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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마리'는 노래하고 싶다"

[기고] "이제 야만의 행태 멈추고, '마리'와 대화하라"

세입자 11명과 젊은 자립음악가들이 농성을 하고 있던 카페 마리에 3일 새벽 고용된 불량배들이 들이닥쳤다고 한다. 인터넷 기사를 통해 보니 다들 눈 부위를 모자이크 처리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그리 야수 같이 보이지는 않는 '논두렁 깡패' 정도인 것 같다. 아니면 등록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하는 처지인 대학생일까? 아무튼 들이닥쳐서 먼저 자립음악가들의 기타를 부수었다지?

지난 7월 28일 우리 작가들은 젊은 자립음악가들과 이 땅에 존엄과 평화가 넘치게 해달라는 문화제를 카페 마리에서 연 적이 있다. 젊은 자립음악가들은 시종 열정적이었고 종횡으로 헌신적이었다.

기타 하나에 대한 그 순정어린 믿음이 관념적인 글줄이나 쓴다는 작가들을 무안케 했다. 작가들은 자신의 문장에 온갖 회의와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데 공식적인 행사 종료를 어떻게든 미루고 싶어 하는 젊은 음악가들의 열정은 참으로 대단한 폭우까지 쏟아지게 했다.

그 날 그들과 함께 문화제를 하면서 두리반에서 얻었던 작은 기쁨이 마리에서도 실현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마도 이 땅의 건설 자본은 곧 도래할 마리의 새로운 시간을 거세게 부정하고 싶겠지만, 이미 두리반에서 벌어진 기적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7월 28일 마리에서 발표된 문화예술인 선언문에 단 3일 동안 814명이 서명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문화예술인 814명 외에 더 많은 참여자가 선언문 낭독이라는 현실적 이벤트를 위해서 행보를 미루었을 뿐이며 또 3일 만에 모인 814명의 문화예술인들은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의 야만성의 표상 중 하나로 카페 마리를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 ⓒ프레시안

한 자립음악가의 말대로 고용된 불량배들이 먼저 부순 것이 기타였다면, 이게 우발적인 사건인지 의도적인 행동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사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건설 자본의 무의식에는 두리반의 싸움이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떻게 갈무리되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기타 하나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셈이 안 되지만 기타 하나가 갖는 가공할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저들이 새삼스레 깨우쳐 준 것이다. 불량배들을 고용해서 마리를 짓밟아버리겠다는 계산이 얼마나 어리석고 또 얼마나 제 가면을 스스로 벗기는 행동인지 아직도 모르고 있다, 건설 자본들은!

사실 이런 싸움은 조금 자존심 상하는 면이 있다. 뻔히 보이는데도 겹겹이 자신을 위장하고 덤벼드는 모양새도 값싼 희극이고 그 위장을 다시 법의 이름으로 한 번 더 두르는 것도 우리 사회의 처참한 비극이라면 비극이다. 우리가 근 20년간 학교 교육을 통해 배운 대한민국의 법이라는 게 결국 '있는 것'들을 위한 하나의 소품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 꼭 이런 현장에서 발각되기 때문이다.

경찰이 누구의 편이고 구청이 누구의 편인지, 저 도도한 사법 관료들의 법률적 판단이 누구를 위한 것이고 간헐적으로는 얼마나 무력한지를 이제는 대놓고 드러내는가? 꼭 새벽여야 하는가? 꼭 협상 테이블로 시야를 가진 채여야 했는가? 싸움도 좀 담백해지면 안 되는 건가?

언제나 그랬듯 저들은 자기들의 검댕과 오물을 우리에게 묻혀버리는 전략을 써 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반인간적인 자본의 면전에서 문화라는 무산자들이 예술이라는 빈털터리들이 노래를 부르고 꽃밭을 기르기 시작했다. 시를 낭송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낄낄거렸다. 이건 자본에게 계산기 좀 그만 두드리고 함께 노래를 부르자는 권유였지만 아직도 이렇게 새벽 야습이나 하고 있다.

제 심장이 시궁창이라는 듯 아무한테나 쌍욕질을 해대고 있다. 기름진 회전의자에 앉은 회장님들은 그런 적 없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회장님들이 골프장에서 혹은 연회장에서 나눈 대화들이 무엇인지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고용된 불량배들이 누구의 아바타인지 우리도 훤히 알고 있다.

이제 해도 안 되는 짓은 그만 두고 카페 마리와 이성적인 대화를 시작하라. 세입자들의 주장이 먹고 튀자는 의도라면 언제라도 그 구체적 사실을 폭로하고 세입자들의 '땡깡'을 막을 힘도 있으면서 왜 새벽 기습인가? 대낮에 하기에는 양심적으로 걸리는 게 있어서 그런 것인가? 협상 테이블을 한 주먹에 부숴버리기에는 이것저것 살펴야 할 염치가 남아서 그런 것인가?

용산 이후로 문화예술인들이 삶과 생명의 파괴에 대해서 무척 예민해져 있다. 3일 새벽에 벌어진 야만적인 행태가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주는 용서 받지 못할 추태라는 것을 문화예술인들은, 적어도 지난 7월 28일에 모였던 814명 그 이상의 문화예술인들은 모두 공유하고 있다. 명동재개발의 막후도 물론 알고 있다. 카페 마리가 이겨야 하는 필연성도, 카페 마리에서 언제까지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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