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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천국' 미국, 위기에 빛나는 채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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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천국' 미국, 위기에 빛나는 채널은?

[ACT!] 공동체라디오를 허하라②·끝

미국의 공동체라디오(Low Power FM : LPFM)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1월 지역 공동체라디오법(Local Community Radio Act of 2010)에 서명을 했다. 이 법안은 FCC로 하여금 그동안 미국 공동체라디오의 확장을 가로막았던 제 3 인접채널에 대한 최소거리 규정을 삭제하도록 하고 있다. FCC는 그동안 방송국마다 적어도 4개의 채널 간격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새 법안의 통과로 공동체라디오의 경우 3번째 인접채널에 방송국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으로 800개에서 1200개의 새로운 지역 공동체라디오가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한다.

최소거리규정은 미국 공동체라디오의 활성화와 관련해 논쟁적인 규제조항이었다. 2000년 FCC는 공동체라디오(LPFM)에 대한 새로운 규칙을 승인했었다. 공동체라디오(LPFM) 승인과 함께 허가 일정을 공시하였고 많은 지역에서 신청을 했다. 그러나 2000년 12월 공동체라디오 도입에 적대적이었던 전국방송사업자(NAB) 및 상업 라디오 방송사업자들이 '라디오 방송 보호법(Radio Broadcasting Preservation Act of 2000)'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공동체라디오(LPFM) 면허 기회는 75%나 삭감되었다.

라디오 방송 보호법의 주요 내용은 제3인접 채널 보호를 위해 거리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체라디오(LPFM) 서비스가 FM 주파수의 혼신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후 2년 동안 방송사들의 우려가 근거가 없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FCC는 2004년 2월 의회가 공동체라디오(LPFM)에 요구되는 제 3인접 채널의 거리 규정을 삭제하라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수년이 지나도록 FCC의 권고는 실현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많은 지역에서 공동체라디오(LPFM)의 실현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미국의 공동체 라디오 관련 단체들은 이러한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투쟁을 했다. 2005년과 2007년엔 2001년 법안에 대한 수정법안을 의회에 제출하였으나 법제정엔 실패를 하기도 했다. 최근 지역 공동체라디오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그 간의 노력과 투쟁이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번에 통과된 지역 공동체라디오법의 법 제정과정에는 공동체라디오의 중요한 역할과 관련한 사례가 바탕이 되었다. 바로 재난방송으로서 공동체라디오 역할이다.

2005년 여름 미국에서는 커다란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리타가 연달아 미 남부 지역을 강타했다. 카트리나로 인해 무려 1836명이 사망하고 2000명이 실종, 100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손실액은 약 1200억달러로 추정됐다. 허리케인 리타로 역시 큰 피해를 주었다. 짧은 간격으로 비슷한 지역에 연속으로 몰아쳤던 이 두 허리케인은 미 역사상 가장 극심한 자연재해 1위와 9위로 기록될 정도로 큰 재난이었다.

이러한 재난 상황에 주민들에게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방송이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주류 상업미디어들은 지역 주민들의 생존을 외면했다. 미국 전역에 1200개 이상의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재벌 클리어 채널의 라디오들은 재난방송 대신 음악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광고수입은 올리면서 제작비용을 낮추기 위한 획일적인 전국방송이 가동되고 있었던 결과였다. 또한 자체 취재 인력들은 해고된 뒤였기에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없었다. (*주1)

* 주1. 이는 미국의 미디어 소유권 완화 정책으로 인한 미디어 소유 집중의 폐해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 1996년 통신법 통과로 미디어 소유규제가 완화되었다. 한 회사가 소유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사의 소유제한을 없애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지역방송사들이 클리어 채널(Clear Channel)과 비아콤과 같은 소수의 거대기업에 의해 인수 되었다. 법안 통과 이후 50%가 넘는 라디오 방송사들이 클리어 채널이나 비아콤 같은 방송사들에게 매각됐다. 특히 40여개 방송사를 운영하던 클리어 채널은 법안 통과 후 5년 만에 1,200여 개의 방송사를 거느린 미디어 공룡으로 급성장했다. 인수 합병후 거대 미디어 그룹들은 재정을 줄이기 위해 1만명에 달하는 지역 라디오 종사자들을 대량으로 해고하고 지역에 대한 투자를 줄였다. 또 제작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수백개의 방송국에 동일한 프로그램을 방송해왔다. 이로 인해 지역 중심의 예술, 뉴스, 문화 등 다양한 지역프로그램이 줄어들었다. 클리어 채널 그룹에 합병된 지역 라디오 방송사들은 단순한 중계소로 전락했다.

