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전국적으로 실시된 당원·청년선거인단 투표가 25.9%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함에 따라, 전당대회 현장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대의원 표의 영향력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후보자들간의 막판 신경전도 팽팽했다. 홍준표 후보와 막판까지 선두 다툼을 벌인 원희룡 후보는 '독불장군'이라며 홍 후보를 겨냥했고, 원 후보에 대한 '계파 선거' 비판도 나왔다. 홍준표·원희룡·나경원 세 후보에 대한 '직전 지도부 책임론' 역시 어김없이 제기됐다.
▲ 4일 오후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제12차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 후보자들이 공명선거 서약을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희룡, 홍준표, 권영세, 남경필, 박 진, 유승민, 나경원 후보. ⓒ뉴시스 |
홍준표 "MB와 15년 신뢰관계", 원희룡 "40대 대표가 변화 이끈다"
각종 여론조사 1위 후보답게 여유있는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 홍준표 후보는 "한나라당이 10년만에 집권해 5년만에 정권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며 "청와대 앞에 당당하고 야당 앞에 당당한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홍 후보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에 대한 야당의 음해와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며 "이 공격을 막을 사람은 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권 말 당청이 엇박자를 내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탈당하는 배신의 정치가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 대통령과의 15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당청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친이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원희룡 후보는 "상대를 공격하는 데만 열을 올리는 독불장군은 두고두고 갈등의 원인이 된다"며 홍준표 후보를 겨냥했다.
원 후보는 "여기 앞자리에도 어떤 후보에게 공천 약속을 받은 분들이 있을텐데, 공천은 당 대표가 하는 것이 아니다. 공천까지 대표가 좌우한다는 발상을 목숨걸고 막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 후보가 공천권을 담보로 협박을 했다는 의혹을 재차 제기한 것이다.
그는 "한나라당이 낡은 이미지를 벗고 20,30대를 공략하기 위해선 저 원희룡이 적임자"라며 '40대 당대표론'을 강조했다. 그는 또 "유승민 후보와 친이·친박을 없애는 연결다리가 되겠다"며 친박계 표심 공략에 나서기도 했다.
유승민 "오늘 혁명을 하자", 나경원 "계파 싸움 없앨 것"
친박계 후원을 받는 유승민 후보는 "국민들은 고통을 호소하는데 한나라당은 국민의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돌아선 민심이 저는 무섭고 두렵다"며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서 혁명을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후보는 자신의 '좌클릭' 행보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저는 국가 안보에 있어선 정통 보수"라며 "다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민생과 복지의 영역도 보수의 영토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한나라당이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서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모든 후보가 박근혜를 지키겠다고 나서지만, 과연 누가 박근혜를 진짜 지킬 수 있겠냐"며 "'유신잔당', '독불장군'이라고 비판했던 분이 이제 와서 박근혜를 지키겠다고 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냐"고 홍준표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그는 또 "원희룡 후보가 친이·친박 화해하자고 하는데 화끈하게 화해하자"면서도 "그러나 화해를 이끌 적임자는 바로 유승민"이라고 강조했다.
높은 인지도로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인 나경원 후보는 "공천 개혁을 통해 계파 싸움을 끝내겠다"며 "특정 계파의 대리인이 당대표가 된다면 진정한 화합이 되겠나. 우리는 청와대의 정당도, 계파 수장의 정당도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후보는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국민 대표'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나라당의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필 "당 쇄신 이끌 것, 마지막 한 표는 남경필에게"
쇄신파 주자 남경필 후보도 "화합하는 대표가 되겠다"며 "남경필이 되면 계파가 사라지고, 갈등이 사라진다. 한 표는 계파 투표를 하더라도, 마지막 한 표는 저 남경필에게 달라"고 호소했다.
남 후보는 이어 "대기업과 재벌은 성공하지만 서민들은 더욱 살기 힘들어졌다"며 "대기업 때리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지만 서민을 위해 일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남 후보 역시 자신에 대한 '좌클릭' 비판을 의식한 듯 2004년 원내수석부대표 당시 국가보안법 싸움을 상기시키며 "저는 타고난 한나라당의 아들"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4대강 사업을 염두에 둔 듯 "약속을 지키는 대표가 되겠다. 국책사업을 뒤집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청관계에 대해선 "(임기 말 레임덕에 빠진) 이명박 대통령을 끝까지 제가 지키겠다"고 말했다.
