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강사 박정수 씨에게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이종언 부장판사는 13일 공공문건을 훼손한 혐의(공용물건 손상)로 기소된 박정수 씨에게 벌금형 200만 원을, 최모 연구원에게 1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 등은 쥐그림을 그려넣은 그래피티 아트가 헌법 22조에서 보장하는 예술·창작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예술·창작 표현의 자유가 형법에서 금지하는 행위까지 무제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공공물인 G20포스터에 낙서한 것은 형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G20을 홍보하고 안내하는 공공물건인 포스터의 재물적 가치가 적다고 해서 홍보 기능까지 작다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래피티는 예술의 한 영역으로 외국에서처럼 폭넓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박씨 스스로 경찰 체포 등을 피하기 위한 성격이 있음을 인정했고 다른 방법으로도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외국 작가인 뱅크시 등의 그래피티 작품도 다른 사람이 만든 표현물이나 창작품에 그려넣지는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범죄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G20 행사 자체를 방해할 목적이 없었고, 쥐그림에 대해 해학적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으며 G20 정상회의에 피해액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그래피티 아트가 다른 법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실형보다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밝혔다.
박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최모(29)씨는 지난 공판에서 "범죄행위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해왔으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점 등 범죄의 사전계획, 실행에 기여해온 것이 인정돼 벌금형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판결에 대해 박 씨는 "표현의 자유에 한계가 있다는 의미라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G20 포스터를 물리적으로 파괴하지 않았고 쥐 형상을 그려넣은 것 뿐인데 손상됐다는 것은 결국 그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훼손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는 항소 여부에 대해선 "친구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씨 등은 지난해 10월31일 서울 을지로 일대에 부착된 G20홍보 포스터 22장에 미리 준비한 쥐그림 도안을 대고 검정색 스프레이를 뿌려 공용물을 훼손한 혐의로 올해 1월 불구속 기소됐다.
한편, 앞서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하는가 하면 "국민들과 아이들로부터 청사초롱과 번영에 대한 꿈을 강탈했다"며 박 씨와 최 씨에게 각각 징역 10개월과 8개월을 구형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유명 영화감독들과 많은 수의 시민들이 재판부에 '예술적 표현에 대한 관용을 보여야 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영국 뱅크시의 팬사이트에서도 구명운동이 벌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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