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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 이은 명동의 '눈물'…'커피점 '마리'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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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 이은 명동의 '눈물'…'커피점 '마리'를 아시나요?'

[현장] 재개발로 쫓겨난 세입자 11명, 대안 촉구하며 농성 중

"지난주 일요일에 용역들이 와서 다 부숴버리고 갔어. 다친 사람도 2명이나 돼. 안 무섭냐고? 그럼 어떻게 해? 여기서 물러나면 길바닥에 나앉게 생겼는데. 죽으나 사나 버텨야 하는 거 아니야?"

21일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커피점 '마리'에서 농성 중인 김정희(42)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에서 농성을 벌인 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어간다. 분식집을 하고 있던 김 씨 는 자신의 가게가 재개발 구역으로 포함돼 지난 6월4일 명도집행을 당했다.

재개발 시행사에서는 열 달치 월세인 1000만 원을 보상금으로 준다고 했지만 이 돈으로는 다른 곳에서 가게를 열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김 씨가 9년 전 명동에서 분식집을 열 때 들인 돈만 해도 인테리어비와 권리금을 포함해 1억6000만 원이었다.

현실적인 보상금을 요구하며 버티다 결국 '알몸'으로 자신의 가게에서 쫓겨났다. 억울한 심정에 집기가 철거된 건물 앞에 텐트를 치고 같은 처지에 있는 상인들과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 14일 좀 더 안정적으로 농성을 하기 위해 이곳, 커피점 '마리'로 농성장을 이전했다. '마리' 역시 철거 대상 가게로 이미 모든 집기가 철거됐다.

지난 19일에는 20여 명의 용역 업체 직원들이 몰려와 유리로 된 농성장 문을 해머로 깨뜨리고 집기를 모조리 부셔버렸다. 농성장에 여성들도 있었지만 용역 직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을 짐짝처럼 들어다 밖으로 내동댕이쳤다. 화장실에 있는 세면기와 용변기도 해머로 부셔버렸다.

하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다시 이곳에 들어와 농성을 이어갔다.

▲ 명동에 위치한 커피점 '마리', 이곳에서 상인 11명은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강제로 쫓겨난 상인들, 14일부터 '마리'에서 농성

막무가내식 개발 정책이 도심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홍대 앞 '작은 용산'으로 불린 칼국수집 '두리반' 문제가 지난 8일, 농성 531일 만에 해결됐지만 여전히 재개발, 재건축 사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똑같은 형태로 반복되고 있다.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으로 선정된 명동성당 맞은편 일대, 명동 3구역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 11명이 지난 14일부터 옛 중앙극장 옆 커피점 '마리'를 점거하고 농성 중이다. 이들은 현실적인 이주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명동 3구역 일대는 모두 집기들이 철거된 상태이고 나머지 2구역과 4구역도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다. 이곳은 국민은행과 기업은행, 대우건설 등이 지분을 투자해서 만든 명동도시환경정비사업(주)가 24층 건물을 세우기 위해서 재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곳이다. 명동성당 앞 대부분의 상가들이 포함된다.

현재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11개 점포 상인들은 각각 4월 8일과 6월 4일 용역 업체 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자신이 일하던 가게에서 쫓겨났다.

애초 명동3구역에서는 30여 개의 점포가 있었으나 농성 중인 11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행사와 합의를 하고 이곳을 떠났다. 명동에서 23년 동안 '낙원화랑'을 운영해온 배재훈 명동3구역 세입자대책위원장은 "이곳을 떠난 상인들은 적게는 370만 원에서 많게는 1400만 원 정도를 받고 떠났다"며 "하지만 이 돈을 가지고는 다른 어디를 가더라도 장사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미 떠난 세입자 중 상당수는 장사를 접고 다른 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보니 더욱 이곳을 나갈 수 없는 노릇이다. 배 위원장은 "다른 곳을 가려고 해도 권리금이 발목을 잡는다"며 "재개발을 하면 최소한 원주민들이 제대로 살 수 있도록 한 다음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 명동성당 주변 상가들은 대부분 철거 지역에 포함됐다. ⓒ프레시안(허환주)

"우리가 바라는 건 지금 이대로 그냥 장사를 하게 해달라는 것"

현재 11세대는 두리반이 합의했던 것처럼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사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

배 위원장은 "20일 만난 시행사 사장은 우리가 건물을 무단 점거한 것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며 "결국 협상은 하지도 못하고 10분 만에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수박에 없었다"고 밝혔다. 배 위원장은 "혹자는 우리가 욕심을 부린다고 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건 지금 이대로 그냥 장사를 하게 해달라는 것뿐"이라며 "그게 욕심이라면 욕심인가보다"고 한 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두리반에서처럼 많은 음악인들과 시민들이 이곳 명동 '마리'에 속속 모여들고 있다는 점이다. 용역이 침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일 저녁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마리'를 찾고 있다.

지난 며칠간은 '마리' 앞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는 19일 이곳에서 철거민과 하룻밤을 같이 보내기도 했다. 낮에는 일반시민들이 조를 나눠 이곳을 지키고 있다.

배 위원장은 "밤에는 이곳 농성장이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온다"며 "그간 용역들이 언제 들어올지 늘 불안해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 위원장은 "두리반이 500일 넘게 싸워 겨우 승리했다"며 "우리도 그렇게만 된다면 500일이든 1000일이든 버티겠다"고 말했다.

두리반 문제는 해결됐지만 막무가내 식으로 진행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여전히 평범한 시민을 투사로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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