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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사능은 언제든 한반도에 온다.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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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방사능은 언제든 한반도에 온다. 그렇다면…

[기자의 눈] "원전 안전" 부르짖는 정부, 여전한 국민 무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누출 사태 이후 한국 정부의 대응은 한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아니 '손바닥으로 방사능 가리기'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우려에 '안전하다'는 구호로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말은 계속 바뀐다. 처음에는 "편서풍 때문에 한반도로 유입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가 국내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자 "편서풍의 지류 중 캄차카 반도쪽으로 이동하는 짧은 순환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애매하게 바꿨고 4일에는 "남서풍을 통한 일본발 기류 유입 가능성이 있다"고 브리핑했다가 6일에는 "의사 전달과 해석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또다시 말을 바꿨다.

물론 기상청의 예보가 매일 바뀌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 기상청의 예측 결과는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문제는 기상청의 태도다. 기상청은 '방사능 유입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짓거나 브리핑 후 이틀 뒤에야 "오해가 있었다"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부를 지켜보는 국민들이 방사능 위험에 불안해하는 것을 두고 '과민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무조건 안전하다'는 구호만 벗어나면 현실은 간단하다.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요청을 받아 6일 내놓은 예측을 포함해 각국의 시뮬레이션 결과 등이 보여주는 것은 일본의 방사능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는 것이다. 시기의 차이가 있더라도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한 예방의학과 교수의 말은 이렇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 물질은 반드시 한반도에 온다. 국지적 동남풍이 불 건 편서풍을 따라 지구를 한바퀴 돌 건 한반도에도 반드시 온다. '오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는 건 사실을 호도한 것이다. 물론 현 상황에서 한반도에 유입되는 방사능 물질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에는 동의한다. 현재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수준에서는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우려할 것은 없다.

그러나 불신을 만드는 것은 '온다, 안온다'에만 집착하는 정부다. 한국에서도 컴퓨터 시뮬레이션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은가. 괜히 '온다 안온다'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언제쯤에는 어느 정도로 유입될 것 같다, 이 경우 건강에 미치는 수준은 어느 정도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된다. 왜 국민들이 다른 나라의 예보에서 정보를 얻어야 하나. 정보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으니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는 것이다."

무조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태도는 원자력의 기술과 안전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하지 않는 전형적인 '핵국가'의 모습과 닮아 있다. 핵국가는 원자력 발전에 관한 모든 정보는 비밀에 붙이고 과학전문가, 정치가, 관료들만이 원자력 발전소에 관한 결정권을 갖는 국가를 말한다.

지금 한국 정부가 그런 것처럼 '핵국가'는 원자력 안전에 관한 정보를 통제하면서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불안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댄다. 이러한 주장에는 '국민들은 정보의 정확성을 판단할 수 없다', 혹은 '혼란만 부추기는 무지몽매한 대중'이라는 정부의 시선이 깔려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가 한미 쇠고기 협정 때나 천안함 사태 때 '인터넷 유언비어를 단속한다'며 보여준 바로 그 시각이기도 하다.

▲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학생들이 우산으로 비를 피하며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에게 '귀책 사유'가 부과되지 않는 일본 원전 사고를 두고도 "안전하다"는 구호만 부르짖는 정부라면, 만약 한국의 원전에 사고가 생겼을 때에는 과연 어떻게 대응할까. 위험 지역의 주민들은 제때 대피할 수 있을까. 아니 '위험한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 수나 있을까.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이미 한국에서도 그러한 전례가 있다.

"한국에서 멜트다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었던 심각한 사고는 월성 1호기와 영광 2호기에서 발생했다. 월성 1호기에서는 1984년, 1988년에 냉각재로 쓰이는 중수가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 중대한 사고들이 1988년 9월의 국정감사 전까지 일반인에게는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중략) 위의 경우들에서 정부 당국과 한국전력이 보인 전형적인 행태는 처음에는 사고를 은폐하다가 그후 (은폐가 더이상 불가능해지면) 사고를 인정하고 마지막으로 방사능 누출을 부인하거나 사소한 일로 만드는 것이었다. 실제로 월성 1호기 사고는 국회의 국정감사때까지 감추어졌고 (1996년에 발생한) 영광 2호기의 사고는 영광지역의 원전반대운동단체가 사태의 실상을 폭로한 후에야 발표되었다."(<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이필렬)


각국의 시뮬레이션이 '부정확하다'고 주장하는 기상청이 강조하는 것처럼 현재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되는 방사능량은 정확히 알 수 없다. 각국에서 나오는 각종 시뮬레이션 결과가 예측치에 기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시에 아직도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후쿠시마 원전은 언제 '최악의 사태'로 치닫을지도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태이기도 하다.

상황과 정보가 불확실할 때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정부가 취해야 하는 태도는 국민들과 정보의 확실성을 가지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은 정부가 예방적 차원에서 시민들에게는 '방사능 대처 지침'을 알려주고 밖으로는 일본 방사능의 월경 오염 책임 논란 등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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