직에서 조기 사퇴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26일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되면서, 정치권의 일정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벌써부터 여야 모두에서 시장 후보 명단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예고편' 격인 이번 보선을 놓고 여야의 고민이 크다. 특히 한나라당 입장에선 내년 4월로 선거를 미뤄야한다는 지도부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열리게 된 선거다.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강남·보수층의 결집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현재 기세대로라면 야당이 다소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오 시장의 돌발 행동으로 당혹스러운 사람은 때 아닌 서울시장 보선까지 책임져야 하는 홍준표 대표일 테지만, 정작 이번 선거로 스텝이 꼬여버린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표다.

▲ 오 시장의 돌발 행동으로 가장 당혹스러운 사람은 홍준표 대표일 테지만, 정작 이번 선거로 스텝이 꼬여버린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박근혜 전 대표다. ⓒ뉴시스

다시 등장한 '박근혜 책임론'…두 번째 '시험대' 된 10.26 보선

따지고 보면 이번 주민투표에서 예기치 않은 유탄을 맞게 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다. 애초의 포부와 달리 궁지에 몰린 오세훈 시장이 애타게 바라봤던 것은 박 전 대표의 '입'이었다. 애가 탄 오 시장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까지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오 시장을 지원한 친이계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선택은 사실상의 '외면'이었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도 이미 정치판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주민투표에 뛰어들어 좋을 것이 없었고, 자칫 발을 담갔다간 '복지 후보'로서의 이미지에 흙탕물만 튀게 됐었다. 투표에 개입해 이긴다면 오세훈의 '들러리'이고, 패배할 경우 정치적 타격도 만만치 않았던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박근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친이계 신지호 의원은 아예 "박 전 대표가 투표 하루 전날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면서 사실상 김을 빼버린 건 너무나 무책임했다. 야당의 투표 거부에 대해 한마디 지적도 하지 않은 것은 피아 구분을 못한 것"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등 강경보수진영도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한나라, 벌써부터 박근혜에 'SOS'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10월 보선에서 박 전 대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서울시장직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팽한 가운데, '이젠 박근혜가 나서라!'는 당내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는 얘기다. 친이계 김성태 의원은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지는 선거를 앞두고 전적으로 중앙당에만 맡길 수는 없다"며 "이번엔 어떤 경우에도 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주민투표의 타격으로 청와대 역시 힘이 빠진 상황이다. 9~10월 사이 개각과 한미FTA 체결, 4대강 사업 준공식 등으로 국정장악력을 유지한 채 심기일전한다는 것이 당초 청와대의 일정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10월 보선이란 '블랙홀'에 빨려든 것이다. 여기에 내달 초 있을 개각 청문회에서까지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면, 임기 말 청와대가 휘청거리는 것은 뻔한 일이다. 게다가 야권에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대선주자급들이 전면적 선거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가 자의든 타의든 '조기 등판'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만약 박 전 대표의 '외면'이 보선에서도 계속된다면, 오 시장을 지원한 당내 보수강경파들의 '섭섭함'이 이번엔 '분노'로 변질될 수 있다. 박 전 대표 역시 "정부나 당은 신경 안 쓰고 대선 행보에만 주력한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주민투표 '덫'에 스텝 꼬인 박근혜

사실 주민투표란 '돌발 상황'이 없었더라면 박 전 대표는 차근차근 대선 일정을 밟아갈 수 있었다. 오랜 정책 준비 시간을 마무리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선거의 여왕'이 아닌 '정책의 여왕'으로 귀환할 예정이었고, 내년 초부터는 본격적인 몸 풀기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 '신호탄' 격으로 준비한 <포린어페어스> 대북관계 기고문은 주민투표에 밀려 하루짜리 뉴스로 끝나버렸고, 이젠 도박판이나 다름없는 보선에서 구원투수로 나서야하는 처지가 됐다. 박 전 대표가 주민투표 여파로 허우적거리는 정부와 한나라당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십자가를 지게된 셈이다.

여기에 당장 '박근혜 독무대'로 예상됐던 9월 정기국회는 보선 '블랙홀'에 빠져 어물쩍 끝나버릴 가능성도 크다.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 자체가 보궐선거라는 돌발상황으로 바짝 당겨진 셈이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선뜻 당의 'SOS'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25일 <프레시안> 칼럼에서 "그의 지원유세가 한나라당에겐 '무조건 남는 장사'일지 몰라도 박근혜 의원에겐 '잘해야 본전'이다. 그래서 도박을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10월 보선, 나경원이 후보로 나선다면?

분위기에 밀려 10월 보선을 지원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선거의 여왕'이란 평판에 부응하며 선거를 이끌기 위해선 후보자와의 호흡도 필요하다.

현재 당내에서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은 나경원·원희룡 최고위원과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 정도. 이중 원희룡 최고위원은 이미 불출마 의사를 밝혔고, 나경원 최고위원의 경우 대중적 인지도 면에서 많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도 후보자의 인지도는 당의 사활이 걸린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열쇠다. 흔히 한나라당에 불리한 선거라고 하지만, 이미 주민투표로 강남과 보수층의 집결을 확인한데다 혹여 민주당이 야권연합 문제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꼭 어렵지만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나경원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 주민투표 국면에서 '오세훈의 방패'를 자처한 전력이 있다. "오 시장을 계백장군으로 만들 셈이냐"며 당의 지원을 요구했지만, 주민투표를 전당적 문제로 확장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오 시장과 한나라당 모두를 '계백장군'으로 전사시킨 것.

그런 나 최고위원이 시장 후보로 나선다면, 전임 오 시장과의 차별화는 불가능하다. 적어도 복지문제에 있어선 '오세훈 한풀이' 정도는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박 전 대표 측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유승민 최고위원을 필두로 친박계가 주민투표 자체를 반대해온 상황에서, 당내에서까지 '낙동강 전선'을 만들었던 나 최고위원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모양새가 어색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친박계 쪽에서 선뜻 눈에 띄는 후보군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선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해도, 친박계가 전통적으로 서울과 수도권에서 세가 약하다는 것 역시 문제다.

'대세론', 끝까지 갈까?…링 위에 너무 일찍 올라선 박근혜

물론 박 전 대표가 다가올 보선에서도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하라"며 당의 지원 요청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 시장의 조기 사퇴를 반대하면서 "선거 과정에서 어려워지면 '설거지하라'는 식으로 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책임론 차단에 나선 바 있다.

대선을 아직 1년 3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조기 등판' 요구는 대권주자로서의 행보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10월 보선을 기점으로 정치 스케줄을 다시 짜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지원에 나서든 나서지 않든, 오세훈 '전' 시장이 놓은 덫에 의해 대선이란 링 위에 너무 일찍 서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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