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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종식됐다고? 젖소 농가는 죽어나고 있다"

현실과 동 떨어진 정부의 살 처분 보상금에 '뿔'난 낙농업계

구제역 발생 116일 만에 정부는 구제역 종식 선언을 발표했지만 축산농가의 구제역 악몽은 여전하다. 특히 낙농업 농가는 "지금의 보상체계로는 목장을 새로 운영하는것이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전국구제역피해낙농가 비상대책위원회는 2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구제역 발생에 따른 보상과 지원이 현실적인 낙농의 특성을 감안, 적용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구제역으로 젖소를 살 처분한 634개 농가는 그저 목장 운영을 재개할 수 있도록 보상해 달라는 게 전부"라며 "현행 보상체계로는 목장을 새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우선 살 처분 보상의 기준인 '살 처분 시점의 시세'를 '입식 시점의 시세'로 바꾸고 유대 보상금도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국구제역피해낙농가 비상대책위원회가 29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구제역 피해 현실보상을 촉구했다. ⓒ프레시안(허환주)

"구제역 보상금? 현실에 맞지 않는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은 현재까지 150건이 발생했고, 현재 돼지 330만 마리, 한우 11만5000마리, 젖소 3만7000 마리 등 345만 마리 이상이 매몰처분 됐다. 문제는 젖소다. 고기가 아닌 우유 생산이 주목적인 젖소가 대량으로 살 처분되면서 우유 생산이 주 소득원인 낙농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물론 정부에서는 다른 농가와 마찬가지로 살 처분한 젖소의 보상금을 시가대로 지급했다. 하지만 현재의 보상금으로는 이전과 같은 젖소 농가를 만들 수 없다고 업계에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현행 살처분 보상금 기준에 따르면 젖소 산지가격(초임 만삭 기준)은 2월 평균이 290만5000원이다. 이는 살 처분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281만2000원과 올 1월 284만7000원에서 다소 오른 수준이나 입식을 앞두고 있는 최근 시세와는 큰 차이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세는 초임 만삭우의 경우 500만 원을 넘어선다.

젖을 생산하는 착유우 마릿수의 부족도 업계에서는 고민이다. 젖소 매몰마릿수 3만7000여 마리 중 착유우 마릿수는 1만8000~2만 마리 선이다. 이를 감안할 경우, 입식이 가능한 젖소는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농가에서 젖소 송아지를 키워 젖을 생산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1년 이상 걸린다. 구제역으로 젖소 전량을 살 처분한 농가의 경우 농장이 원상복귀 되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린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돼지, 한우 등 다른 농가와의 형평성을 이야기하면서 살 처분에 따른 젖소 보상금만을 지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경기도 파주에서 젖소 농가를 운영해온 조경오 씨는 "부모님이 젊었을 때, 송아지 몇 마리로 낙농업을 시작했다"며 "어렸을 때 낙농업을 하는 부모님이 힘들게 일하는 걸 보면서 나는 절대 낙농업을 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하지만 2001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를 돕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2003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가업을 물려받게 됐다"고 밝혔다. 조 씨는 "이후 농장을 잘 만들어보고자 대출 등을 받아 목장 규모를 키웠다"며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구제역으로 모든 게 날라 갔다"고 말했다.

조 씨는 "가족같이 키운 젖소를 모두 살 처분 한 뒤 받은 정부 보상금은 농장을 다시 만들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며 "어렵게 운영해온 농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나니, 어디부터, 어떻게, 뭘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는 이번 구제역 확산과 대규모 피해발생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정부와 방역당국에 있음을 인정하고 구제역 피해에 따른 모든 부분의 보상을 전액 지급하고 목장운영 정상화를 위한 보상과 지원을 확대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살 처분 보상금 산출 기준일을 매몰시점이 아니라 입식시점으로 변경, 목장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보상을 실시하라"며 "잘못된 정부정책으로 낙농가들은 파산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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