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들이 피켓 시위를 벌인 것은 물론, 일반신자들이 서명운동을 벌인 것은 1958년 교회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이 이러한 집단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해부터 조용기 원로목사 가족의 '교회 사유화' 논란으로 내분을 겪고 있다. 2008년 당시 조용기 담임 목사는 '교회개혁실천연대'와 친·인척 중용을 배제하고 순복음선교회 대표이사직을 3년 이내에 그만두겠다는 약속을 했다. 조용기 목사가 이런 약속을 한 이유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조 목사 가족 비리를 검찰에 고발하려 하자 이를 막기 위한 자구책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 3년 동안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재산을 순복음선교회에 편입시켜 회계 투명성을 높였다. 또한, 제자 교회 20여 곳도 독립했다. 하지만 조 목사 가족들과 관련한 계획은 3년 전 상황과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한동안 잠잠하던 조 목사 일가는 지난 1년 동안 끊임없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들어오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그간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장남 조희준, 차남 조민제 씨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차근차근 들어오면서 조 목사의 가족들이 교회를 사유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 여의도순복음교회. ⓒ연합뉴스 |
노골적으로 교회에 들어오려는 조용기 목사 가족들
실제 2010년부터 김성혜 씨는 순복음선교회 및 사랑과행복나눔, 순복음실업인연합회 이사 등에 취임하며 교회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장남 조희준 씨는 엘림복지회 대표이사와 사랑과행복나눔 대표사무국장으로, 차남 조민제 씨는 순복음선교회 이사로 입성했다. 노골적으로 가족이 순복음교회에 관여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원로목사 가족의 '교회 사유화'가 본격화되자 그동안 사태를 관망해오던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가 움직였다. 당회는 장로들로 구성된 교회 최고 의결기구다.
교회 장로들이 이례적으로 조 목사 가족들을 제지하고 나선 것은 '김 씨나 그의 동생 김성광 목사가 담임목사가 될 것'이란 소문까지 나돌면서 '현 이영훈 담임목사 체제 흔들기'를 더는 좌시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김 씨와 김 목사의 어머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초기 전도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 최자실 목사다.
결국, 여의도순복음교회는 4월 17일, 당회를 열고 조 원로목사 가족의 교회 내 역할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영훈 담임목사 주재로 당회에서는 조 목사의 부인 김성혜 씨는 한세대 총장직과 국외선교만 하고, 조 목사의 장남 조희준 씨는 엘림복지타운 또는 국외 교회 관련기관 중 택일해 재임하도록 했다.
차남 조민제 현 <국민일보> 사장은 <국민일보>만 관장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조 목사에 대해선 여의도순복음교회와 20여 개 제자교회의 모든 재산과 인사권을 관장하는 순복음선교회 이사장과 사랑과 행복나눔 이사장, <국민일보> 발행인 겸 회장직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날 임시 당회는 548명의 장로가 참석해 479명이 이 안에 찬성했다. 반대는 68명, 기권은 3명이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는 807명의 장로가 등록돼 있다.
25일부터 조용기 목사 가족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 진행
사태가 이렇게 되자, 그다음 달인 5월 3일, 조 목사를 포함, 김성혜 씨와 조희준 씨 등 조 목사 가족들은 교회 관련 주요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7일 순복음교회는 임시이사회를 열고 조용기 목사의 이사장직과 김성혜, 조민제 씨의 이사직 사표를 수리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조용기 목사는 "이제 이 사업을 여러분에게 맡기고 떠나겠다"며 "사회와 약속한 것을 지키고 싶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것 같아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순복음선교회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조 목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를 후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이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된 듯 보였다. 하지만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조용기 목사는 3일 제출한 부인 김성혜 씨와 아들 조희준 씨의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이사사표를 반려햇다.
그 후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갔다. 6월 17일 사랑과행복나눔재단 이사들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이사장인 조 목사를 총재로 추대하고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김창대 이사를 공동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총재는 사실상 자문직이다. 다시 조 목사 가족들이 교회에 간섭할 길이 열린 셈이다. 이는 지난 4월 당회 결정과도 배치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의도순복음교회 당회원 장로 807명 가운데 절반인 400여 명이 24일, 조용기 원로목사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 등 가족에게 교회와 관련된 주요 직책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서명취지문에 서명했다.
25일부터는 지역장과 구역장들이 일반 신자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서명취지문을 통해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은 사랑과행복나눔재단에 헌금 500억 원을 출연한 사실상 설립자로, 최근 재단의 파행 운영을 비통하게 생각한다"면서 조 원로목사의 가족과 이들을 따르는 인사들에게 재단 이사장, 임원 등 모든 직책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조 원로목사의 제2기 사역으로 소외계층에 대한 구제사역을 펼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공익법인으로, 조 원로목사 외에 그 누구도 재단 이사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목사는 재단 이사장직 사퇴 의사를 철회하고 교회가 추천하는 인사들로 이사회를 구성해 애초 교회의 재단 설립 목적에 따라 공정하게 재단을 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인들은 서명부를 조용기 원로목사와 이영훈 당회장 목사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만약 서명취지문에 들어 있는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특별한 조치도 취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으로도 조용기 목사 가족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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