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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할아버지가 핵 폐기물을 묻어놨다면 지금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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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 할아버지가 핵 폐기물을 묻어놨다면 지금 우리는…"

[토론회] '탈핵 르네상스' 맞은 독일을 가다

"원전은 세대 사이의 정의에 관한 문제다. 원전의 유지와 가동은 미래 세대가 생명과 건강의 해를 입지 않을 환경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중차대한 사안일 수 밖에 없다. 독일은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한면희 녹색대 사회교육원장)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반핵 르네상스를 맞은 독일을 가다' 보고회가 열렸다. 지난 6월 28일부터 7월 5일까지 독일 베를린, 포츠담, 바덴바덴 등을 돌며 독일의 탈핵, 대안에너지 정책을 견학하고 돌아온 교수, 활동가들이 연 자리다.

독일은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폐쇄' 여론이 높아지자 4월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출범시켜 11시간 공개 TV토론을 여는 등 원전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했고 결국 '2022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안이 없다? 대안을 육성하라!"

현재 독일이 생산하는 전체 에너지 중 원자력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0.8%다. 그 외 석탄 22.9%, 석유 33.7%, 천연가스 21.8% 등의 비율을 보이고 있으며 재생가능 에너지도 1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전체 전력 대비로 좁히면 풍력, 바이오가스, 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즁은 16.8%에 달한다.

이는 재생가능 에너지의 전력 대비 비중이 1990년 3.1%, 1998년 4.7% 였던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박란희 환경재단 기획위원은 "2000년 시행된 재생가능에너지법(EEG) 덕분"이라며 "이 법은 전력망 운영자에게 모든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에서 생산한 전력을 법이 정한 고정가격에 매입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재생가능 에너지를 만든 발전 사업자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게끔 해 재생가능 에너지의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 이 법은 2020년까지 최종 소비 전력의 30% 이상을 재생가능 에너지에서 공급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박란희 위원은 "독일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전체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은 2010년 총 3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독일의 탈원전과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 정책은 단순한 '실험'이 아니라 안전한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확신과 일관된 정책, 성숙한 시민의식이 만들어낸 모델"이라고 꼽았다.

"미래 세대에 대한 윤리적 책임"

원전 정책을 검토하는 위원회에 '윤리위원회'라는 이름을 붙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독일에서 벌어진 논쟁에는 '세대간 형평성'도 중요하게 고려됐다는 지적이다.

한면희 녹색대 사회교육원장은 "독일의 원전 폐쇄 결정의 이면에는 미래 세대에 대한 정치적 고려가 있다"며 윤리위가 낸 보고서에도 "가능한 한 가장 빠르게 핵 에너지를 단계적으로 폐쇄하자는 데는 윤리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윤리위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은 의무이다"라는 지적이 있음을 소개했다.

독일이 원전 정책을 '정의'와 '윤리'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게 된 데는 '자연보호'의 의무를 헌법에 반영하는 문제를 두고 1970년대부터 이어진 오래된 논쟁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적인 기민당, 기사당은 '인간의 자연적 생활 기반은 국가의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고 표현하자고 했고 진보적인 사민당은 '인간의'라는 말을 빼자고 맞섰다. 그러다 독일은 1994년 통일독일 헌법을 제정하면서 "국가는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자연적 생활 기반을 보호한다"고 명시하는 것으로 이 논란을 마무리했다.

한면희 원장은 "우리나라에도 전두환 정부 때 '환경권'이 헌법에 반영됐지만 우리는 '치장용'으로 쓰일 뿐"이라며 "원자력 발전소는 미래 세대의 생명과 건강, 환경을 침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도 "단군 할아버지가 이 땅에 핵폐기물을 묻어서 지금까지 관리한다면 후세의 우리들은 얼마나 단군을 욕하고 있겠느냐. 아마 '좋은 것만 챙기고 이런 것을 남겨놨다'고 할 것"이라며 "우리가 바로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탈핵, '공존'의 북유럽과 상통"

조한혜정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글로벌 위험사회', '독일의 근대성', '세대 간 공존' 등의 키워드로 독일 방문을 해석했다. 조한 교수는 "이번 방문에서 독일이 '북유럽'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면서 " 거시적으로 구상하고 동시에 지역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구조로 '승자 독식'이 아닌 '공존'에 맞춘 북유럽의 키워드로 보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의 정치가들과 시민들은 일단 원전 정책 폐기는 기술과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로 파악해야 함에 동의했다"면서 "사일간의 집중 토론과 11시간의 TV 토론 생방송을 한 위원회와 초대된 전문가들은 소통과 합리성이 살아있음을 확인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며 독일 시민들은 성숙한 시민으로서 학습을 해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혜정 교수는 '근대성'의 키워드로 독일의 탈핵 정책을 해석하기도 했다. 그는 "'왜 독일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가령 일찍 원자탄을 만들었던 프랑스는 자연스럽게 원전 기술에 역점을 두지만 패전국가였던 독일은 원전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던 편"이라며 "기본적으로 대국주의가 강하고 중앙집권적인 프랑스와 지방분권적이고 지방자치가 살아있는 독일 차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대국주의적'이고 노르웨이의 파시스트 브레이비크가 부러워한 '마초' 국가의 이미지를 가진 한국, 식민지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의 근대화 경험이 원전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과소비 고치지 않으면 핵발전소 반대 운동도 무용"

김용국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를 위한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한국에서 과도한 에너지를 쓰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국민 1인당 소득이 4만 달러로 우리의 2배인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전력을 오히려 적게 쓰고 있다"며 "2008년 기준으로 한국이 8423kw, 독일이 약 6602kw로 우리가 약 1800여kw 더 소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용국 위원장은 "베를린은 가로등이 많지 않고 대부분의 건물이 단열 설비 등으로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는 구조"라며 "에너지 소비 조장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핵발전소 반대 운동을 해도 소용 없다. 비싼 전기를 쓰더라도 핵발전소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기존 에너지 정책에 대한 거대한 전환점이 됐다. ⓒ프레시안(손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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