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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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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늄

[한윤수의 '오랑캐꽃']<361>

플라스틱 재활용 업체.
사세가 이미 기울었다.
월급이 안 나오자 태국인 셋은 즉시 그만두고 나를 찾아왔다.

나는 태국인을 대리해서 소송을 걸었고, 공장으로 기계를 압류하러 갔다.
그때 만난 회사측 인물이 B부장이다.
그는 헝클어진 머리에, 생전 세수도 안한 듯한 얼굴이었다.
2년 이상이나 월급도 안 받고 죽을둥 살둥 모르고 일한, 상식으로는 전혀 이해가 안 가는 수수께끼 인물!
알고 보니 그에게는 사장님의 특별한 귀띔이 있었단다.
"이번 일만 잘 되면 월급 천만 원씩 줄 게."
그래선지 B부장은 회사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꿈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꿈도 야무지지.

그가 흔들린 것은 2차로 중국인들까지 압류에 합세했을 때였다.
그제서야 B부장도 정신이 들었다.
"이러다 나만 임금 못 받는 거 아니야? 못 받은 돈이 4천도 넘는데."
그는 법원 주위로 돌아다니며 자기가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을 뿐이다.
"받기 힘들어요, 당신은."
그는 밤낮으로 일했지만 월급을 단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서 임금대장에도 없고, 출퇴근 없이 회사에서 먹고 자고 했기 때문에 출근부에도 없는 인물이었다.
어디 가서 직원이라고 이야기하랴?
그는 이무럽게 지내던 태국인들에게 매달렸다.
"내가 우리 회사 직원이라는 거 보증 좀 서주라."
아이러니다.
대개 한국인이 태국인을 도와주건만,
태국인들이 한국인을 도와주게 생겼으니.

하지만 태국인들은 혹시 보증섰다가 손해나 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나에게 모든 것을 미뤘다.
"목사님한테 물어보구요."

나는 B부장과 태국인들에게 일요일 같은 시각에 오라고 시켰다.

태국인들은 빨간 제라늄 꽃을 들고 왔다.

B부장도 모처럼 깨끗한 얼굴로 왔다.
세수를 하니 인물이 훨씬 나아보였다.

태국인들이 보증을 섰다.

ⓒ한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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