반면에 공동체라디오들은 위기의 순간에 많은 생명을 구했다. 공동체라디오들은 재난 초기부터 긴급 재난 방송을 실시했다. 그들은 CNN, NBC, ABC 등 TV와 클리어 채널 등의 대형 라디오 미디어들이 뒷짐을 지고 있을 때 카트리나에 대한 재난 정보를 방송했고 지역의 비상운영센터로서 기능을 했다. 그들은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긴급한 순간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역 주민들이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필요한 뉴스와 정보를 제공했다.

미국 남부의 핸콕(Hancock) 지역의 WQRZ의 경우, 미시시피 서쪽 해안에서 카트리나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뉴스와 정보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한 유일한 방송국이었다. 폭풍우로 스튜디오가 파괴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지만 작은 디젤발전기로 방송을 실시했다.

▲ 2005년 허리케인 리타(Rita) 기간중 WQRZ 스튜디오 모습. 발전기를 가동해 방송을 하고 있다(왼쪽) 2008년 허리케인 이케(Ike)로 인해 침수된 상태로 방송중인 모습(오른쪽)-출처 : http://www.myspace.com/wqrzlp1035fm

또한 카트리나가 지나간 후에는 임시 대피소의 수천명의 이재민들에게 가용한 음식과 물, 의복, 적십자, 대책회의 및 재해 지원 공급 등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전달했다.

특별한 공동체라디오 방송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폭풍후가 몰아친 후 대피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피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물과 공급물자가 부족한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물질적 지원 이외에도 이재민들은 정보와 소통을 갈망했다. 잃어버린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식과 언제 어떻게 집에 돌아가야 할지, 건강과 일자리 그리고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어 했다. 지방정부와 재난 관리 기구에서 대피소에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또한 이재민들이 정작 알고 싶어 하는 정보에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 <KAMP 95.3 LPFM -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재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재민 대피소 앞 주차장에 설치된 트레일러 형태의 방송국.
공동체라디오와 독립미디어센터(Independent Media Center)활동가들은 이재민들에 대한 정보제공과 소통을 위해 임시(Short-term) 라디오 방송의 설치를 제안했다. KAMP(Katrina Aftermath Media Project) 라디오 방송국이라 명명된 임시 공동체라디오 방송은 프로메테우스 라디오 프로젝트(Prometheus Radio Project)의 도움을 받아 FCC의 면허를 취득했다. 스튜디오는 캠핑카를 임대해 이재민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는 수퍼돔 주차장에 설치했고, 방송장비는 휴스턴 독립 미디어 프로젝트(Houston Independent Media Project)와 KPFT-FM에서 지원을 받아 6와트로 방송을 실시했다.

이재민들에게는 소니에서 후원 받은 라디오를 무료로 나누어 주었다. KAMP 라디오는 안내를 읽어주고, 무료 처방약 배달정보, 아이들 학교 절차, 새로운 사회보장 서비스 절차, 신분증 발급과 같은 이재민들의 생존과 일상생활로의 복귀에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했다. 또 새로운 정보를 신속히 전달하고 또한 잘못된 정보나 유언비어를 통제했다. 이 라디오는 또한 생존자들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등 공공 서비스 방송의 역할을 수행했다. KAMP의 활약으로 이재민들은 8월의 뜨거운 햇빛 아래서 장시간 줄서서 기다리는 대신에 전파를 통해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재해가 발생한 지역은 미국의 다른 곳에 비해 문맹률이 높은 곳이어서 라디오 방송은 더욱 효과적인 정보 수단이 되었다.

2005년 대형재난의 경험을 통해 미국에서는 태풍이 지나간 뒤 뒷북을 친 공룡 미디어 재벌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고, 공동체미디어와 지역미디어의 역할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러한 공감대 형성으로 지역밀착형 미디어인 공동체라디오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 공동체라디오 법(Local Community Radio Act)에 대한 정책적 캠페인을 확산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위 사례에서처럼 공동체라디오는 재난상황에서 다른 어떤 매체보다 주민들의 생존과 구호를 위해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공동체라디오의 지역적 또는 국가적 위급상황에서 재난방송으로서 공동체라디오의 역할에 주목을 하고 있다. 공동체라디오가 재난방송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로는 첫째, 공동체라디오가 하이퍼로컬(hyperlocal)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자연재해의 경우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자연재해 빈도와 강도가 더욱 잦아지고 세지는 경향과 함께 일부 지역에 한해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여름철과 겨울철에 국지적인 집중호우와 폭설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졌다.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대형사건이나 사고의 경우 국지적으로 발생할 확률이 높다. 공동체라디오는 방송권역이 좁고 지역에 국한되어 있으며 지역밀착형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재해의 경우 재난방송으로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KBS나 지역방송의 경우 방송권역이 전국적 또는 광역권으로 재해지역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제약을 가지고 있다.