권영세 "'도로 한나라당'은 안 돼", 박진 "계파 화합은 박진이"
중도 성향의 권영세 후보는 이번에도 '천막정신'을 강조하며 친박계 표심 잡기에 나섰다. 권 후보는 2004년 천막당사를 언급하며 "한나라당은 미워도, 박근혜를 믿고 표를 주셨던 국민들의 기대 속에서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이번 전당대회엔 바로 그런 대표가 나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권 후보는 또 "전임 지도부 세 분 중 당대표가 나온다면 '도로 한나라당', '무책임한 한나라당'이라고 오늘 저녁 뉴스부터 도배가 될 것"이라며 4.27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직전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홍준표 후보를 지목하며 "박지원 대표와 맞짱 뜰 사람은 홍 후보밖에 없어서 나왔다는데, 대표가 맞짱이나 뜨는 자리냐"고 비판했고, 나경원 후보에 대해선 "인기가 많고 선거의 여왕이라면 책임지고 백의종군 했어야 했다"며 "가만히 있기 정 뭐하다면 내년 총선에서 유세단장으로 나와라"고 공격했다.
원희룡 후보에 대해선 "원 후보가 정두언 의원보다 먼저 당 대표 출마를 포기했어야 했다"며 "지역구 포기기 아니라 당 대표를 포기하는 게 맞았다"고 지적했다.
역시 중도 성향인 박진 후보는 "계파 갈등으로 당이 갈라져있고, 전당대회에서도 비전이나 희망보단 계판 간 표 싸움에 혈안이 되고 있다"며 "진정한 보수를 대표하는 수도권 주자 박진이 당 대표에 당선되는 게 진정한 화합과 변화의 시작"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후보자 정견발표가 끝난 후 대의원 투표가 이어졌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4명을 선출하는 이번 경선은 선거인단(일반+대의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70%와 30%씩 반영한다. 이날 전당대회는 대의원 8881명 중 5271명의 참석으로 열렸으며, 당선자에 대한 윤곽은 오후 6시께 드러날 전망이다.
한나라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7.4 전당대회 안팎의 풍경을 모아봤다. ○...각 후보 지지자들의 바람은? 전당대회 밖 차량용 무대에서는 홍준표 후보의 당대표 선출을 위해 붉은 티를 입은 지지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홍준표 후보의 지지자들은 자신들은 '홍사모(홍준표를 사랑하는 모임)'라고 밝히며 "전국적으로 젊은 층들이 홍사모에 가입되어 있다"고 말했다. 홍사모 관계자는 "홍준표 후보의 오랜 경륜이 바탕이 돼 한나라당을 섣불리 진보주의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황우여 원내대표와 안정적인 당 운영을 해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후보 지지자인 임철희(38, 서울시 동작구) 씨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데 원희룡 후보가 대표가 된다면 젊은 여당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원 후보가 친이계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내 박근혜 의원을 대적할 지지 세력의 구심점으로 원희룡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며 웃었다.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오전 9시부터 왔다는 서울시 동대문구 장안동 부녀회원들은 "당리당락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서 일해 달라", "부동산 경기를 일으켜 달라" 등의 바람을 전했다. 또 김용철(50대, 서울시 황학동) 씨는 "(나 후보가) 여성 특유의 차분함으로 당 운영을 잘 해 나갈 것"이라며 "차기 대선 후보가 될 박근혜 의원과 함께 우리나라의 새로운 여성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했던 유승민 후보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조종규(54, 경기도 성남시) 씨는 "경제 전문가라던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유승민 후보는 경제학에 정통한 사람으로, 박근혜 의원이 대선 후보가 되면 그의 복심을 누구보다 잘 읽어 경제를 다시 살릴 것"이라는 말로 지지를 나타냈다. ○...보수시민단체, 외국 대사관도 관심 보수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은 한나라당 전당대회장 밖에서 '군 미필 정당 시즌 2가 될 것인가. 대한민국이 정체성 회복과 진정한 반성이 동반된 쇄신을 촉구한다'며 행사장에 입장하는 대의원들에게 홍보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또 주한 캐나다 대사관 정치경제과 관계자는 전당대회장 주변 곳곳을 사진으로 찍으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 왔다. (전당대회가) 매우 뜨겁고 활동적"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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