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멘트 뒤에 "다이내믹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무대였거든요"라는 약간은 억양된 목소리의 평가와 함께, '가왕'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를 부른 MBC <위대한 탄생> 1번 참가자 백청강은 이은미 멘토에게 10점 만점에 8.2점이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똑같은 노래를 들은 김태원은 "오늘 최고의 밴드와 함께 했습니다. 제가 그대의 나이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입니다. 오늘 최고의 무대였습니다!"라는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지난 4월 29일에 방영된 <위대한 탄생>은 이은미와 김태원의 각자의 이 한마디가 그날 분위기 전체를 말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음악' 그 자체와 '드라마'와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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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VS 이은미, 과연 승자는?
사실 이러한 싸움은 상당히 자주 일어나는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끼리 자주 일어나는 논쟁 중에 하나다. 한쪽은 음악에 있어 확고한 신념을 지닌 계층이다. 이들은 기본 위에 감동이 쌓인다고 얘기한다. 키치적인 감동을 최대한 배제하고, 청자가 음악 그 자체에 몰두하길 바란다. 이들은 음악의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는 직관이 있다고 믿는다. 바로 이은미가 <위대한 탄생>은 주말 드라마가 아니라, 엄연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고 방송초반에 지적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 흔하디흔한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어느 신데렐라 이야기'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필요 없는 가짜일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김태원은 음악의 열린 사고를 지향한다. 언젠가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해 '음악적 편견은 인종차별보다 더 무섭다'라는 격언을 인용하던 그의 모습은 <위대한 탄생>에도 어김없이 드러난다. 그래서 그는 결코 계량적으로 수치를 매길 수 없는 '아름답다'라는 표현을 달고 산다. 그의 감상은 소리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뒤에 있는 배경을 보고, 사람을 보고, 이야기를 본다. 이 모든 것이 합쳐질 때 음악은 완성되고 진정한 기적은 이뤄진다고 믿는 듯하다. 그래서 그는 '기적'을 노래한다는, 너무나 뜬금없는 슬로건을 실제로 재현해내려 한다.
상당히 재미있다. 이 두 의견모두 어느 한쪽이 맞고, 한쪽이 틀렸다 말할 수 없기에 이들의 서로 다른 논점에서 지적되는 음악의 감상법과 평가방법은 나에게 있어 <위대한 탄생>을 보는 또 다른 재미다.
하지만 이런 싸움의 현재 승자는 단연 김태원이다. 현재 TOP 5가 선정된 이 시점에서 이은미의 멘티는 단 한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모조리 대중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반면 김태원의 멘티는 5명중에 3명. 가히 압도적이다. 현재 대중들은 이은미의 입장보다는 김태원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왜 그럴까. 결국 대중들은 음악과 드라마를 분리해서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악은 본질적으로 감정에 호소한다는 것의 방증이다. 그러한 배경위에 '음악'과 '드라마'는 결코 분리되어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설사 말도 안 되는 설정의 막장 드라마라 하더라도 결국 마음이 끌리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제 아무리가 이은미가 대중들에게 '배경이 아닌 음악에 집중해서 문자를 보내 달라'라고 호소한다고 해도 결코 바뀌지 않을 대중의 본능이다.
실제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는 고음부분에서 비강위에 포인트를 두고, 도입부분을 조금 죽이고 코러스 부분에 비브라토를 연하게 활용한다고 해서 전해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까지 <위대한 탄생>을 보는 대중의 판단은 방송 도중 김태원의 외인구단 멤버 3명이 눈에 띄는 엄청난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끝까지 가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완벽한 음악, 그리고 완벽한 보완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중의 이런 판단이 언제나 옳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대중음악, 그리고 대중문화는 '대중의 심판'이 절대적인 기준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의 판단이 시대나 계층을 초월해서 언제나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은미의 음악과 소리에만 집중하는 냉철한 지적은, 방송의 방향이나 혹은 멘티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곳에 출연한 5명의 멘토들은 그 누구보다도 멘티들의 성공을 바라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다는 점을 전제하면, 이러한 보이지 않는 충돌은 언제든지 생산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최종의 1인을 향해 달리는 도전자들은 이제 5명이 남았다. 따라서 방송이 진행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멘토들의 평가는 점점 서바이벌에 있어 딱히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될 것이고, 칼자루는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더 넘어갈 것이다. 아니, 이미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이때 과연 대중들과 시청자들은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그때까지 도전자들을 향한 다양하고도 애정 어린 보완들이 함께하여, 진정한 '위대한 탄생'이 이루어지길 한번 기대해보자.
필자 정희웅 씨는 문화기획그룹 <가슴네트워크> 필진이며, 현재 <오마이뉴스>와 <네이버뮤직> '이주의 국내앨범' 선정위에 대중음악과 관련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필자의 블로그: kells.tistor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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