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을 위해 활동하는 KBS 시청자단체의 간부가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구직을 알선하겠다며 만남을 요구해 물의를 빚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3일 낸 성명에 따르면, KBS 시청자네트워크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전모 씨는 지난달 31일 다수의 아나운서 지망생들에게 "KBS네트워크 J사무총장이다. 이력서 소개를 잘 받았으며 구직과 관련된 협의가 있기를 바라니 늦지 않았다면 전화주시구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그러나 이들 지망생들은 KBS시청자네트워크나 KBS 측에 이력서를 제출한 적이 없었다. 전모 씨는 확인전화를 걸어온 지망생들에게 "지역총국을 방문하면서 만난 지역총국장들이 인력 추천요청을 함에 따라 연락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KBS 새 노조는 "아나운서 지망생 중 구직을 희망하는 몇명이 전모 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과정에서 전모 씨는 저녁시간 지망생들을 불러내 술을 권하며 본인이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에 있었다는 등 권력층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당장이라도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꽂아줄 수 있다', '자기 라인을 타라', '자기가 부르면 계속 나와라'고 종용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은 연락을 받은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언론계 취업을 준비하는 온라인 카페에 내용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그는 KBS 인근 주점이나 식당에서 현 지역총국장, 전 KBS 제작본부장, KBS 관련 잡지의 대표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새 노조는 "이 사건은 특정 개인이 벌인 행각으로 보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며 "제보자들은 전모 씨가 자신의 이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KBS에서 흘러나간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구직, 채용사이트인 미디어잡에 올린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이력서를 열람한 회사명은 KBS로 되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KBS시청자네트워크는 전국 18개 지역대표와 간사로 구성된 운영위원회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수신료 현실화를 위한 자발적 시민운동'을 표방하고 있다. KBS와는 별개의 조직이나 KBS 별관에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KBS 신관 예식홀에서 열린 출범식에는 김인규 사장이 참석해 "KBS 주인이 시청자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모임"이라며 축사를 하기도 했다.
KBS새 노조는 " 자발적인 시민운동을 표방하는 이 단체가 어떤 경위로 KBS내 사무실을 두게 되었으며 실제 뭘 하는 단체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며 "KBS 사측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고 동시에 KBS를 사칭한 당사자를 조속히 경찰에 수사 의뢰하라"고 촉구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전 씨는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사업 때문에 홈쇼핑 쇼호스트가 필요했고, 지방총국을 다니면서 기자, 아나운서 인력이 부족하다고 해, 선의적 차원에서 추천을 하려 한 것"이라며 "문제가 될 상황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KBS는 "수신료 현실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해당 단체에서 어제 전모씨를 직무정지한 뒤 오늘 자진사표를 내도록 했고 전씨도 그 결정에 따랐다"면서 "KBS를 사칭하는 과정에서 공사의 명예가 훼손된 부분이 있다면 대응방안도 면밀히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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