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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23명의 사진가 <사람을 보라> 출간…"한진중 문제에 도움되길"

소설가 공선옥 씨는 자신이 한진중공업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희망버스에 다녀온 뒤, 주위에서 '그런 곳은 왜 갔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당시 공선옥 씨는 매체 기고 를 통해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진숙이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160여 일이 넘게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은 그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가 나 아닌 타인의 고통에 아파할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한, 내가 한진중공업에 갔다 온 이유도 다른 이의 고통에 내 마음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내가 한진중공업에 갔다 왔다니까, 나 보고 투사 났다고 하는 사람도 사람이다. 우리는 모두 외부 세력이면서 사람으로서 내부 세력이다. 사람이라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자본가도 사람이고 노동자도 사람이다> 중에서)


그의 말대로 사람 사는 세상 속에서 누가 노동자이고, 누가 자본가이고는 중요하지 않다. 싱거운 말일지 모르지만 모두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 자체가 사람이라고 공선옥 씨는 말하고 있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면 타인의 사회적 위치가 어디에 있든, 자신이 무슨 일을 하든 중요하지 않다는 것.

하지만 우리 사회 속 '사람'은 여전히 너와 나를 구분하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 '꼰대'같은 질문이지만 그게 사람답게 사는 삶일까.

ⓒ김수진

한진중, 우리 시대 운명의 이야기

지난 22일 조금은 특별한 한 권의 사진집이 발간됐다. 23명의 사진기자와 사진작가가 모여 작업한 <사람을 보라>(아카이브 펴냄)가 그것.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진중공업 사태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2011년 1월 6일 새벽 3시, 김진숙 지도위원이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오른 때부터 3차 희망의 버스가 부산에 도착한 2011년 7월 30일까지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사진집에는 노순택, 한금선,조재무 등 사진작가를 비롯해 최형락, 정기훈, 권우성 등 기성 매체 사진기자도 대거 참여했다.

"이것은 우리 시대 모두의 운명과 관계된 이야기다."

표지 바로 다음 페이지에 쓰여 있는 이 문구는 사진집의 주제다. 많은 사람이 한진중공업 문제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사진집에는 담겨 있다.

사진집에는 85호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이 해맑게 웃으며 두 손을 번쩍 든 모습부터, 전기가 끊긴 크레인 위에서 손전등 하나만 켜고 있는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물론 김진숙 지도위원만 사진집에 담은 건 아니다.

해고자 부인이 남편 품에 안긴 세 살 남짓한 아들의 입에 밥숟가락을 떠넘기는 장면, 2차 희망버스에서 최루액이 섞인 물포를 맞는 시위대 모습, 풍등을 날리는 모습 등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한 대부분 현장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들이 사진집을 내는 데 걸린 시간은 딱 열흘. 여느 사진집과 비교하면 초단기간에 사진집이 나온 셈이다. 일사천리로 작업이 진행된 이유는 한진중 문제가 먼 이야기가 아닌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사진가들은 설명한다.

23명의 사진가는 사진집 인세 전액을 한진중공업 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와 희망버스에 기부한다. 또 여기에 실린 사진은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택용

ⓒ이명익

ⓒ정기훈

ⓒ박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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