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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속에 서울시는 '재개발 임대 전세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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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란 속에 서울시는 '재개발 임대 전세금' 폭탄

SH공사, '전세전환이율' 축소…가구당 평균 1000만 원 부담

서울 한 재개발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던 A씨는 얼마 전 서울시 SH공사로부터 한 통의 통지서를 받았다. 요지는 임대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각각 5% 인상하고 전세전환이율을 기존 9.5%에서 6.7%로 인상하겠다는 '임대보증금·임대료 인상 및 전세전환이율 변경 확정안내' 공문이었다.

만약 보증금 약 1500만 원, 월 임대료 약 15만 원인 세대는 보증금·임대료 5% 인상에 따라 보증금은 75만 원 정도를 더 내야하고, 월 임대료도 8000원 가량을 더 내야 한다. 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2년 계약기간마다 주거비 물가지수에 따라 책정되고 5%를 넘지 않는다.

졸지에 서울시에 1000만 원을 내야 하는 A씨

문제는 축소된 전세전환이율이다. 전세전환이율이란 전세전환에 따라 매월 받아야 하는 임대료를 SH공사가 한꺼번에 받게 됨에 따라 미리 받은 임대료의 이자를 입주자에게 돌려주는데, 그 기준을 일컫는다. 전세전환이율이 높을수록 입주자에게 유리하다.

보증금 약 1500만 원에 월세 15만5200원을 내던 A씨는 월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존 전세전환이율(9.7%)에 따라 1960만4210원을 보증금으로 더 냈다. 전세전환 보증금은 '월임대료÷전세전환이율×12개월' 방식으로 산정된다. A씨는 월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대신 기존 보증금에 전세전환 보증금을 더해 약 3500만 원 짜리 전세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시가 보증금 및 임대료를 인상하고 전세전환이율을 축소하는 바람에 A씨는 전세전환 보증금으로 2918만 원(162900÷0.067×12) 가량을 내야 한다. 월 임대료 인상(16만2900원)으로 기준이 높아졌고, 전세전환이율이 축소(6.7%)됐기 때문이다. 기존 임대보증금 인상액(75만 원)에 전세전환 보증금 추가분까지 A씨는 거의 100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A씨 같은 처지의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서울시는 저소득층이 다수인 재개발임대 아파트 입주민의 월 임대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전세전환을 장려해왔다. 세입자로서도 임대료보다 이자가 저렴한 은행대출, 또는 국민주택기금대출을 받아 전세전환을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런 정책으로 재개발 임대아파트 주민의 51.3%가 전세로 전환했다.

재개발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곳에서 전세로 계속살기 위해서 적게는 700만 원, 많게는 1200만 원의 목돈을 서울시에 내야 한다. 전세가가 평균 30% 오른 셈이다. 서울시는 이미 전세로 전환한 세대에게도 인상된 전세전환요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 재개발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29일 서울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대보증금, 임대료 인상 철회를 촉구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일방적인 전세값 인상은 서민 두 번 울리는 짓"

시 소유 재개발 임대아파트는 총 150개 단지, 5만194호에 달한다. 재개발 임대아파트 입주자격은 재개발지역 철거세입자로 소득제한은 없다. 하지만 재개발 지역 세입자의 77.7%가 소득하위 40% 이하 저소득층이다.

길음 뉴타운 공공임대 세입자의 92.3%는 가구소득 월 200만 원 이하로 2007년 당시 노동자의 중간 소득에도 못 미치는 저소득빈곤가구가 대부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1000만 원의 목돈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건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김현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연구원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임대료 5%를 인상하는 건 지역 주민들도 반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전세전환이율을 대폭 낮춘 것은 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서울시의 현재 정책은 결국 전세금을 올리겠다는 의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전세대란으로 서민들의 삶이 힘든 와중에 공공기관에서도 이렇게 전세를 올리는 건 서민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연구원은 "전세금 인상액이 많은 지역 순으로 살펴보면 답십리 재개발 임대가 평당 190만 원의 전세금이 인상된다"며 "특히 불광6구역은 전용면적 11.4평의 임대 아파트 전세금이 9100만 원이나 될 전망이다. 민간임대아파트 수준으로 올랐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치솟는 전세가를 잡고, 저소득층 주거비 경감 방안을 모색해야 할 서울시가 오히려 시장인상률을 능가하는 30.9%의 전세가 인상을 단행한 것은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다른 영구임대주택과의 형평성 고려해 결정

주민들의 반발도 점점 거세지고 조직화되고 있다. 임대아파트 주민대책회의, 임대주택국민연합 등은 29일 서울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임대료와 임대보증금 강제인상 계획은 주거불안정을 야기하는 비인간적인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입주민과는 한 마디 대화도 없이 임대료와 임대보증금을 강제 인상하는 것은 임대주택 주민들을 짐승만도 못한 존재로 취급하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은 즉각 인상 계획을 중단하고 적합한 방안을 강구,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에 서울 중구 서울시별관 앞에서 결의대회도 진행했다.

반발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은 단호하다. 서울시는 영구임대주택을 포함한 모든 임대주택이 2003년부터 전세전환이율을 변경했지만 재개발 임대아파트의 경우, 이제까지 이것을 변경하지 못했기에 형평성을 고려해 재개발 임대아파트 전세전환이율을 축소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일시에 목돈을 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주민을 고려해 6년간 3번에 나눠 분할 납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개발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6일 총회를 열고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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