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도의 핵심은 대기업에게만 집중돼 있는 성과이익을 대기업의 협력사인 중소기업에게도 돌려주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재벌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 본적이 없는 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익공유제는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다. 최초로 시행된 곳은 미국 할리우드로 1920년대 할리우드 영화산업 태동기에 등장한 이후 영화배우, 제작사, 배급사 간 협력을 촉진했고 현재까지도 할리우드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후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네델란드 등 여러 선진국의 제조, 건설, 유통서비스, 인터넷, 프렌차이즈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주요 대학의 조직 경제학 및 경영전략 교과서에서도 다양하게 다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익공유제 도입은 고사하고 용어조차 생소한 게 현실이다. 대·중소기업간 하도급 거래가 대기업의 일방적 우위 속에 이뤄지는 한국에서 이익공유제 도입은 대기업의 양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이익공유제가 대기업과 거래하는 영세 중소 협력사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실 주최로 이익공유제가 저임금 노동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 정운찬 위원장이 이익공유제 도입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익공유제는 불공정 하도급거래 개선에도 긍정적 영향"
경제학 박사이기도 한 곽정수 <한겨레21> 기자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사전적으로 정한 이익목표를 초과 달성한 데는 경영진, 직원들의 노력과 함께 협력업체들의 기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며 "대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부품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곽 기자는 "또 대기업의 초과이익에는 협력사들의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납품단가를 인하한 게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기업은 원가절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중소기업을 상대로 강도 높은 납품단가 인하를 단행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곽 기자는 "이런 상황에서 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협력사들의 지나친 이익 격차를 시정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과 대기업들의 다짐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불공정 하도급거래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동반성장위원회도 이익공유제 도입 배경을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는 반면, 부품 납품업체들은 거꾸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현재의 비정상적 경제상황을 개선하자는 데 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익공유적립금으로 최저임금 보장 재원 활용 팔요"
하지만 대기업에서 발생한 초과이익을 협력업체에게 돌려준다고 해서 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와 2차 이하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이를 두고 곽 기자는 "이익공유제를 실시하는 대·중소기업 간 운용되는 이익공유적립금을 2차 이하 영세 협력사들의 인력개발을 위해 지원할 때 우선적으로 최저임금 보장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익공유적립금은 대·중소기업 간 이익공유제를 실행할 때 협력 참가자들의 장기성과를 보장하고 공동사업 실패 시 발생하는 협력사와 대기업의 위험부담을 완화하며 이익공유 협약에 간접적으로 참여하는 2차 이하의 협력사 지원을 위해 적립되는 재정을 말한다.
곽 기자는 "대기업 초과이윤에는 2차 협력업체 노동자와 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기여도 포함돼 있다"며 "하지만 이들은 초과이익이 발생해도 직접적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 기자는 "이에 2차 이하 협력사 노동자과 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 개선을 위해 이익공유적립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의 저임금 구조 개선은 해당 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1차 협력사와 대기업의 경쟁력 제고로 연결돼 동반성장의 취지에 잘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곽 기자는 "재계의 강한 반발과 정부의 불분명한 태도를 감안할 때 이익공유제는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이 제도는 상품을 함께 만든 사람들, 즉 대기업 임직원뿐만 아니라 협력사 노동자도 이익을 나눠 갖자는 지극히 시장주의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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