둘째, 공동체라디오 방송은 재난의 진행 경과에 따라 재난방송의 세 가지 기능인 보도, 방재, 부흥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적합한 매체이다. 재난방송은 단순히 재난의 규모나 피해상황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 상황 시 주민들의 대피와 생존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재난이후 복구나 재활을 통해 지역사회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국내의 재난방송의 경우 재난의 규모나 피해 규모, 슬픈 사연이나 미담 등을 대도시 중심의 방송이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지역방송의 경우 서울의 키스테이션의 중계국으로 전락한지 오래여서 재난의 진행정도에 따라 신속하고 지속적인 재난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공동체라디오는 지역공동체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지역민들의 수요를 제때 파악하고 이에 맞게 방송을 편성하고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셋째, 공동체라디오는 전기가 끊기고 통신이 불안전한 상황에서도 방송을 송수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연재해로 인한 재난의 경우 정전이나 침수 등으로 인해 전기가 통신의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앞서 살펴본 미국의 사례처럼 작은 규모의 비상전력으로 방송을 전개 할 수 있으며 배터리나 수동 충전으로 작동되는 저가의 라디오 수신기를 통해 누구나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이에 따라 공동체라디오가 지역에서 재난방송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응이 마련되어져야 할 것이다. 먼저 공동체라디오의 재난방송 매뉴얼과 시스템에 대한 구축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재난방송의 주관방송사는 KBS이지만 종합편성과 보도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재난이 발생할 경우 재난방송을 해야 한다고 의무화하고 있다. 그 외 방송사업자의 경우도 방송통신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재난방송을 요구할 수 있다(방송법 제 75조). 이에 따라 공동체라디오 방송도 재난 상황 시 재난방송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난의 규모나 지역에 따라 공동체라디오 방송이 재난방송을 할 수 있도록 재난방송에 대한 매뉴얼에 공동체라디오방송을 포함하고, 공동체라디오 방송국에 비상전력 시스템 구축과 장비보강과 재난시 송출출력을 증강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역단위의 재난방송협의회를 구성하고 이 협의회에 공동체라디오 방송도 포함되어져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에 따르면 재해 또는 재난의 발생시 이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행정기관의 장이 방송통신위원회에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사업자에게 재난방송을 행하도록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방송통신위원회 규칙 제 28조). 따라서 공동체라디오가 운영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사전에 지역자치단체와의 교감을 통해 국지적 또는 전국단위의 재해나 재난이 발생할 경우 공동체라디오에 재난 방송을 요청할 수 있도록 사전에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져야 할 것은 지역미디어로서 공동체라디오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더 많은 지역에 공동체라디오가 설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공동체라디오가 국내에 도입 된 지 7년여가 지났지만 아직까지 시범사업에서 정규사업으로 전환된 7개 사업자 이외에는 신규사업을 실행하지 않고 있다. 공동체라디오는 지역에 밀착하여 지역이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매체일 뿐만 아니라 위급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전국 방방 곳곳에 공동체라디오가 설립되어져 지역의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민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 참고자료
- 이만제·김영덕(2005), 소출력라디오 시범사업 평가 연구보고서, 방송위원회.
- 이연(2010), 재난방송의 역할과 과제, 방송문화, 2010년 4월.
- Robert W. Mcchesney(2005), (The)political economy of media :enduring issues, emerging dilemmas, 오창호 역(2009), 미디어 정책 개혁론, 나남.
- 태미 코 로빈슨(2009), 미디어인터내셔널, 위키 대통령 오바마와 미국 커뮤니케이션 권리 운동의 새로운 지평, 진보적미디어운동연구 저널 ACT! 제63호 2009년 7월 28일.
- http://bentorn.org
- http://www.chron.com
- http://www.wqrz.org
[필자 소개] 최성은
현재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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