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가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가 아닌 괴롭히기 위해서 진행되고 있다. 72시간 구금시켜놓고 사생활을 조사한다. 한 마디로 망신을 주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장주영 변호사)
18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새사회연대 등 주최로 검찰권 남용 피해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보고대회에는 MBC <PD수첩>의 광우병 편 PD, 용산 참사 철거민 유가족, 쌍용자동차 파업 참가자, G20 포스터 쥐 그래피티 작가 등이 참석했다.
검찰, 사상과 이념만 질문했다"
참석자들은 검찰이 권력을 독점하고 국민을 통제한다고 비판했다. G20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렸다가 벌금 200만 원형을 선고 받은 박정수 씨는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 넣다가 경찰에 체포돼 72시간 동안 구금 상태에서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경찰 조사 후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밝혔다.
박정수 씨는 "당시 사건을 맡은 검사는 용산 참사를 담당했던 검사였다"며 "이 검사는 내가 어떤 형법상 잘못을 했는지 묻는 게 아니라 나의 이념과 사상과 관련한 질문만을 했다"고 설명했다.
박정수 씨에 따르면 검사는 '하필 포스터에 쥐를 그려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 G20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언제 누구와 사전 공모를 했는가, (쥐 그림을 그린 것을 두고) 귀빈들 모시는 잔치 집에 미친개를 풀어놓는 것과 같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박정수 씨는 "결국 쥐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공용물 손괴 혐의로 기소가 됐다"며 "하지만 아직도 포스터가 공용물건인지 의문이다. 내가 쥐 그림을 그린 게 국가 행정을 마비시킨 거라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박정수 씨가 그린 쥐 그림.ⓒ연합뉴스 |
당시 박정수 씨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종언 판사는 "피고인은 G20의 이미지를 담아 그래피티 작업을 진행했고 경제적 손실이 적다고 주장하지만 공공물건의 홍보기능을 고려할 때 재물적 가치가 높다"며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박정수 씨는 "담당 검사는 말할 때마다 '상식'과 '정상'을 이야기하며 내가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며 "하지만 아직도 내가 형법상으로 어떤 법에 저촉돼 벌금형을 받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박정수 씨는 "결국 검찰은 법이 아닌 마음속으로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불러내 사람을 시달리게 하고 못 살게 하면서 공포감과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은 소수 권력자들을 위해 존재한다"
이춘근 문화방송 PD는 검찰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이 PD는 "정운천 전 장관은 2008년 농민단체로부터 쇠고기 졸속협상과 관련해 고소를 당했다"며 "하지만 정 전 장관은 해가 바뀌는 동안 <PD수첩>에 대한 고소인으로만 조사를 받았지, 피의자 조사는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PD는 "또한 정운천, 민동석 씨는 소송관련 변호사 자문비용을 국가예산으로 지불했다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고발을 당했음에도 검찰은 결국 이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다"며 "<PD수첩> 제작진에게 그랬듯이 이메일도 털고, 전화도 도청하고 계좌도 추적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PD는 "누구에게는 먼지 털이식 수사를, 누구에게는 허허실실 수사를 행하는 검찰은 도대체 그 이중 잣대는 누가 쥐어준 것인가"라며 "이러고도 검찰이 소수 권력자의 이익이 아닌 공익의 수호자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 PD는 "<PD수첩> 김은희 작가는 검찰이 자신의 이메일을 수색한 것을 두고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했지만 검찰은 아직도 이를 수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사를 검사가 수사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PD는 "검사는 아무리 잘못을 한다 해도 기소 독점권이 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6월 임시국회에서 검찰 개혁안 통과돼야"
결국 화두는 '검찰 개혁'으로 옮겨진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2010년 3월 발족 이후 1년여에 걸쳐 검찰 개혁안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합의사항을 처리하지 못하고 오는 6월 국회로 처리를 연기했다.
민변, 경실련,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사법개혁 촉구 인권시민 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는 18일 성명서를 내고 "사개특위는 좌고우면할 게 아니라 대검 중수부 폐지, 독립성이 보장된 특수청 설치 등 검찰 개혁 핵심사항이 포함된 사법개혁 법안을 6월 안에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유제성 민변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이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검찰에게 집중돼 있는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중수부를 폐지하는 등 개혁안이 필요하다"며 "6월 국회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