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등록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대학생들을 만났다가, 결국 원성만 산 채 발걸음을 돌렸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 요구에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뭇매를 맞은 것.
10일 황 원내대표는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에서 등록금 인하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표자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오후 반값 등록금 이행 촉구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되자, 여권이 급히 '불끄기'에 나선 것이다.
이날 학생들은 간담회 시작부터 "먼저 사과부터 하라"며 황 원내대표를 강하게 몰아세웠다. 그러나 황 원내대표는 "오늘 모임의 취지가 사과를 받겠다는 건가. 등록금 인하를 위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누자는 건가"라며 "사과가 목적이라면 당에서 논의해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학생들의 계속된 사과 요구에 황 원내대표는 "기성세대가 힘들더라도 다음 세대가 꿈과 낭만을 품고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지고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답변했고, 이에 학생들은 "(황 원내대표의) 교육 철학 듣자고 이 자리에 온 게 아니다"라며 격분했다.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 여부를 두고서도 신경전이 이어졌다. 학생들이 "한나라당이 대선 공약인 반값 등록금을 이행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묻자, 황 원내대표는 "언제 어디서 얘기했는지 말해 달라. 속기록을 확인해보겠다"며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이를 부인했다.
학생들이 "대선 공약으로 반값 등록금을 내걸지 않았냐"라고 재차 묻자, 황 원내대표는 "잘 모르겠다"고 피해갔고, 동석한 임해규 정책위 부의장이 "그건 2006년 지방선거 공약이었고, 대선에서는 뺐다"고 대신 답변했다.
이에 학생들은 "오늘 자리는 반값 등록금을 전제로 한 것인데 아니라고 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이에 황영철 의원이 "여러분이 한나라당과 대통령에 비판적인 것은 이해하나, 선을 갈라놓고 출발하면 안 되지 않겠냐"라며 "당내에서 외롭게 투쟁하며 등록금 인하를 추진하는 원내대표의 진정성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황 원내대표가 "등록금을 낮추지만 도덕적 해이에 빠질 정도는 어렵다"고 말하자, 한대련 의장인 박자은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사과도 없는 정치인들의 도덕적 해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황우여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생활수준 하위 50%, B학점 이상'에만 적용하는 방법을 내놓아 '반값 등록금이 아닌 반값 장학금'이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또 지난 8일에는 "당이 한 때 반값 등록금이란 용어를 썼지만, 국민 앞에 정직해져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당의 공식 용어를 '등록금 부담 완화·인하'로 한다"고 말해 비판을 샀다.
결국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던 이날 간담회는 별다른 소득없이 마무리됐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많이 야단맞고 간다. 또 보자"라고 했으나, 박자은 의장은 "촛불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재확인 했다"고 받아쳤다. 이날 학생들은 면담을 마치자마자 촛불집회가 열리는 청계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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