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에게 '맞장 토론'을 제안했다. 홍 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무상급식 주민투표 두 주제를 놓고 양당 대표가 공개 토론을 하자"고 밝혔다.
홍준표 대표는 "통상 공개토론은 야당 대표가 여당 대표에게 제안했지만, 이 문제가 지금 8월의 핵심 과제인 만큼 이번엔 여당 대표가 먼저 제안한다"며 "방송토론도 좋고, 어떤 매체도 좋으니 무제한 토론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어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을 겨냥, "과거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난 분이 미국 언론에 망국적인 기고를 하는 바람에 문제가 더 커졌다"면서 "손학규 대표 역시 민주당으로 당적으로 옮기고 나서도 한미 FTA에 찬성하지 않았었나"고 공격했다.
그는 "민주당의 재재협상안을 검토해보니 10가지 중 9가지가 노무현 정부 당시 자신들이 미국과 합의한 사항"이라면서 "자기들 정부가 합의했던 사항을 재재협상 하자는 것은 한미 FTA를 국익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반미주의적인 이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민주당은 주민투표가 발의된 만큼 찬성을 할지, 반대할지에 대한 적극적인 운동을 해야지, 투표 불참 운동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홍 대표의 공개토론 제안에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홍 대표의 열정은 이해하지만 당 대표에겐 당 대표의 역할이 있고, 정책위의장에겐 정책위의장의 역할이 있다"며 사실상 거부 방침을 밝혔다.
유승민 "무상급식 주민투표, 정책의총 열어 당 입장 정하자"
반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당의 입장을 재검토해야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날 황우여 원내대표가 제안한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이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찬반투표와 모순된다는 것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황 원내대표의 제안과 관련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 "취학 전 아동에 대해선 전향적으로 생각하는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에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이 맞느냐.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은 큰 차이가 없는데 한나라당이 오세훈 시장을 지지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상당히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 최고위원은 이날 "주민투표에 대해 당의 입장을 정리할 수 있도록 정책 의총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유 최고위원은 남경필 최고위원과 함께 지도부 내에서 '주민투표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인천공항 매각 논란…"100원짜리 70원에 파는 게 능사 아냐"
이밖에도 유 최고위원은 홍준표 대표의 인천공항공사 국민주 매각 주장과 관련, "공기업 주식을 처분해 그 돈으로 저소득층을 돕고자 한다면 100원짜리를 70원에 파는 게 능사가 아니라 100원에 팔아 30원으로 도와주는 게 맞다"며 "경제원론에도 나와 있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공기업의 주식은 정부의 자산이자 전국민의 재산인 만큼, 매각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곧 국민에 대한 배임"이라며 "인천공항공사의 경우에도 주식 매각은 전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 매각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유 최고위원은 홍준표 대표가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자 "금융시장이 불안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호들갑 떨 일도 아니고 안일하게 생각할 일도 안니다. 당장은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당은 조용히 협조해야한다"고 말해 묘한 긴장감을 형성하기도 했다.
'공천 함구령'에 유승민 "8월 내 일정 정하자는 약속은?"
최근 격화된 당내 공천 논란과 관련해서도 논쟁이 이어졌다. 먼저 홍준표 대표는 "지금은 공천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더 이상 공천 이야기가 당에서 나오는 일 없도록 모든 당직자들은 입조심 해달라"고 공천 '함구령'을 내렸다.
이에 유승민 최고위원은 "의원들이 공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할 수는 있으나 사무총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이 함부로 개인 의견을 이야기해 특정 지역 물갈이 등으로 비화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며 '홍준표 직계' 인사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지난 사무총장 인선 과정에서 8월 말까지 공천 원칙과 일정을 정하자고 하지 않았냐"며 "지금이라도 공천의 공식 일정에 대해 지도부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가 김정권 사무총장 임명을 강행하는 대신 8월 내 국민경선 및 현역 위원에 대한 공천 평가 기준을 제시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꼬집은 것이다.
유 최고위원은 지명직 최고위원에서 호남 출신을 배제하기로 한 홍 대표의 방침에 대해서도 "2004년 이후 역대 당 지도부가 호남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왔는데, 그걸 7년 만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호남에선 표 때문에 한나라당이 호남을 버렸다는 인상을 갖고 있어 당에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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