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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방상훈 씨의 10억 소송에 대한 프레시안의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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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선일보·방상훈 씨의 10억 소송에 대한 프레시안의 입장

기사 수정·반론 요청도 없이 20여일 지나 소송

고 장자연 씨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사와 대표이사 방상훈 씨가 각각 5억 씩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와 여정민 기자를 상대로 총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종걸 민주당 의원에게는 각각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전체 소송 액수는 30억 원.

19쪽으로 작성된 소장의 대부분은 이 의원을 비난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들은 이 의원이 지난 3월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고 장자연 씨 사건 발언에 대해 "인격 살인행위이자 테러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이는 조선일보와 방 사장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원고 회사의 목적사업 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사회적 명성, 신용을 훼손하여 사회적 평가를 침해한 중대한 불법 행위"라며 "그 내용이나 동기 등을 살펴보면 면책특권을 남용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고 대표가 고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 및 그 근거(고 장자연 씨나 그 전 매니저와 만났던 사람은 원고 대표가 아닌 스포츠조선의 전 사장임)까지 명백하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원고 대표를 '성접대 의혹자'라 칭하는 등 극단적으로 악의적인 발언을 계속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국회의원의 직무상 행한 발언'의 실질이 전혀 없는 인격 살인행위이자 원고들에 대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종걸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뷰스앤뉴스 기사 <이종걸 "스포츠조선 사장, 장자연과 무관">을 링크한 것을 두고도 "원고 회사와 원고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기사를 게시했다"고 주장했다.


19쪽의 소장 중 프레시안에 관한 내용은 1쪽 분량이다. 당일 발행한 <이종걸 "조선일보 사주와 장자연, 익숙한 파트너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 대해 "원고 회사와 원고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의 기사를 게시했다"며 "이 기사에는 원고 대표가 고인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수많은 네티즌들의 댓글이 첨부되었고 이는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결국 위 피고들은 원고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인터넷 기사를 통해 허위의 기사를 게재하여 명예를 훼손하여 원고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주었으며 공동 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종걸 의원과 프레시안에 총 30억 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것에 대해서는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기관인 조선일보의 특성상 대외적 평판과 신용이 훼손될 경우 중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면서 "이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입은 손해는 막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기관인 조선일보의 특성상"

우선 대법원 판례로 확립된 언론사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의 가장 기본적인 판단 기준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여부와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거나 그 증명이 없다 하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 믿었고 또 그렇게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이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고문변호사인 김태수 변호사도 조선일보의 소송 및 언론중재위원회 조정 신청 기사 사례 등을 모아 분석한 소책자 <소송, 줄일 수 있다>에서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는 사건은 대부분 불확실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지적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책임이 두려워 객관적 사실이 드러날 때까지 마냥 보도를 미룬다면 그것은 이미 언론이 그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와 방상훈 씨는 이종걸 의원이 3월 10일 국회 본회의장 발언 이전에 이미 제기됐던 소송을 통해 이 의원이 고 장자연 씨 사건과 방상훈 씨가 무관함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악의적인 주장을 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사 입장에서는 국민의 투표에 의해 선출된 개개인이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이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한 발언이라면 보도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

설령 <프레시안>이 보도하지 않았더라도 이 의원의 발언은 당시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고, 지금도 국회 속기록, 국회 본회의 영상기록에 보존돼 있다.(조선일보와 방상훈 씨는 이 의원이 이를 알면서 악의적인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상당수 언론이 <프레시안>과 함께 이 의원의 발언을 기사로 전했다.

조선일보와 방상훈 씨는 또 "원고 대표가 고인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수많은 네티즌들의 댓글이 첨부되었고 이는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고 소송 이유를 밝혔는데, 이 의원의 발언을 보도한 <한겨레>,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뷰스앤뉴스> 등의 기사에도 19일 현재 댓글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기사 수정·반론 요청 전혀 없이 소장만

게다가 '명예'라는 것은 주관적인 개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일보와 방상훈 씨는 기사 삭제 및 수정, 댓글 삭제 등과 관련해 <프레시안>에 어떠한 요청도 한 적이 없다. 명예훼손에 의한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 당사자가 이를 알리고 피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느닷없이 소송을 걸었다. 조선일보가 기사를 통해 소송 의사를 밝힌 것도 사건 발생 20여 일이 지난 4월 1일이었다.

방상훈 씨는 또한 이종걸 의원과 <프레시안>에 의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매체는 광범위하고 신속한 전파력"을 내세우고 있다. 얼핏 보면 거대 매체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는 일반인이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소송인 것 같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프레시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과 광범위하고 신속한 전파력을 가진 매체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소송이 있었다. 지난 2004년 진중권 씨가 어떤 강연에서 "언론비평을 '조중동' 보수 매체뿐만 아닌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진보 매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조선일보>는 이중 일부를 인용해 <진중권, "오마이는 파시스트 집단">이라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진중권 씨의 발언 중 일부를 의도적으로 왜곡 편집, 발췌해 보도함으로써 오마이뉴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조선일보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2심에서는 오마이뉴스가 승소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조선일보의 손을 들어줬다. 조선일보가 승소했던 대법원의 판시 내용 일부를 그대로 전한다.

"당해 표현이 언론사에 대한 것인 경우에는, 언론사가 타인에 대한 비판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누리는 범위가 넓은 만큼 그에 대한 비판의 수인 범위 역시 넓어야 하고,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지고 있어서 이를 통하여 잘못된 정보로 인한 왜곡된 여론의 형성을 막을 수 있으며, 일방 언론사의 인격권의 보장은 다른 한편, 타방 언론사의 언론자유를 제약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론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 되고, 수사적인 과장 표현도 언론기관이 서로 반박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보다 넓게 용인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출처 : 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다53214 판결【손해배상(기)】 [공2008상,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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