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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MB정부가 '공정사회' 대박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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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MB정부가 '공정사회' 대박냈다"

[토론회] 공정구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공정성이나 공정사회라는 가치는 어떤 계기만 생기면 언제라도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슈다.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도 있기 때문에 다시 '공정사회'라는 문제가 여론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본다. 미리 '공정사회'가 무엇이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윤여준 평화재단 평화교육원 원장)

평화재단과 <프레시안>은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평화재단 강당에서 '공정사회 구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공정사회'에 대한 심도깊은 고찰이 이뤄졌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사회 총체적 위기와 혼란,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대주제 하에 진행되는 연속토론회로 지난 22일에는 '복지담론의 지평 확대와 정책 대안'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관련기사 : "'보편적 복지' 없이는 성장동력도 없다")

"'공정사회'는 오래 논의해볼만한 주제…파장 예상 못했겠지만"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그간 공정사회와 상당히 거리가 있는 행태를 일관되게 보여와 지식인 사회 뿐 아니라 일반 시민 사이에 냉소적, 비판적 반응이 많다"고 지적하면서도 '공정사회'라는 화두 자체는 깊이 논의해볼만한 주제라고 지적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가 민주화든 산업화든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여러 무리수가 빚어졌는데 그런 것을 시정하지 않고는 더이상의 진화가 어려운 지경에 와있다"며 "'공정사회'는 신보수정부가 정치공학적으로 제기한 주제라고 해도 비판하고 견인하면서 끌고나가야 하는 가치가 충분한 의제"라고 지적했다.

윤평중 교수는 "사실 <정의론>을 낸 존 롤스의 주석가에 불과한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100만부 가까이 팔렸다는 것과 함께 공정사회 화두가 이렇게 커진 것은 시민들이 갈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시대정신의 요소가 필연적인 형태를 드러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도 "이 문제는 우리 공동체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화두고 아젠다라 실은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서 "다만 공정사회라는 것이 한 정권에서 추진해서 완성품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 토론회에 참석한 박효종 서울대 윤리학과 교수,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김대오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왼쪽부터) ⓒ평화재단

그러나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이명박 정부 역시 '공정사회'라는 화두가 이렇게 파장을 일으키리라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 추정했다. 윤평중 교수는 "정부 관계자도 이렇게 일이 커질 것이라고 미처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며 "8월말 당시 인사청문화에서 최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면면이 공정사회와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인데다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사건이 퍼지면서 미풍에서 태풍으로 확장됐다"고 짚었다.

박 교수도 "공정사회라는 화두를 이명박 정부가 마음먹고 터뜨렸다기 보다는 매년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작년에는 '친서민', 올해는 '공정성'으로 던졌다가 예상 외로 큰 화두가 터진 것"이라고 봤다.

"공정사회 외친 8.15 경축사, '공정성' 인식 찾기 어려워"

비록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사회'에 대한 화두는 던졌으나 정작 8.15 경축사에서도 '공정성'에 대한 고찰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교수는 "8.15 경축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사회론을 원론적인 차원에서 평가하면 '공평성'에 대한 언급은 있으나 그 보다 상위 개념인 '공정성'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공평성은 사회적 재화를 분배할 때 경쟁의 균등성, 말하자면 기회의 균등과 결과의 합당한 차이를 뜻하는 것이고 공정성은 이에 더해 사회적 약자나 패자, 소수자에 대한 고려가 더해진 것"이라며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공정사회 담론에는 이런 부분이 완전히 부재한다"고 지적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공정,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방법은 바로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서는 공정사회를 이야기하는데 투명이라는 말은 하나도 안 나오는 등 철학적 인식이 불철저하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인지 문제는 다시 '공정사회'를 외치는 정부의 신뢰성으로 돌아왔다. 윤평중 교수는 "실천방안을 생각하자면 당연히 지배층의 솔선수범이 있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규칙이라면 납세, 병역의 의무인데 이명박 정부는 석연치 않은 면제가 어느 정부보다 높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배계층이 반칙을 일삼으면서 시민들에게 규칙을 지키라는 형국이 된 것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효종 교수는 대통령 권력의 과다를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 행정부의 권력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어야 한다"며 "공화정의 특징은 견제와 균형인데 지금은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현행 헌법을 두고 보더라도 책임총리제 등을 이용해 공화정 정신에 맞게 나눠질 수 있어야 공정한 공동체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반 시민들도 '공동체의 몫' 생각할줄 알아야"

한편 일반 시민들이 '공정성'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평중 교수는 "작년 외교부 장관 딸 특채 사건 이후 여론조사에서 '당신에게 특채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다수가 '왜 마다하겠느냐'고 답했다"며 "지배층이 우선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고 시민들 역시 자신들의 생활 세계에서 규칙을 지킨다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종 교수는 "우리 사회는 '헝그리 사회'에서 '앵그리 사회'로 넘어왔다. 국민소득이 2만 불이라고 하나 '해피'하지 않고 '앵그리'한 상태"라며 "번영의 사회이나 상대적인 박탈감과 빈곤에 억울하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도덕성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공동체가 해체되지 않고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정성'이 필수적"이라며 "보통 공정 사회라고 할 때 대부분 '내 몫을 찾는다'는 개인주의적 기대감을 비치는데 '공동체의 몫'이라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어디가 억울한가, 만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균형을 맞춰야 공정사회론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만약 '공정-불공정'이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 명확히 잡혀 있었다면 얼마전 최고은 사건도 '굶어죽었다-복지' 논쟁이 아니라 영화계 내부의 불공정 거래로 파악했을 것"이라며 "투명성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기구든 사람이든 '투명사회'를 만들고 공정성의 헬기를 띄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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