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중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에 대한 강한 추진 의사를 밝혔다. 안 장관은 6일 교과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지금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민국 정통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이 사용하는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부분이 있다"며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등의 역사 교과서 수정 요구를 교과부가 받아들인 것.
우형식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정 논의에 대해서도 "가급적 내년 3월부터 수정된 교과서를 사용하기 위해 일정을 맞추고 있다"고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안 장관은 "당장은 법으로 불가능하지만 2011년부터 나오는 새 역사 교과서는 정사(正史)를 근현대사 교과서에 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건국60주년 기념사업위원회에서 나온 자료를 중고등학교에 배포해 역사교육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서상기 의원이 "수정요구안을 교과서 저자가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묻자 안 장관은 "저자들이 수정요구안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정두언 의원은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근현대사 교과서와 북한의 교과서들을 비교한 결과 현재 우리의 역사 교과서는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역사서들을 베껴 쓴 것에 불과하다"며 "북한의 교과서를 그대로 답습한 교과서를 2011년까지 사용해야 하느냐"고 안 장관을 질타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보환 의원은 '다시쓰는 한국 현대사'를 두고 "이 책은 1980~90년대 운동권이 사용한 '이념 교육용 교재'"라며 "이와 유사한 내용의 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우리 역사에 대한 쿠데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지역 중학교 역사교사 1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거론하며 "63.3%가 좌편향 교과서 문제제기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응답을 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교과서 수정은 헌법과 법률에서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교과부와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권영길 "공정택 교육감 선거자금 차용에 행정 감사 실시해야"
한편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안병만 장관에게 "공정택 교육감의 선거자금 차입에 대해 즉각적인 행정 감사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공 교육감은 최근 서울시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사설 학원 등으로부터 7억 여원을 차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권 의원은 "공정택 교육감이 선거과정에서 학원 관계자들에게 7억여원을 빌리고 현직 교장 수십 명에게 10~100만원 대의 격려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는 교과부 행정감사규칙 3조 3항에 따라 감사 대상이 된다"고 행정감사를 요구했다.
이에 안 장관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정택 교육감과 주경복 후보가 유사 사례기 때문에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이 나왔다"며 "좀더 깊이 알아 보겠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또 "교육감이 사교육비 단속을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국제중 설치 등 사교육비 확대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어느 국민이 믿겠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의원 자료 요구에 정부 '보안성 검토' 논란
한편 이날 질의에 앞서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교과부가 보안심의위원회를 만들어서 의원들의 (자료 제공)요구에 대해 사전 보안검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교과부 등 정부 부처가 국회의원에게 자료를 제공하며 '보안성 검토'를 이유로 제출을 지연시키거나 거부하고 있다는 것.
최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입수한 '요구자료 보안성 검토 결과'라는 제목의 자료를 제시하며 "만약 다른 부처에서라도 이런 행위를 했다면 관련 법규 위반이다"라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 자료는 국회의원의 요구 자료에 대해 보안심의위원회가 보안성 검토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어제까지도 요구한 자료가 제출이 안되고 있는데 한 두 건이 아니다"며 "혹시 본 의원의 요구자료에도 '딱지'가 붙은 것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안 장관은 "그런 문건을 보지도 못했고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다"며 "미제출 자료는 이번주 내로 제출하겠다"고 대답했다.
이같은 의혹은 이날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국회 요구 자료에 대해 보안성을 검토해 철저히 심의하라는 정부 문건을 확보했는데 환경부도 이렇게 하느냐"며 환경부 이만의 장관을 추궁했다.
김 의원은 "환경부가 당초 ISE(주한미군의 토양오염정화명령기준)와 관련해 환경부가 실시한 연구 용역 자료에 대해 공개는 안 되지만 열람은 해주기로 했다가 뒤늦게 장관의 지시로 열람불가 입장으로 바꿨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환경부 이만의 장관은 김 의원의 질문에 "(보안심의부가) 구성돼 있다"고 답했다가 "파악이 덜 됐다"며 답변을 철회하는 등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여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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