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시신 유기 사건'과 관련해 살해당한 여성 박모(50) 씨의 남편 대학교수 강모(52) 씨가 24일 범행을 자백했지만, 경찰은 "우발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강 씨의 자백에 따르면 아내와 이혼 문제로 갈등을 겪다 지난달 2일 다투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것이다. 강 씨는 "이혼소송 문제로 만났다가 다퉜고, 화가 나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숨진 아내의 실종기간이었던 지난 50여 일 동안 경찰이 수집한 증거를 보면 단순 우발 범행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많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우선 가방. 강 씨는 3월 27일 모 아웃도어 매장에서 스포츠용 대형 가방을 구입했다. 경찰은 가방 판매처를 추적했고 이 모습이 CCTV에 남았다. 강 씨가 산악회 활동을 할 정도로 산행을 좋아했지만, 경찰은 어른 한 명이 들어갈 정도로 큰 가방을 산 이유를 의심하고 있다.
강 씨의 아내 시신 발견 당시 몸을 묶고 있던 쇠사슬, 빨랫줄을 비롯해 하반신을 덮고 있던 포댓자루도 일상적인 생활용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강 씨가 미리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강 씨가 시신을 유기한 을숙도대교도 다른 다리와 달리 주차용 갓길이 있어 차를 세우고 강으로 시신을 던지기 용이했다는 점도 강 씨가 살인을 계획했다는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특히 경찰은 강 씨의 컴퓨터에서 '시체 없는 살인', '시신 유기 방법' 등을 검색한 흔적도 발견했다.
결국 강 씨가 이러한 검색을 한 시점과 시신 유기 도구들을 마련한 시점이 범행 전이냐, 후이냐에 따라 계획적 살인 여부가 밝혀질 전망이다.
또한 범행 당일 CCTV에 찍힌 강 씨의 이동 동선도 쉽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범행은 지난달 2일 밤 11시께 해운대의 모 호텔 주차장 강 씨의 차 안에서 저질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씨의 차는 3일 오전 0시 30분 만덕터널 CCTV에 찍혔고, 오전 1시2분에는 만덕동 자신의 아파트 주차장 CCTV에 찍혔다.
그런데 강 씨는 차를 주차한 뒤 걸어서 아파트를 나갔고, 오전 5시가 넘어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신 유기에 제3의 차량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공범 존재 여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