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열혈 의원들이 현장에 나가 경찰이 쏘는 물대포와 소화기를 뒤집어썼지만, 지도부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으면 사람들은 시큰둥했다. 의원들을 총출동 시켜도 총선에서 낙선한 국회의원들은 짜증나는 표정으로 출석만 부르고 빠져나가 근처 맛집 기행을 일삼다 기자들에게 '적발' 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그저 엑스트라 수준이었다.
▲ 지난 2008년 촛불집회에 참석해 시민들의 얘기를 듣는 손학규 대표. ⓒ연합 |
3년이 흐른 2011년 6월. 다시 광화문에서는 촛불이 피어오르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민주당을 보는 시선은 싸늘하다고 한다. 6일 저녁 촛불집회 현장을 찾은 손학규 대표는 대학생들에게 "한나라당과 차이가 뭐냐"며 '야유'를 받았다고 한다. 반값 등록금을 비롯해 '3무 무상복지'를 먼저 꺼내 놓은 곳은 민주당인데도 말이다. 야당의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을 꺼내는 순간 주도권은 넘어갈 수밖에 없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정치 불신도 원인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유일 뿐일까. 반성이 없다. 2008년 촛불시위의 원인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였다. 그 배경에는 간접적으로나마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되던 한미FTA 등 무역 개방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성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2011년 촛불은 대학 등록금 문제로 타오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국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가장 높았던 때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6년, 2007년이었다. 사립대학들도 6% 이상 고공 인상률 행진을 벌였다. 대학의 무분별한 등록금 인상에서 이명박 정부는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의 목소리는 없다. 반성이 없는 약속은 허언일 뿐이다.
지난 지방선거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 유세를 취재할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문성근 씨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끄럽기만 하고 하는 일은 별로 없고, 집 값을 제 때 못 잡았고, 양극화를 줄이지 못 했습니다. 정말 죄송스럽고 송구스런 마음에 깊이 반성합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이명박 정권보다 잘 하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역사를 바꿔주십쇼!"
유세에서 '이명박 정권 심판', '오세훈 시장 심판'만을 외쳐대는 연사들 사이에서 문 씨의 이 딱 한 구절이 가슴에 박혔다.
2008년 촛불 당시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가 이끌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2011년 촛불이 타오르는 순간 역시 손 대표가 맞이하고 있다. 솔직히 손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의 책임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을 '나 몰라라' 한다면 그는 민주당에서 영원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나름대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평가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그걸 아는 이는 별로 없다. 사죄와 반성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지금이 그 적기는 아닐까. 그래야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래야 '촛불 울렁증'도 벗어날 수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